안성렬 경북도 저출생 전쟁본부장이 지난 15일 본부 사무실(도청 안민관 3층 미래전략기획단)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저출생과 전쟁에 나섰습니다.”
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따뜻함이 묻어나야 할 도정에 살벌한 용어까지 따 온 것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북과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이상 없다는 강한 위기감과 무거운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저출생 전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전쟁본부는 지난 1월25일부터 가동됐다. 행정, 보건, 간호 등 분야별 역량있는 직원들 위주로 총 4개 팀 13명이 투입됐다. 본부는 그동안 저출생 대책을 살펴온 미래전략기획단에 차려졌고 안성렬(51) 단장이 본부장을 맡아 신발끈을 동여맸다. 안 본부장으로부터 각오와 전투 상황을 들었다.–저출생과 전쟁 과제(72개) 발표 후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이동반 근무 사무실이다. 모범적인 직장 문화 조성을 위해 즉시 시행가능한 것들은 도청에서부터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시군과 민간에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달 초 도청 직원 대상 수요 조사 결과, 초등생 자녀를 둔 237명 중 저학년(1~3학년) 자녀를 둔 공무원이 134명이었다. 이 중 절반인 60명 정도가 아이 동반 근무를 희망했다.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월25일 도청 안민관 3층 미래전략기획단에서 저출생과 전쟁본부 현판식을 한후 안성렬(왼쪽 첫 번째) 본부장을 비롯한 본부 직원들에게 승리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도민들이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과제는?
△우리동네 돌봄마을 시범시행이다. 돌봄공동체를 통해 지역이 아이를 돌보는 21세기형 돌봄모델로 7시부터 24시까지, 각 연령에 따라 반이 나눠져, 그에 맞는 수준별 놀이와 교육은 물론, 학교-가정-학원-돌봄센터를 잇는 수요 맞춤형 순환버스 등 수준 높은 특화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받는다. 중소기업 학부모 근로자의 조기퇴근 돌봄, 야간이나 아이가 아플 경우 등 긴급 시 이용하는 24시간 어린이집, 아픈아이 돌봄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신혼부부나 다자녀 가정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출이자 지원과 월세 지원 등 정책들도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동네 돌봄마을 등 온종일 완전돌봄 시범모델과 주거비 지원 등 도민이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은 4월 추경을 통해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집행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철우 도지사의 강한 의지로 올해 안에 실행과제 상당 부분이 빠르게 현장에서 작동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월18일 도청 화백당에서 저출생과 전쟁 승리를 위한 끝장 토론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차별점은?
△현장에 있고 현장을 잘 아는 지방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필요한 곳에 집중하고자 경북이 직접 나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 나섰고, 끝장 토론과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육아’와 ‘주거’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확인했다. 정부 주도의 국가 사업, 지역과 현장의 실정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가 기획하고 지방은 집행하는 방식의 사업들, 전국 단위 일률적 성격의 다수 정책, 그마저도 각 부처별로 쪼개져 정책 시너지를 내기 힘든 구조, 현장에선 혼란만 유발하고, 현금성 지원으로 정주민이 아닌 유목민을 만드는 제로섬 게임, 그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친데 대한 처절한 반성이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 0.72명(경북 0.86명), 특히 4분기 0.65명으로 역대 최저치, 뼈아프다.-저출생 전쟁본부 운영은?
△전략구상, 실행부서 간 조정, 중앙정부 정책 개선·지원 건의 등 컨트롤타워 기능이라 김민석 정책실장과 분야별로 나눠 담당 부서들과 거의 매일 조정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그룹을 별도로 운영해 사업 구체화 등 논의를 계속하고 있고 중앙정부와도 협업 러브콜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국정기조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중앙-지방 협업 모델 제안을 계속하고 있다. 이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수차례 만났고 국무조정실과 산자부 등도 방문해 제도 개선과 지원 등도 건의하는 중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월18일 도청 화백당에서 저출생과 전쟁 승리를 위한 끝장 토론을 주재하고 있다.
-저출생 전쟁, 왜 경북이어야 하나?
△경북은 6·25전쟁때 낙동강 전선에서 나라를 지켰고 새마을운동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등 그동안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 서 왔다. 이에 저출생이라는 국가 존립 위기와 전쟁을 선포한 것이고 출생률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어 꺼져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살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래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문정화 기자 moonjh@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