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인사이드/ 미술품 물납제도

이건희 회장 타계 이후 그의 소장 미술품 규모가 알려진 초기, 미술계에서는 ‘미술품 물납제’가 큰 이슈였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소장 미술품 가치가 대략 2~3조 원, 시가로는 10조 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유족들이 이를 국가에 기부할 것인지, 아니면 상속은 하되 그에 따른 막대한 상속세는 미술품으로 낼 것인지가 관심거리가 됐다.결론적으론 유족들이 4월 말 이 회장 유산의 사회 환원과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술품에 대해서는 국가나 지방의 미술관과 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혀, 미술품 물납제는 일단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미술품 물납제란 말 그대로 미술품으로 상속세나 재산세를 납부할 수 있게 한 제도인데, 현재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고 해외 일부 국가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현행 국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상속·증여세가 2천만 원 이상이거나 상속·증여 재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또는 유가증권일 때 물납이 허용되는데, 그 대상은 부동산과 국채,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2020년 5월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을 타개하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삼국시대 보물인 금동보살입상(보물 제285호)과 금동여래입상(보물 제284호)을 경매에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미술품 물납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그러나 당시 미술품과 문화재들에 대해 적절한 가치평가를 내리기 곤란한 점과 관리의 어려움 등이 문제가 돼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도 이광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미술품 물납제를 골자로 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고, 정부도 미술계의 건의에 대해 관련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미술품 물납제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미술계에서는 해외 유출 가능성을 우선 거론한다. 고가 미술품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주로 해외로 팔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한편 해외에서는 프랑스가 처음으로 1968년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해 상속세와 증여세, 재산세 등의 물납을 허용하고 있다. 해당 미술품을 5년 이상 보유했거나 상속세가 1만 유로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1973년 파블로 피카소 타계 후 후손들이 상속세를 그의 작품으로 물납했으며, 프랑스 정부는 파리에 피카소 박물관을 열고 그 작품들을 공개했다.일본과 영국에서도 물납제를 시행하고 있다. 가장 시비가 되는 부분인 미술 작품의 감정평가 논란을 줄이기 위해 일본은 문화청이 외부전문가 자문을 받아 가격을 평가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은 정부에 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슈추적/ 이건희 컬렉션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개창지다. 이는 한국 근대미술을 말할 때면 늘 나오는 얘기다. 왜 그렇게 주장할까. 당연히 근거가 있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시기적으로는 19세기 말부터 1960~70년대까지를 한국 근대미술기로 많이들 얘기한다.이 시기 대구에는 석재 서병오가 1920년대 초 발족시킨 ‘교남시서화연구회’라는 단체가 있었다. 글씨와 문인화를 주로 한 서화계의 교류와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여기에서는 당시 막 들어오기 시작한 서양화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졌다.연구회는 1922년 서화를 위주로 한 첫 전람회를 개최한 데 이어 1923년에는 이를 확대해 서화 외에 서양화부를 별도로 둔 대구미술전람회를 개최했다. 또 당시 대구뿐 아니라 영남 일대 그리고 서울 등 더른 지역과의 교류에도 힘을 쏟았다. 대구 미술인들이 근대미술의 기초를 앞서 배우고 그 토양을 닦아 나갈 수 있는 배경이었다.한국 근대미술에서 천재화가로 불리는 이인성과 이쾌대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대구의 토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쾌대(1913~1965년)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어린 시절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다.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1928년 서울 휘문고를 거쳐 1934년 일본 도쿄제국미술대학교에 유학해 본격적으로 그림을 공부했다.반면 이인성(1912~1950년)은 대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교를 졸업한 뒤 상급 학교 진학을 못 해 그림을 독학으로 배워야 했다. 1931년 일본에 건너가 1935년까지 도쿄의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그림 수업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대구 수창초교를 졸업했다.이인성은 대표작 ‘가을 어느 날’(1934년) ‘경주의 산곡에서’(1935년) 등을 통해 나라는 빼앗겼지만 여전히 우리 땅인 한반도에서 사는 한국인의 모습과 자연 풍광을 그려 한국의 전통을 그 뿌리부터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다. 1950년 6.25 전쟁 중에 사망했다.이쾌대는 이념의 희생양이 돼 6·25전쟁 이후 한동안 남과 북 양쪽 모두에서 잊혔던 불운의 화가였다. 1980년대 해금 이후 남한에서 그의 천재성이 재조명됐다. 대표작 ‘자화상’과 함께 ‘군상’ 연작은 그에게 근대미술 최고의 군상작가라는 평가를 안겨 주었다.고 이건희 회장의 타계 이후 후손들이 유산 사회환원의 일환으로 소장 미술품을 정부와 각 지자체에 기증했다. 이를 계기로, 지역 출신 근대작가 8인의 작품 21점을 기증받은 대구에서는 대구 근대미술 재조명 분위기가 일고 있다. 또 전국 지자체에서는 ‘(가칭)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구에 온 ‘이건희 컬렉션’ 21점대구시는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기증받은 대구미술관에 ‘상설 기증 전시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로 개관 10돌을 맞은 대구미술관에서 시민들이 기증된 최고 수준의 작품들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치이다.또 시는 별도의 전시 공간 마련 외에, 기증된 21점이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통찰할 수 있는 작가들의 대표성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증 작가와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전문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대구미술관은 우선 8명의 작가별로 시리즈 8편을 제작해 유튜브와 홈페이지를 통해 영상물을 소개한다. 또 작가와 작품 연구가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12월께 이건희 기증작 21점의 기획전시도 할 예정이다.기증된 21점은 작가의 명성은 물론이고, 작품성에서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인성과 이쾌대 외에 한국 추상화의 거장 유영국, 서동진, 서진달, 변종하, 김종영, 문학진 등의 대표작이 모두 망라돼 있다.이인성은 1929년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이하 선전)에서 수채화 ‘그늘’로 처음으로 입선했다. 이후 일본에서 서양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그는 1934년 제13회 선전에 ‘가을 어느 날’을 출품해 특선을 차지했으며, 1935년 제14회 선전에서는 ‘경주의 산곳에서’로 최고상을 받았다. 대표작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1934년)이 이번 기증 목록에 들어있다.이쾌대는 1932년 제11회 선전에서 처음 입선했다. 1941년 이중섭 최재덕 문학수 등과 함께 조선미술가협회를 조직해 도쿄와 서울에서 동인전을 열었다. 해방 이후에는 좌익계 미술 단체에 가담해 활동했다. 전쟁 중 국군에 포로가 돼 거제도수용소에 있다가 1953년 남북 포로교환 때 북쪽을 택했다.1908년생인 서진달은 일본 유학 후 1941년 대구 계성중에 출강했는데 당시 미술부에는 변종하 김우조 백태오 김창락 등이 있었다. 변종하는 1926년 출생으로 1956년 제4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으며 1959년 프랑스로 건너가 작품활동을 하다 1975년 귀국했다. 유영국은 1916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한국 추상미술 영역을 개척한 선구자로, 한국의 자연을 아름다운 색채와 대담한 추상 형태로 빚어내 최고의 조형감각을 지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전국은 ‘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건희 미술관’ 유치전이 전국을 후끈 달구고 있다. 유족이 소장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기증한 뒤 대통령이 이들 기증 미술품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부터다.현재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창원 광주 의령 수원 대전 등,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그룹과 이런저런 인연이 있는 지역에선 다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대구시는 ‘이건희 미술관’의 대구 유치를 위해 5월7일 지역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앞으로 민간 주도로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시는 대구와 삼성과의 오랜 인연을 유치 명분으로 앞세우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삼성그룹 모태인 삼성상회를 창업한 곳이 중구 인교동이고, 1942년 이건희 회장이 출생한 곳도 대구라는 점을 강조한다.또 한국 근대미술사에서 대구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도 강조한다. 서양화가 국내에 처음 도입되던 1920년대, 이여성(이쾌대의 친형) 박명조 서동진 등 대구 출신 선각자들의 역할이 컸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구가 근대미술의 발상지나 다름없다는 것이다.이 외에도 현재 건립 중인 간송미술관, 기존 대구미술관에다 이건희 미술관까지 세워진다면 대구가 고전과 근대, 현대 미술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미술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절반 이상이 근대미술 작품이다.지역 미술계는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다. 대구시와 지역미술계에서는 이미 국립근대미술관 대구 건립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한국 근대미술의 보고가 될 이건희 미술관은 당연히 대구에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경북 청년들은 어떤 꿈을 꿀까

요즘 20·30세대를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건 하는 자유분방함과 그 기발함은 우리 세대와는 다른 에너지를 보는 듯해 기분이 좋지만, 어느 세대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현실은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오죽하면 연애하고 결혼해 아이 낳아 가정 꾸리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조차 지금의 20·30세대들에겐 스스로가 얘기하듯 ‘야무진 희망’이 됐을까.최근 발표된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대구지방법원에 개인파산 신청을 한 사람 중에 20, 30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월별로는 2020년 12월 6.9%에서 2021년 1월 7.5%, 2월 8.0%, 3월 10.5%로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개인파산 신청은 사업하다 실패한 중장년층이 많이들 한다고 알고 있는 상식에 비춰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가상화폐나 주식 시장에 올인하는 청년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치솟는 집값과 이에 못 따라가는 급여 등 답답한 현실에서 오는 미래의 불안감과 절박함이 혹여라도 청년들을 이런 투기판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대구·경북에서도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연루자가 늘어나고 있다. 애초 의혹이 제기됐던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임직원 외에도 일반시민, 공직자, 정치인 등으로까지 그 대상자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수사기관에 불려갈는지 걱정스럽다.사회에 첫발을 내디뎌야 할 시기에 파산 신청을 해야 하는 청년들이나, 세상 물정에 너무 밝아 돈 버는 데 남다른 재주(?)를 가진 중장년층이나 모두 돈만 벌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세태가 반영된 듯해 기분이 씁쓰레하다.최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의 제조업체 160곳과 건설업체 50곳 등 210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2/4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사태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제조업체들은 2분기에는 경기가 지금보다 나아질 거로 전망했다 한다. 다행스럽기도 하고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이번 2분기 BSI 지수는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 한다.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으면서도 또 덩달아 걱정도 생긴다. 경기가 좋아져 일감이 늘어나게 되면 기업들은 그만큼 인력을 더 채용하게 될 텐데, 이게 과거 경험상 지역에서는 반드시 좋기만 한 건 아니더란 말이다. 문제는 눈높이에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지역 기업들은 꽤 오랫동안 급여나 복지 수준이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아무리 기업이 채용 규모를 늘린다 한들 청년 일자리가 는다고 평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사실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는 어제오늘이나 특정 분야만의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현상이 산업 현장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심각하고 더 큰 문제일 것이다.보도에 따르면 국내 IT업계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구의 관련 기업들은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애를 먹는다고 한다. 경력이 좀 되는 쓸 만한 직원들이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서울이나 수도권 기업으로 떠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기업들이 있는 일감조차 쳐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규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대학을 갓 나온 관련학과 졸업생들은 지역 기업은 아예 외면한다는 것이다.카카오, 넥슨, 크래프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에 취업하게 되면 높은 연봉 외에도 최신정보 접근성, 고급기술 습득 기회 등 다양한 이점이 따라오는 현실에서 지역 기업들이 채용 시장에서 수도권 기업들과 경쟁하는 건 애당초 꿈도 못 꿀 일이란 것이다.지금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돈 되는 것이면 뭐든 하는 기성세대들의 행동을 보면서, 또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든 지역의 현실을 몸으로 부대껴 가면서 과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지역의 기성세대들은 지금 이곳에서 그들이 어떤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게 그 토대라도 닦아주고 있는가.

/이슈추적/ 대구·경북 행정통합, 어떻게 되나

지방 위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추진 중이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코로나 사태와 정치 일정 등에 밀려 애초 계획했던 내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와 관련해 향후 재추진 여부 그리고 그 계획 등이 포함된 최종 입장을 5월 초께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지난해 초 출발 단계부터 사실상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왔던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 그리고 그 실무 계획을 준비했던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에서 최근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그 핵심 내용은 행정통합을 하긴 하되 시한에 쫓기지 않고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기대와 우려 속에 추진되던 행정통합이 결국 중단 위기에 내몰린 것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찬성 여론이 예상보다 크게 낮았던 점이 우선 지적된다. 시·도가 여론조사와 순회대토론회 등을 열며 분위기 조성에 애썼지만, 최근까지도 지역민들 사이에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게다가 안동, 예천 등 경북 북부권에선 물리적 반대 움직임까지 있었고, 또 정치권의 부정적 분위기와 중앙정부의 외면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이런 분위기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생활이 어려워진 지역민들로서는 행정통합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행정통합이 의제로 본격 거론됐던 지난해 초, 공교롭게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로19 사태가 발생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시·도는 의욕적으로 행정통합 추진 일정을 이어갔지만 결국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찬성 여론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됐다.그러나 행정통합 추진 중단이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에도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금의 지방 위기를 가져온 정치, 경제 등 주변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고, 또 현재 광주 전남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 들의 행정통합 움직임을 보더라도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곧바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다시 추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상황을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를 미리 관리해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통합을 중장기 과제로 가져갈 경우 자칫 그나마 마련된 추진 동력마저 사라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장은 불가능’이철우 경북도지사는 4월20일 간부회의에서 “당장은 대구와 경북을 통합할 수 없다. 우선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행정통합 추진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높았으나, (행정통합은) 실질적으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야만 가능하다. 국회의원들도 대통령선거 등을 고려해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로 하자는 이야기를 했고 여론조사에서도 중장기 과제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다. 미래는 반드시 통합으로 가야 하나 지금은 이를 위한 전초전으로 먼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서 중장기적으로 행정통합을 준비하자”며 입장 변화 배경을 설명했다.이에 앞서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3월17일 대구시의회에 참석해 시정 질의를 답변하는 과정에서 “행정통합 시점 조정 가능성도 열어두라는 데 공감하며 시민들이 아직 이르다고 판단한다면 장기적 관점으로 진행하라는 제언도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권 시장은 행정통합 완료 시점과 관련해 “시한을 정해두고 무조건 추진한다는 의도였다면 공론화위가 아니라 추진위를 만들었을 것이다. 행정통합은 시·도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해 주민투표로 최종 결정한다”고 강조했다.또 시·도가 출범시킨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김태일 공동위원장은 3월18일 브리핑에서 지역사회 관심 미흡과 팽팽한 찬반 여론, 지역의 사회·정치의 균열 조짐 등을 들어 예정됐던 숙의공론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발표 전에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태일·하혜수 공론화위 공동위원장이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도가 어느 정도 입장 정리를 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예상보다 컸던 반대 여론행정통합 추진이 중단된 데는 무엇보다 지역 여론이 따라주지 않은 게 크게 작용했다. 여론조사에서 찬성률이 압도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일부 지역에서는 반대 시위도 있었다.4월1일 경북도청 일대에서는 안동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행정통합을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선거 일정에 맞춰 졸속으로 처리되는 행정통합 추진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또 통합은 안동과 예천, 경북도청 신도시까지 모두 다 공멸하는 길이다. 통합 논의를 즉시 중단하고 도청 이전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에 앞서 안동에서는 1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안동지역범시민연대가 행정통합 반대 성명을 발표했으며, 예천군의회 역시 임시회를 열고 ‘행정통합 추진 중단 촉구 건의안’을 발표했다.한편 공론화위가 3월31일부터 4월11일까지 대구·경북 성인남녀 1천 명(대구·경북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한 2차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45.9%, 반대 37.7%, 모름·무응답 16.4%의 결과가 나왔다.이 조사에서 대구는 찬성이 1.8%포인트, 경북은 찬성이 14.6%포인트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 동부권(수성구 북구 동구)과 경북 동부권(포항 경주 영천 등)에서 찬성이 많았고, 대구 서부권(달서구 달성군)과 경북 북부권(문경 봉화 상주 등)에서 반대가 더 많았다.찬성 이유로는 ‘지방정부 권한 강화로 인한 경쟁력 확보’, 반대 이유로는 ‘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경제발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또 행정통합 추진 시점에 대해서는 63.2%가 ‘20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처음 계획대로 내년 7월에 해야 한다’는 응답은 18.3%였다. 이에 앞서 3월에 실시한 공론화위의 1차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40.2%, 반대가 38.8%였다. 공론화위는 4월29일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에게 최종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며, 시장과 도지사는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5월 초께 행정통합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망과 과제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성공적으로 다시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정치권과의 협력 강화, 시·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철저한 준비,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의 의제화,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다른 광역자치단체와의 논의 상설화 등이 대구시와 경북도가 풀어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권영진 대구시장은 4월 초 언론인터뷰에서 “행정통합은 잠시 보류하는 것이지만 이제 시작이다. 국가적인 과제로 광주·전남, 대전·충청, 부산·울산·경남이 함께 추진하면 자연스레 대구·경북이 미국이나 독일 등의 하나의 주처럼 단일 행정체계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행정통합 추진 중단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행정통합으로 바뀌게 될 일상의 편리함을 시·도민들이 여러 분야에서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향후 재추진 과정에서 중요한 공감대를 모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말이다. 가령 대구시와 인근 경북 시·군 간의 대중교통 광역환승시스템 도입이 그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대구 시계와 경북 도계를 오가는 대중교통 편은 48개 노선에 575대가 운행 중이다. 그런데 이중 시·도 간 대중교통 환승이 가능한 지역은 경산시와 영천시 등 2곳뿐이고, 나머지 성주 칠곡 청도 고령 구미 등 5개 시·군에서는 환승이 안 돼 주민들이 교통 비용을 더 비싸게 치르고 있다.

/박준우 시시비비/ 포스코는 경북 1등 기업, 그럼 대구는?

최근 포스코가 분기별 영업이익의 최고 기록을 근 10년 만에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들렸다. 보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1년 1분기에 매출 15조9천969억 원, 영업이익 1조5천520억 원을 기록해 2011년 2분기(영업이익 1조7천억 원)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한다. 더구나 이런 실적은 2017년 3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대를 올리다가, 갑작스럽게 2019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이 급감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포스코의 실적 회복은 지역민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됐다. 철강업이 전방산업인 자동차와 건설업의 업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역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업황 회복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포스코는 알다시피 포항에 본사를 둔 향토기업이다. 그러나 그 기업 규모나 사업의 주 활동 무대 등을 볼 때 지역기업이라고만 네이밍하기엔 좀 민망한 구석이 있는 거대 글로벌기업이다. 그렇지만 대구·경북 사람들은 늘 포스코를 지역의 자랑으로 삼고, 또 그만큼 남다른 애정을 이 기업에 준다.이런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포스코와 포항, 나아가 대구·경북이 수십 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쌓아온 신뢰와 의리, 그리고 끈끈한 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누가 뭐래도 경북에서 최대이고 1등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대구에서 지금 가장 큰 기업은 어디일까.매년 이맘때면 주식시장과 관련된 흥미를 끄는 각종 통계가 발표된다. 그중 한국예탁원이 얼마 전 발표한 ‘2020년 12월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대구에서는 41만8천여 명, 경북에서는 36만9천여 명이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또 지역 인구 대비 비율로 나타낸 전국 순위에서는 대구가 6위, 경북이 7위쯤 된다고 한다.또 한국거래소 대구사무소가 내놓은 ‘12월 결산 대구·경북 상장사 99곳의 2020년도 결산 실적’에 따르면 전체 지역상장사들의 실적은 매출액이 68조7천860억 원, 영업이익이 2조9천716억 원, 그리고 순이익이 1조1천814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0.43%, 36.99%, 30.47% 감소한 실적이다.한국거래소 측은 전체 지역기업들의 2020년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에 대해, 지역에서 매출 비중이 큰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악화와 함께, 언택트 연관 업종이 적은 지역산업의 특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여기에서 언급된 한국가스공사가 바로 시가총액 기준으로 지금 대구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구에서는 DGB금융그룹이 최대 기업이었지만 한국가스공사가 2014년 대구신서혁신도시에 본사를 이전해 오면서 이런 변화가 생겼다. 사실 한국가스공사는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 회사가 구체적으로 뭘 하는 곳인지, 그리고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모르는 사람도 꽤 많다.마침 대구 1등 기업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가스공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면 4월 중순 시점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에서 시총 3조1천억 원, 시총순위 100위권 안팎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규모의 기업이다. 참고로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포스코가 시총 30조9천억 원(10위권) 정도이고, DGB금융그룹이 1조3천억 원(170위권)가량 된다. 한국가스공사가 자본금 전액을 정부에서 출자한 공기업이란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연 매출(20조 원·2020년 기준) 규모나 시장 평가에서는 대기업 못지않다는 말이다.대구·경북 사람들은 향토기업을 정말 아낀다. 지금도 대구은행은 중장년층들에겐 ‘우리 대구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단지 본사가 지역에 있다는 이유 때문일까. 그런 관계가 형성된 데는 결국 지역민과 기업 간의 소통과 교감이 있을 것이다.그럼 지금 대구에서 가장 큰 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어떤가. 지역민들과의 소통은 제대로 되고 있는가? 그리고 지역의 최대 기업에서 1등 기업으로 올라설 의지는 있는가? 이는 대구와 경북에 터를 잡은 다른 이전 공공기관들에도 공통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하다.

/이슈추적/ LH 땅 투기 사태 한 달여, 대구·경북은

3월 초 한 시민사회단체의 폭로로 드러난 LH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 각지의 LH 사업지로까지 투기 의혹 범위가 넓어지고, 또 투기 의혹 대상자도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정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단(특수본)을 차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혹에 비해 수사에서는 아직 그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애초 땅 투기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투기성 거래 성격상 은밀하게 진행된 사례가 많고 특히 지인 등의 명의로 한 차명거래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적발해 내기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있었다.특수본에 따르면 한 달여 기간에 170여 건, 700여 명을 내·수사해 이중 혐의가 인정된 40여 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 인정이 어려운 60여 명은 불입건·불송치했으며, 나머지 600여 명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지방정부와 지방경찰청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대구·경북에도 LH 땅 투기 의혹 사건의 불똥이 튀었다.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LH 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가 첫 번째 투기 의혹 조사 대상지가 됐다. 이곳에는 현재 LH 직원뿐 아니라 해당 지역 공무원이 땅 투기에 연루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또 선출직 공무원 가족과 선거캠프 관계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은 4월 초 연호지구, 대임지구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대구경북본부 대구동부권보상사업단을 잇따라 압수 수색했고, 그리고 4월12일에는 대구경찰청이 대구시청 도시계획과를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해 개발 정보 사전 유출과 불법 활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경찰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지만, 전담수사팀을 꾸린 만큼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의혹이 드러난 투기자금 및 범죄수익에 대한 자금추적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또한 LH 땅 투기 사태는 지역의 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그동안 대구도시공사,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공공개발 사업지와 관련된 투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해당 기관에서는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대구에서는 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심뉴타운 금호워터폴리스 대구대공원 식품산업클러스터 복현주거환경개선지구 등, 2012년부터 현재까지 토지 보상이 이뤄진 사업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경북에서는 도청신도시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사업지 등을 포함한 공공개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그러나 경북도의 경우 대구시와 달리 조사 대상자 분류에만 한 달 가까이 걸리면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한 경북 지역 조사 대상자 규모는 경북개발공사 임직원과 도청 직원, 시·군 관련 부서 직원 등을 합쳐 4천여 명이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일단 자체 조사를 한 뒤 투기 의혹이 드러날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경찰청은 13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지자체 공무원, 지방의원 등 26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대구 연호지구대구시는 땅 투기 의혹 조사와 관련해 시 공무원 3명과 구청 공무원 1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4월8일 밝혔다. 이들은 토지나 건물 매입 과정에서 거래한 토지의 형태나 구입 목적 및 시점 등에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앞서 대구시는 40명 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3월15일부터 4월5일까지 시청 및 산하 기관 소속 직원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 1차 전수조사를 벌였다. 또 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5급 이상 공무원과 대구도시공사 임직원 등 1천500여 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6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2차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사업지는 △LH 주관 사업지구인 연호지구 공공주택,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등 5개 지구 9천159필지 △대구도시공사 주관 사업지구인 수성의료지구, 안심뉴타운 등 7개 지구 4천761필지 등 총 12개 지구 1만3천920필지다.조사 대상에 포함된 거래 시기는 △보상 완료된 개발사업지구는 지정 5년 전부터 보상 시점까지이며 △보상 완료 전인 경우 현재까지 거래된 모든 토지거래 명세가 해당한다. 한편 대구 연호지구 조사는 LH 땅 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LH 직원 카톡방에서 연호지구가 언급된 것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연호지구는 LH가 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규모 개발사업지로, 현재 수성구 연호동과 이천동 일원 89만7천㎡에 법조타운 산업단지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이 조성되고 있다. 2008년 착공, 2023년 준공 예정이지만 토지 보상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현재 연호지구 땅 투기 의혹 관련자로는 유력 인사도 거론된다. 대구 한 기초단체장의 부인이 개발지구 지정 전인 2016년에 밭 420㎡를 2억8천500만 원에 매입한 뒤 2020년에 3억9천만 원을 받고 LH에 매도한 것이 확인됐으며, 대구시장 선거캠프 한 인사도 2016년에 토지 1천400여㎡를 사들여 지번을 나누고 주택 4채를 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분석에서도 연호동과 이천동의 토지 거래량이 2015년 110건, 2017년 152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52.8%와 8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 3월은 대구고법이 LH대구경북본부에 법원 이전 후보지 검토를 요청한 시기이고, 2017년 3월은 두 기관의 협의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또 2018년 5월은 공공주택지구로 확정되기 직전이다.◆ 경산 대임지구연호지구와 함께 투기 대상지로 거론되는 대임지구는 경산시의 대평 대정 중방 계양 임당 대동 일원의 167만여㎡로, 1만1천478세대가 들어서는 공공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은 경산시가 2017년 9월 국토교통부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하고, 국토부가 2017년 11월29일 공람공고를 거쳐 2018년 7월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고시했다. LH에서 사업 시행을 맡고 있으며, 2020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공공택지지구 지정 시기를 전후해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이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2017년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1, 2년 전에 토지 거래가 급증했는데 그중에는 여러 명이 공동구매해 지분을 나눠 등기하는 소위 지분쪼개기 사례도 확인됐다.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임당동 토지거래 건수는 2014년 26건, 2015년 88건, 2016년 45건, 2017년 66건 등이었다가 지정 고시가 끝난 2018년에는 16건으로 많이 감소했다. 대정동에서도 2014년 24건, 2015년 37건, 2016년 48건, 2017년 27건 등이던 거래 건수가 2018년에는 10건으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지분쪼개기 투기 의혹 사례도 있다. 대정동 논 1천210㎡의 경우 2016년 경산과 대구에 주소를 둔 3명이 4억여 원에 공동구입해 3분의 1씩(403㎡) 지분을 나눠 등기한 것이 확인됐으며, 또 같은 동네 2천㎡의 논은 2016년 6월 3명이 6억 원에 공동구매해 지분등기한 것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임당동의 논 1천964㎡는 4명이 6억5천여만 원에 공동구입해 지분등기를 한 것이 확인됐다. 공동구매자 중에는 경산시청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공공택지 사업지의 끊이지 않는 땅 투기 의혹과 관련, LH의 현행 토지협의 보상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분등기를 한 지주라면 LH로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현금 보상 외에 택지지구에 조성되는 단독주택 용지를 일반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받을 수 있어 지분쪼개기 투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백화점과 ‘빅3’ 백화점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77년 역사의 대구백화점 본점이 7월1일부터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이다. 백화점 측은 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업종전환하는 등 회생 방안을 찾을 거라 하지만 그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1944년 설립된 옛 대구상회 시절부터 지역민과 희로애락을 나눠온 대구백화점의 퇴장 소식은 그래서 시민들에게 대구경제의 현주소와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대구의 백화점이나 아파트 건설 시장이 외지 대기업에 넘어간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변화 대응력에서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는 지역기업의 한계에다, 온라인 중심으로 개편되는 시장환경, 그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탈지역 정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백화점 시장은 2003년 롯데백화점을 시작으로, 2011년 현대백화점, 2016년 신세계백화점까지 소위 국내 백화점 ‘빅3’가 모두 대구에 터를 잡으면서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가 됐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앞서 동아백화점이 2010년 이랜드그룹에 매각되기도 했다.시민들과 지역경제계는 그동안 빅3의 시장 독점에 대해 우려가 컸다. 당장 지역민이 쓴 돈이 지역에 재투자되지 못하고 외지로 유출되는 것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향토 기업의 매출이 지역경제와의 상호부조라는 기대효과가 있는데 반해 외지 업체에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이 때문에 외부에서라도 개입해 이들에게 지역 기여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이를 반영해 실제로 대구시는 빅3 대기업과 지역의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이 함께하는 상생발전협의회를 제도화하고, 나아가 이들의 현지 법인화도 추진했다.그 결과 가시적 결과물도 있었다. 매년 시가 이들 대기업을 대상으로 지역기여도 평가를 하고 있다. 2019년의 경우 현대백화점이 용역과 인쇄 발주 100%, 사회 환원 기부액 26억8천만 원, 입점 175개, 공익활동 108회 등으로 베스트기업에 선정됐다. 이 정도라도 물론 적지 않은 지역 기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빅3가 지역에서 올리는 연 매출과 비교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2020년 국내 67개 백화점 점포들의 잠정 매출치 분석자료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연 매출 7천800여억 원으로 10위권에 올랐으며, 이보다 조금 뒤처져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20위권,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이 각각 40위권에 올랐다. 또 이를 토대로 업계에서는 빅3의 2020년 대구 연 매출 규모가 최소 1조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쟁은 당연한 일이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도태되는 것도 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지역민들은 그동안 지역에 진출하는 대기업들에 끊임없이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요구해왔고, 지방정부 역시 중앙정부에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추진을 주문했다.결국 한 출발선에 서서 같이 출발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서로 간에 있다는 것이고, 달리 말하면 서울·수도권 중심의 국가발전 전략이 수십 년 동안 누적된 결과로 지금과 같이 지방이 어려워졌으니 이를 일정 부분 중앙정부와 수혜자들이 책임지라는 요구이기도 하다.지역 아파트 건설 시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외지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구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가운데 현재 시공사가 결정된 데가 69곳인데, 이 가운데 지역 건설업체가 수주한 사업지는 8곳, 11.5% 남짓이라고 한다. 또 얼마 전 끝난 2021학년도 대학 신입생 모집에서는 대구·경북권 대학들이 정원을 채우지 못해 큰 곤욕을 치렀다. 일부 대학의 경우 정원에 수백 명이 미달하는 낭패를 겪었다.이런 현상을 두고 여러 원인 분석이 있지만, 그중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에 가려는 학생, 학부모들의 성향이 영향을 끼쳤다는 대학가의 분석이나, 미래 재산가치 증식 측면에서 시장은 어쨌든 지명도 높은 유명 대형건설사를 더 선호한다는 업계의 지적은 아프게 와닿는다.지역기업이야 당연하고, 지방정부, 지역정치권도 이런 지적에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당장은 경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이지만 이게 정치, 사회 분야로까지 언제 번져갈지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이슈추적/ 갈 길 먼 대구·경북 집단면역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월26일부터 시작된 이래 1차 접종을 마친 접종자 수가 85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4월1일부터는 만 75세 이상 고령층과 65세 이상 노령층 중 미접종자, 학교·돌봄 공간 종사자, 집단감염 및 중증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등으로 접종 대상이 크게 확대되는 등 본격적인 전 국민 예방 접종이 시작된다.백신 물량 확보와 접종 인프라 확대가 계획대로 이뤄지고 기피 없이 순차 접종이 진행될 경우 정부의 애초 목표대로 9월까지 국민 70%가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11월께는 국내에도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다.그러나 현재 전체적인 접종 속도가 처음 계획보다 더뎌지고 있는 데다, 특히 국내외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논란이 계속 이어지면서 국내의 집단면역 형성 시기에 대해서도 11월 목표 달성은 고사하고 올해 안에 집단면역도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최근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을 경우 접종 다음 날 하루를 쉴 수 있게 하는 백신 접종 휴가를 4월1일부터 도입하기로 했고, 지방정부도 접종 시설 확대를 위해 예방접종센터를 조기 개소하기로 하는 등 접종률 높이기에 힘을 쏟고 있다.특히 현재 국내에 가장 많이 도입돼 사용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논란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사례를 토대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논의한 결과 현재로선 백신과 직접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계획대로 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그리고 효능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는 것이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막연하게 안심해도 된다는 말로 접종할 것을 권고하기보다는 부작용 사례를 더 수집해 그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더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최근 국내 여론조사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 백신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3월22~24일 18세 이상 1천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대구·경북에서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 동의율과 우선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률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지역의 우선 접종 대상자 접종률을 보면 3월25일 기준으로 경북이 대상자 7만1천780명 중 3만7천623명이 접종을 마쳐 접종률 52.4%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구가 6만710명 중 3만5천268명으로 58.1%의 접종률을 보인다. 이 기간 대구시에 들어온 이상 반응 신고는 45건이었다.또 최근 들어 대구·경북의 확진자 추이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인다. 대구의 경우 3월17일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하루 평균 10명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그 전주(3월5일~16일)보다 2배 이상 는 수치다. 경북 역시 3월 들어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를 오락가락하며 큰 등락 폭을 보인다. 감염경로도 가족, 지인, 직장동료 등 일상 속 감염과 다중이용시설을 통한 연쇄 감염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 이후 나타나고 있는 거리두기 완화 분위기, 그로 인한 느슨해진 경각심에다 봄철 이동량이 증가한 점 등이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 고령층 접종 동의율 낮다대구·경북에서는 만 65세 이상 노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동의율이 모두 60%대로 낮아 지역의 집단면역 시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획대로 순차 접종이 이뤄져야 11월께 집단면역이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처럼 접종을 기피하거나 접종 시기를 미루는 사례가 많아지면 그만큼 집단면역 시점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3월23일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령층 중 요양병원 입원 환자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됐으며, 4월1일부터는 만 7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75세 이상 접종 대상자는 전국적으로 약 364만 명이다.대구시와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등에 따르면 3월22일 기준으로 대구지역 8개 구·군의 요양병원 77곳(1만673명)에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65세 이상 노령층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동의율은 62.2%였다. 특히 중구와 북구는 41.6%와 49,3%로 동의율이 채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경북 역시 동의율 68.5%로 전국 평균 76.9%보다 낮은 수준이었다.또 노인요양시설, 정신요양 및 재활 시설의 입소자나 종사자 중 우선 접종 대상자 조사에서도 접종 동의율(3월22일 기준)이 대구 60.4%, 경북 70.1%로 낮게 나왔다.대구시 관계자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인해 접종에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종을 마쳐야 이른 시일 안에 집단면역을 갖춰 마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안전하다’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에 따르면 3월31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자는 85만2천202명(아스트라제네카 79만1천454명, 화이자 6만748명)으로, 전 국민(5천182만5천932명·2021년 1월 주민등록 인구 기준)의 1.64% 수준이다. 2차 접종자는 8천185명이다. 1, 2차 접종자 가운데 이상 반응 의심 신고 사례는 접종자의 1.23%인 1만575건이며, 사망 신고 사례는 26건이다.신고 사례 가운데 98.6%인 1만430건은 일반 이상 반응으로 예방 접종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 두통 발연 메스꺼움 등 경증 사례이며, 아나필락시스 의심 사례는 누적 106건이다. 백신별 이상 반응 신고율은 아스트라제네카가 1.29%, 화이자가 0.49%다. 방역 당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매주 열고 사망 등 중증 이상 반응 신고 사례와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를 분석하고 있다.국내외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에서 진행한 새로운 임상3상 시험에서 자사의 코로나19 백신이 79%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월22일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사에 따르면 자사의 백신은 코로나19 증상 발현을 예방하는 데 79% 효능을 보였으며, 중증으로 진행을 막는 데는 100%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또 65세 이상 노령층에 80% 효과가 나타났으며, 특히 논란이 되는 이상 반응인 혈전 형성과 관련해서는 위험성을 높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전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평균 면역 효과가 70.4%로, 화이자 95%, 모더나 94.5%에 비해 효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국내의 보건·감염병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도 3월22일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외 자료를 토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생성 간의 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인구 100만 명당 1명 내외 빈도로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의 발생 보고에 대해서는 백신과의 인과성에 대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의약청(EMA), 영국의약품규제청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예방접종전문위원회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부동산과 투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큼 사람들의 반응이 민감한 것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또 돈만큼 자신과 타인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옛 속담 중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는 말이 근래 그 원래 뜻이 많이 변질돼 쓰이는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함이 아닌가 싶다.최근 국토부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발표 이후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올해 공시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른 탓에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 힘들다고 아우성이다.대구만 해도 평균 13.14%, 경북은 평균 6.30%가 상승했다. 지난해 두 지역 모두 마이너스 상승률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체감상승률 측면에서 당연히 더 크게 느껴질 만한 수준이다.그러나 대구·경북은 사실 수도권과 달리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이 많지는 않다. 대구가 전체 공동주택 65만여 호 중 9천106호로 1.4% 수준이고 경북은 아예 없다. 다만 공시가와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보료 등의 세 부담은 늘 가능성이 있다.이런 통계상 지표와 달리 시민들의 불만이 큰 데는 얼마 전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는 LH 땅투기 사건도 한몫한 것 같다. 한국토지주택공사라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대규모 땅투기를 한 사건인데,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 딸려 나오듯 연일 관련자들이 늘고 교묘한 투기 방법도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이고 있다.사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어디 우리 사회에서 이들뿐이겠는가 마는, 일단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일벌백계를 다짐하며 국민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이다.이와 보조를 맞춰 지방정부도 소속 공직자나 산하 공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부동산투기 조사 방침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경찰도 첩보와 제보를 토대로 땅투기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성난 민심이 이런 후속 대응으로 얼마나 가라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민주당의 한 의원은 최근 ‘공시가 6억 원 이하인 전체 주택의 92.1%는 재산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감소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공시가를 대폭 올려 세금 폭탄을 맞는다고 보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가짜뉴스’라며 일부 언론을 비판했다. 그의 말이 채 8%도 안 되는 국민의 보유세 증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소린지, 아니면 92%를 위해 8%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말인지 정확한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으나, 이를 단순하게 숫자 비교로만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아파트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 집값이 올랐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내 집만 오른 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올랐는데 어떻게 재산이 늘었다고 좋아할 일이냔 말이다. 그나마 근로 수입이라도 있는 이들은 공시가 상승 탓에 오른 세금 낼 돈이라도 있겠지만 은퇴 이후 수입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적든 많든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면 그게 또 부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정치권은 땅투기 사건이나 공시가 발표로 후폭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땅투기 사건으로는 2012년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불발 책임론이 나오고 있으며, 공시가와 관련해서는 정권과 집권당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신도시 정책은 발표만 하면 그곳에 이미 투기 세력이 들끓고 임대차 정책으로는 전세 물량 감소와 가격 폭등만 있었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주장이다.뭣이 문제일까. 일각의 주장처럼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 탓인가, 아니면 돈을 좇는 인간 본능을 탓해야 할까. 지금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민은 모두 고민이 많다.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을 따라갈 수 없어 좌절하고 있고,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들은 종부세에다 양도세까지 겹쳐 출구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습이며, 대다수 1주택 보유자들도 오르는 세금 부담에 이래저래 걱정이 늘고 있다.부동산 때문에 어수선한 요즘, 정치의 역할이 과연 뭘까 생각해보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LH 땅투기와 관련해 전체 국회의원과 청와대나 정부의 고위공직자, 선출직에 대한 전수조사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정치권이 급박하게 현안 수습에 나선 모습인데, 이에 대한 1차 평가는 내달 치러지는 선거에서 내려질 것 같다.

/이슈추적/ 생존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한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3월17일 자로 김상호 총장을 직위해제했다. 공식적인 징계 마무리 절차는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3월4일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이번 대구대 총장의 자진사퇴 표명과 학교 측의 직위해제 조치는 지역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벌써 오래전부터 떠돌았던 지방대학의 위기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는 점도, 그리고 총장이 이를 이유로 직을 던져야 할 만큼 대학들의 사정이 다급하게 됐다는 사실 모두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올해 대학 입시에서 대구·경북권 대다수 4년제 대학이 유례없는 미달 사태를 겪었다. 한때 지방대학 중 전국 최고 위상을 자랑했던 국립 경북대를 비롯해 사학 명문인 영남대와 계명대가 추가모집을 통해 가까스로 등록률을 끌어올려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지만, 대구대와 대구가톨릭대 등은 여러 차례 추가모집에도 등록률이 80%대에 그쳤다.전문대학의 사정은 더 어려웠다. 영진전문대 대구보건대 등, 한때 높은 취업률로 인기가 높아 모집 정원을 100% 가까이 무난히 채웠던 대학들마저 올해는 예외 없이 미달 사태에 휩싸였다.그러나 지방대학의 올해와 같은 미달 사태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예상했던 일이다. 모집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수급 역전 현상이 여러 관련 통계에서 예견됐었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토대로 입시 학원가에서 내놓은 자료만 봐도, 2021학년도의 경우 정원이 4년제 대학과 전문대를 합쳐 55만5천여 명인 데 비해 입학자원은 49만3천여 명에 그쳐 단순 계산으로도 정원이 6만2천여 명이나 더 많은 상황이었다.게다가 지방대의 경우는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학생들의 수도권 소재 대학 선호 성향까지 더해지면서 더 힘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일이다. 국가적 현안이기도 한 저출산 문제가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이의 영향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입학 학령인구의 감소도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그만큼 지방대학은 예전처럼 일단 한고비만 넘기면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기도, 그리고 그에 맞춘 대책만으로 위기를 넘기기도 힘든 시대를 맞게 됐다. 실제로 정원은 놔놓고 지원자만 봐도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5만5천여 명이 감소했다.이제 대학의 자구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올해 입시가 끝나자마자 대구·경북권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대책 수립에 나서 정원 축소, 일부 학과 폐지 및 통합, 학과 신설 등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놓고 혁신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그러나 대학의 노력만으로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지방대학의 주장이다. 수급 불균형에서 비롯된 위기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대책 마련에 대학들과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결국 올 것이 왔다’“결국 올 것이 왔다.” 올해 나타난 대규모 미달 사태에 대해 지역 대학 관계자들은 이 한마디로 평가한다. 일부 대학의 경우 2월 말 추가모집을 수차례나 횟수를 늘리면서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섰지만 결국 정원 100% 충원에 실패했다.4년제 대학에서는 경북대가 4천624명 모집에 4천555명이 등록해 최종등록률 98.51%였고, 계명대가 98.46%, 영남대가 99.4% 등으로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대구한의대와 경일대의 최종등록률은 지난해보다 하락한 96.2%와 97.6%였다.그러나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는 최종등록률이 각각 83.8%, 80.8%로 낮게 나와 대학가에 충격을 던졌다. 이는 지난해보다 각각 16.2%와 19.1%나 하락한 것이다. 지역 전문대도 올해 최종등록률이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100% 등록률을 기록했던 영진전문대가 올해 90.4%로 낮아졌으며, 대구보건대 역시 89.4%로 지난해보다 5.2% 떨어졌다. 또 계명문화대가 88.4%, 대구과학대가 89%, 수성대가 91.6%로 최종 집계됐다.◆ 혁신으로 돌파구 찾는다지역 대학들은 충격 속에서도 발 빠르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해 충격적인 입시 성적표를 받아들고 총장 사퇴 사태까지 벌어졌던 대구대는 3월9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대학 운영은 일단 학내 구성원들의 협의 시스템인 집단지도체제에 맡겼고 후임 총장은 5월 전후로 선출할 예정이다.대구가톨릭대는 체질 개선을 위한 경쟁력강화위원회를 개학과 동시에 가동하는 한편, 대학 시스템 개선을 위해 새로운창학기획단을 2학기에 출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수급 불균형이 근본 원인인 만큼 정원 감축이나 일부 학과의 폐지, 새로운 학과 신설 등 혁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100명이 넘게 정원을 못 채워 자존심을 구긴 경북대는 당장 상주캠퍼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게 됐다. 통합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통합 효과는 고사하고 매년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지역 전문대 역시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신임 총장이 3월 초 취임한 영남이공대는 총장 주도로 변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통해 학사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한편, 다른 지역의 우수 전문대의 모집 노하우를 수집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대구권 전문대의 경우 당장 2022학년도부터 최소한 10% 안팎의 정원 감축과 또 시대 변화에 맞게 학과 신설 및 퇴출, 학생 모집 강화를 위한 입학처체제 강화 등이 학교별로 추진될 것이란 게 지역 전문대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앞날이 더 걱정이다지방대학의 고민은 미달 사태가 한차례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대학 신입생 예상충원율’을 보면 오는 2024년에는 지방대 전체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이중 정원을 70%도 채우지 못할 지방대학이 무려 34%나 될 것으로 예측됐다. 물론 이는 모집 정원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추정한 수치이긴 하다.또 교육부의 대학 입학자원 추이를 봐도 2018년 49만7천218명에서 2021년 42만893명, 2024년 37만3천470명 등으로, 입학자원이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모집 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했다.수급 불균형 외에도 인구, 자본,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현실과 지방대 출신을 차별하는 사회 분위기 등도 지방대학의 학생 확보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이는 단기간에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학이 당장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대다수 지방대학이 등록금 수입에 학교 재정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표상 효과가 클 학생 정원 감축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을 거란 것이다.이는 또 현행 정부의 대학지원 제도와도 관련된 문제다. 지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나 현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모두 신입생 충원율, 취업률 등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해 평가 점수가 높은 대학에 정부 지원금이 많이 가도록 하고 있다.그런데 지방대학의 경우 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이라야 기껏 신입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을 대폭 올리거나 그 대상자를 크게 늘리는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빠듯한 학교 재정에서 장학금으로 많이 빠져나가게 되면 결과적으로 학교 중장기 발전을 위한 교육투자금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결국 지금의 대학지원 제도로는 현실적으로 수도권 대학만 혜택을 입게 돼, 그 결과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격차만 더 벌려놓는다는 게 지방대학의 불만이다. 물론 지방대학이 지역에 특화된 산업 분야나 시대 흐름에 따라가는 신산업 수요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학교마다 특화 전략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거는 기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두 광역단체가 출범시킨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최근 기본계획 초안을 내놓고 이를 토대로 대구를 비롯해 경북의 동부권, 서부권, 북부권 등 4개 대권역에서 시민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돌입했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주민투표가 7, 8월께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당장 시급하게 떠오른 문제는 제안 이후 1년여가 지났지만 시, 도의 애초 기대보다 지역민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주민투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얻어야 그나마 예상되는 향후 통합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텐데, 지금으로선 통과 여부도 불확실해 보인다. 공론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 도는 특히 이런 점에 주의를 집중해야 할 것이다.행정통합과 관련된 최근 여론조사 자료로, 2월 중순 공론화위가 발표한 것만 봐도 지역민들의 관심도가 아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공론화위를 알고 있다’는 응답률이 49.8%에 그쳤고, 찬반 의견도 각각 40.2%와 38.8%로 비슷한 수준에서 엇갈렸다. 또 모른다고 답하거나 무응답 비율도 21.1%를 차지했다.그런데 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유의미한 사실은 찬성과 반대 이유에 있다. 찬성 쪽에서는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지방정부 구성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 △지방정부의 권한 강화로 경쟁력 강화 등을 가장 많이 꼽았지만, 반대 이유로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산업의 발전 성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시구군별 예산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등이 가장 많았다.선택지가 정해진 방식의 여론조사라서 지역 민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통합 이후 실질적 효과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와 도는 이런 의구심을 명확하게 해소해 줄 필요가 있다. 응답자의 78.2%가 주민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점은 관심도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광역단체 간 행정통합 논의는 사실 대구시와 경북도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다. 부산시와 경남도, 광주시와 전남도, 대전시와 세종시·충남도 등 여러 곳에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해당 지역의 사정에 따라 추진 속도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이들 지역의 행정통합 추진 목적도 대구·경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는 거대 블랙홀, 수도권에 맞서기 위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그 주된 이유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되는 것들이다. 대구만 봐도 지난 40년간 국내 인구가 1천300만 명 늘어날 동안 대구는 1981년 502만 명에서 2019년 510만 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했고, 재정자립도는 1981년 88.2%에서 2016년 51.6%, 현재는 50% 이하로 감소했다. 이외에도 지방정부에 힘이 필요한 이유는 누구라도 말 한마디쯤은 할 수 있을 만큼 차고 넘치는 게 현실이다.그러나 아무리 당위성이 있더라도 제도가 정착되기까지는 법률적, 정치적 변수 등 향후 여러 고비를 넘어가야 하니 결국 행정통합 성공은 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필수 조건임이 틀림없다. 지금까지의 지역 분위기를 보면 주민투표에서 통과하리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이제부턴 행정통합에 대해 지역민들에게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으로 일상에서 어떤 변화를 체감하게 될지, 그리고 그 변화가 과연 긍정적인 면만 있는지, 또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앞으로 그걸 어떻게 보완해 나갈 수 있는지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시중에는 이런 얘기도 떠돈다. ‘행정통합 해봐야 우리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 될 게 없다’ ‘내년 지방선거 때문에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들이 계속 들린다면 결국 그 큰 비용을 들여서 굳이 통합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것이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주민투표 때까지 남은 기간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홍보에 전력을 쏟길 당부한다. 필요하다면 시장과 도지사가 직접 나서 시·도민 설명회나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론회라도 열고 이를 중계방송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이슈추적/ 신한울 3,4호기

국내에 건설 중인 마지막 원전으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4년이 넘게 공사가 중단된 울진 신한울 3,4호기가 최근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 결정돼, 최악의 상황인 사업 백지화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원전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울진군과 경북도는 시간만 끄는 기간 연장보다는 하루빨리 공사 재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현재 국내 원전 24기 중 11기가 있어 탈원전 정책의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인 경북도는 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 결정과 동시에 울진군을 비롯해 영덕군, 경주시 등과 함께 향후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영덕의 천지원전은 최근 예정구역 지정 철회가 발표됐으며, 경주 월성원전은 1호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재판이 예정돼 있다. 또 울진 한울원전단지에는 신한울 3,4호기 외에 건설 공사가 마무리된 신한울 1,2호기가 운영 허가를 2년 가까이 받지 못해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한울원전단지 내에 입지한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2017년 공정률 10% 상태에서 공사가 모두 중단돼 현재는 부지만 일부 조성된 상태로 4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4년 넘게 공사를 중단하게 되면 전체 사업의 취소까지도 가능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울진군과 경북도는 최근까지 발전사업 취소만이라도 우선 막기 위해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정부에 요구해 왔다.다행스럽게 공사계획인가는 2년 기간 연장이라는 정부 결정이 나와 지역에서 걱정했던 사업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게 향후 지역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공사 재개로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업 취소도 현재로선 여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반쪽짜리 결정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울진 주민들 사이에서 기약 없이 2년간 또 희망고문을 시키는 것이냐는 불만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이 같은 우려가 절대 지역의 과민반응이라고만 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발전사업허가를 해 놓고 사업 착수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공사계획인가를 4년이나 하지 않은 채 그동안 정권의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또 사업 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초기 투자로만 이미 수천억 원을 해 놓은 만큼 당연히 벌여놓은 사업을 기간 내에 마무리 짓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산자부에서 후속 결정을 미루자 이도 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입장에서 역시 세월만 흘려보냈다. 결국 정권에 따라 국책 사업이 표류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다.이 와중에 그러나 가장 애가 타는 쪽은 울진군과 군민들이었다. 인구 감소와 일자리 만들기의 어려움으로 해가 갈수록 지역경제 악화라는 우리 농어촌의 보편적 현상을 겪고 있는 울진군은 발전사업을 지역경제 회생의 돌파구로 삼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다.그런데 이 사업이 첫 삽만 떠 놓은 채 4년째 중단되고, 급기야는 사업 백지화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 거기다 공사 중단으로 울진군은 지역자원시설세, 기본지원금 등 연간 400억 원에 이르는 각종 지원금 손실까지 봐야 할 처지가 됐다.이 때문에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일단 파국은 피해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지역민들은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위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국회, 청와대, 한수원을 방문해 입장문을 전달했다. 경북도 역시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공사계획인가 문제에 대해 울진군과 보조를 맞췄다.그러나 지금도 울진군과 지역민, 그리고 경북도는 신한울 3,4호기 공사의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정부는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의 보상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하고 지역 세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더 큰 문제는 3,4호기 공사 재개에 필수적인 조건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나 변경이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11월 확정된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서 신한울 3,4호기를 전력 공급원에서 아예 배제하고,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4기의 원전 중 11기를 2034년까지 폐쇄한다는 결정을 했다.또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는 환경단체 등에서는 울진 한울 원전단지에 대해서 안전성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울 원전단지에는 현재 운전 중인 원전 6기 외에 가동 전 운영허가만을 앞둔 신한울 1,2호기와 공사 중단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등, 가동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을 합쳐 모두 10기가 들어서게 된다.◆ 공사 재개 여부는 2023년 말에야 결정산업통상자원부가 2월22일 22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오는 2023년 12월 말까지 2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의 결정은 다음 정권에서 하게 됐다. 산업부는 연장 결정을 하면서 ‘한수원이 귀책 사유 없이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인가를 기한 내에 받지 못한 것이므로, 공사계획인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타당하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신한울 3,4호기는 한국수력원자력에서 2017년 2월27일 정부의 발전사업허가는 받아 놨지만 올해 2월까지도 공사계획인가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허가를 취득한 지 4년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공사계획인가를 받지 못하면 발전사업 취소 사유가 된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기간 만료일인 올해 2월27일 전에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을 받기 위해 지난 1월 산자부에 기간 연장을 공식 요청했다.◆ 일단 시간은 벌어놨지만신한울 3,4호기의 기간 연장을 앞두고 울진에서는 군민 전체가 한목소리를 냈다. 그만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은 “정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으로 최근 4년간 지역에서는 고용난과 인구감소 등 큰 고통을 받아왔다.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3,4호기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결국 문제도 탈원전 정책에서 비롯됐고, 그 해법도 탈원전 정책에 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2월 시작됐지만 그해 5월 정권이 바뀌면서 중단됐다. 애초 허가 당시의 계획대로라면 발전사업허가에 이어 공사계획인가가 바로 나왔겠지만, 탈원전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후속 절차 진행이 아예 중단됐다. 이어 2017년 말에는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아예 제외됐다.또 정부는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비록 나중에 공사가 재개되긴 했지만 신고리 5,6호기는 공사 중단, 월성 1호기는 조기폐쇄 조처를 했다. 특히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서는 전면 중단 및 계획 백지화를 발표했으며, 기존 원전에 대해서도 설계수명을 60년으로 보고 수명 연장 불가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상태이다.그런데 특이한 게 신한울 3,4호기 사업이다. 명확하게 입장을 밝혔거나 처리한 다른 원전 사업들과 달리 백지화도 아니고, 계속 진행도 아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있다.신한울 3,4호기 사업은 현재까지 용지 매입 및 조성과 주기기 사전 제작 등에만 이미 7천900억 원 정도가 투입된 상태인데, 이 중 4천927억 원이 민간업체인 두산중공업의 투자금이다. 이 때문에 사업을 백지화할 경우 두산중공업과 원전 협력업체들의 소송으로 정부가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련 업계의 예상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그동안 여러 방향에서 진행해 온 법률적 검토 끝에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라는 시간벌기용 결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사진설명)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4년이 넘도록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가 최근 공사계획인가 기간 연장이 결정되면서 사업 백지화 위기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원전 소재지인 울진군과 경북도는 하루빨리 공사를 재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① 신한울 3,4호기의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주민들의 집회 모습. ②울진의 한울 원전단지. ③ 신한울 3,4호기 건립 용지.울진군청 제공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박준우 시시비비/ 정치권은 TK 민심을 외면 말라

박준우논설위원 겸 특집부장대구경북통합신공항특별법의 2월 국회 통과가 걱정했던 대로 결국 좌절됐다. 애초 TK정치권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함께 국회 동시 통과를 추진했지만 거대 여당과 국민의힘 PK정치권의 반대가 있었고, 믿었던 TK정치권은 힘을 결집하지도 못했다. 반면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은 민주당의 애초 밑그림대로 국회를 통과했다.지역에서는 당장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TK정치권의 무기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비판은 비판일 뿐이고, 지금은 모두 냉정하게 상황을 살펴 판단하고 대응 전략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과연 대구, 경북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떻게 그걸 관철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영남권 민심을 둘로 갈라놓았던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 제정으로 이제 사업 추진에 기세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지켜보는 대구, 경북 민심은 허탈감과 함께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5개 시,도 단체장이 어렵게 마련한 공동서약서도, 국책사업 추진의 엄중함도 정치적 셈법으로 무력화하는 현실을 체험한 데다, 가덕도신공항으로 인해 어렵게 결실을 보고 추진 중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마저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부산, 경남에서는 벌써 가덕도신공항의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등 공항을 중심축으로 하는 그랜드메가시티 구상을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부산, 울산, 경남 주요 지역을 1시간 이내로 신공항에 연결하는 광역교통망 구축 계획이 있다.신공항 건설에만 10조 원 이상, 그리고 광역권 철도, 도로 등 연계교통망까지 건설할 경우 어림짐작을 하더라도 수십조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 PK 지자체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 대다수 SOC사업이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기 때문일 것이다.이에 비해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의 사정은 좀 다른 듯하다. 통합신공항 이전지는 결정해 놨지만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될 대구권과 연결하는 도로, 철도 건설 등 연계교통망 구축에 들어갈 예산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현재 알려지기론 사업비만 1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통합신공항 연계철도망 예산 부담을 놓고 정부와 대구시, 경북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서대구역~통합신공항~중앙선을 잇는 총연장 47km의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인데, 정부에서는 이 사업비의 30% 정도를 두 지자체에서 부담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대구시나 경북도에서는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형편에 이마저 떠안게 될 경우 모든 부담은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다.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나 영남권 남·북지역에서 각각 거점공항 역할을 하려면 결국 연계교통망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동서남북으로 도로와 철도가 촘촘히 연결돼 있어야 사람도 화물도 공항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가덕도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의 경우 정부에서 연계교통망 구축 사업 지원에 소극적이고 미적지근하단 얘기가 들리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대구권을 연결하는 연계교통체계 구축에 들어갈 사업비만 대략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현재 나와 있는 대구통합신공항과 관련된 특별법은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무소속)과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군·국민의힘)이 발의한 두 가지가 있다. 홍 의원 법안에는 교통인프라와 배후신도시, 항공 관련 산업단지 조성 등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추진할 것과 사업 진행의 속도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의 내용이 들어 있고, 추 의원의 안에도 역시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통합신공항특별법 좌절 이후 지역에서는 TK정치권이 전열을 재정비해 3월 임시국회에서 국회통과를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TK정치권은 특별법과 관련해 중앙당 눈치보기 바쁘다, 지역민심을 외면한다, 존재감이 없다 등 갖은 수모를 겪었다. 차제에 더는 물러설 데가 없다는 각오로 특별법 제정에 온몸을 던질 것을 TK정치권에 주문한다.

/이슈추적/ 대구·경북도 26일부터 백신접종

도입 시기와 물량, 효능 등을 놓고 말도 많았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전국적으로 2월26일부터 시작된다. 대구·경북에서도 이때부터 의료인력을 첫 순위로 순차 접종이 이뤄지게 된다.국내에서 첫 접종이 이뤄질 백신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두 가지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에서 생산한 것으로, 75만 명분이 2월24일부터 수일간 순차적으로 공급돼 이틀 뒤인 26일부터 접종이 이뤄진다. 이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월10일 코로나19 백신 최초로 만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했다. 또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프로젝트(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기로 한 화이자 백신 5만8천500명분도 2월 말이나 3월 초에 도입된다.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대구·경북민들은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만, 한편으론 백신에 대한 우려도 있다.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차질과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백신 수급에 대한 불안이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2월 초순에 백신 1차 접종을 모두 마친 상태지만, 이보다 다소 늦은 유럽연합은 백신 부족 사태가 우려되자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을 도입할 움직임이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외에 스푸트니크V 백신의 도입 여지를 열어놓고 만일의 백신 부족 사태에 대비한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또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능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남아공은 2월 초 변이 바이러스의 경증-중등증 감염에 대해 백신의 예방효과가 22% 정도로 나오자 백신 접종을 보류하기로 했다. 특히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런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을 서두르는 것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조언한다.국내 방역 당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예방 능력이 떨어지더라도 환자 상태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는 데는 백신이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특히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아직 크게 유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백신 접종을 홍보하고 있다.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현재 개발된 대부분 백신은 업데이트할 수 있는 유전공학적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일단 기본 백신을 접종한 다음 업데이트되는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한다.이외에도 짧은 개발 기간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상 백신은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코로나19 백신은 1년 만에 개발에서 접종까지 이뤄지게 되면서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이미 접종을 시작한 유럽에서 고령층 효능 논란이 있었고 화이자, 모더나 백신 역시 유럽에서 부작용 사례 보고가 있었다. 그러나 유럽 각국 정부는 세 백신 모두 심각한 부작용 사례는 없으며, 발생률 역시 미미한 수준이라며 접종을 권유하고 있다.국내 전문가들도 백신 개발 과정에 생략된 부분이 없고 점차 백신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으므로 맞는 편이 낫다고 권고하고 있다. 김신우 대구시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완벽히 안전하다는 것은 없다. 기대 이익이 위험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백신을 맞고,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백신을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다만 백신 접종 효과의 지속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아직 명확한 답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최소 2주 정도는 지금처럼 거리두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백신 선택권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국내에 가장 먼저 수입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예방 효과가 70% 정도로,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90% 이상)보다 떨어지고 가격도 10분의 1 정도로 알려지자 일부 중증 질환자나 고령자 가족들은 “돈을 낼 테니 비싸더라도 예방 효과가 높은 백신을 맞고 싶다”는 의견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이와 관련, 김신우 단장은 ‘백신이 효과가 50% 이상 되면 예방접종이 가능한데 (거론되는 백신은) 현재 90%대나 70~80%가 나오고 있다. 집단면역 효과를 위해 먼저 들어오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한다. 정부도 접종 시 개인이 백신을 선택할 수 없다고 이미 밝힌 바 있다.한편 정부는 1월28일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예방접종 순서는 의료, 방역체계 유지, 중증 진행 위험, 코로나19 전파 특성 등을 고려해 정해졌으며, 이에 따라 확정된 1순위 접종 대상자는 의료진 5만 명이다. 백신은 9월까지 전 국민 1차 접종을 마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시기 전인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그러나 애초 1차 우선 접종 대상자로 예정됐던 만 65세 이상의 요양 병원·시설 입소자나 종사자에 대한 접종은 백신 신뢰도를 높여줄 추가 임상 정보를 더 확인할 수 있도록 3월 말 이후로 연기됐다.◆ 대구 46만 명, 경북 65만 명 상반기에 접종올해 상반기 중으로 대구시가 최대 46만여 명, 경북도가 최대 65만여 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곧 도입될 화이자 백신을 2월 하순부터 대구의료원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등 대구 7개 병원의 코로나19 의료진 3천 명에게 우선 접종한다.2분기부터는 취약시설을 중심으로 41만3천여 명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며, 3분기 7월부터는 만성질환자, 군인, 경찰, 소방, 사회기반시설 종사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 시설 종사자 등 160만여 명에게 순차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경북은 코로나19 치료종사자 1천100명, 만 65세 미만의 요양병원·노인요양시설 입원·입소자와 종사자에게 우선 접종한다. 3, 4월에는 의료기관 근무 보건의료인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119구급대 등) 1만7천여 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다.5, 6월에는 노인시설 입소자 등 3만6천 명, 의료기관 근무 보건의료인 1만1천여 명에게 접종하며, 하반기에는 이때까지 백신을 맞지 않은 도민들에 대해 11월 전까지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대구시, 경북도 백신 접종 준비 마무리대구시는 2월 말부터 시작되는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해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추진단을 이미 1월 중 구성했다. 또 8개 구·군 당 최소 1곳씩 접종센터를 우선 선정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다.접종센터에서는 초저온 냉동이 필요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접종이 주로 이뤄진다. 또 상온 보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지정의료기관 선정도 2월 중 마무리한다. 기존 독감 예방접종에 참여했던 의료기관 1천160곳 중에서 신청을 받아 결정할 계획이다.경북도 역시 백신 접종을 위해 일선 시·군과 협력하고 있다. 애초 23개 시·군의 체육관이나 군민회관을 활용해 모두 24곳(포항 2곳)에 접종센터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오는 10월 구미를 중심으로 도내 71개 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인 제102회 전국체전 준비로 인해 이 계획을 일부 수정했다.이미 선정된 백신 접종센터 가운데 경기장과 겹친 10곳을 제외하는 대신, 소규모 접종센터 여러 곳을 선정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예정된 접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접종센터마다 초저온냉동고를 설치하며, 지정의료기관도 1천여 곳을 운영한다. 지정의료기관에서는 비교적 운반·보관이 쉬운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 접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슈추적/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들끓는 TK 민심

‘외통수에 딱 걸렸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요즘 심정이 아마 이럴 것 같다. 반면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는 표현은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에 꼭 들어맞는 말일 듯하다.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두고 하는 얘기다.새해 들어 영남권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 논란이 1일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지지를 선언함에 따라, 결국 여야 합의로 이달 중 처리될 것 같은 분위기다.그러나 정치권의 이 같은 정략적 행보와 달리 영남권의 민심은 여전히 부산 울산 경남과 대구 경북이 판이하다. 특히 대구·경북에서는 믿었던 국민의힘이 선거에만 매달려 기준과 원칙도 없이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 굴복해 배신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애초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5개 시, 도 단체장의 합의로 수용해놓고도 부산시장 보궐선거 확정 이후 나온 민주당의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카드에 여론이 급변했다.그러나 대구·경북에서 이를 보는 시각은 좀 다르다. 경제성 등 확인된 객관적 이유로도, 정서적으로도 가덕도신공항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경제성만 보더라도 가덕도는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신공항 후보지로 ‘경제성 없음’이라는 평가 결과가 나온 곳이다. 당시 심사 주체였던 동남권신공항입지평가위원회는 경제성뿐 아니라 환경성에서도 낙제점을 줬다.또 박근혜 정부에서도 가덕도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의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 자연환경 영향성과 사회적 편익 비용 등 여러 면에서 공항 부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곳이다. 이런 전문기관의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당시 정부는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결정했다.여기다 대구·경북에서는 정서적으로도 가덕도신공항은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밀양신공항 백지화 결정 과정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함께,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과정에서 벌어졌던 TK 소외에 대한 불만도 있다.2002년 민항기 추락사고로 100여 명이 사망하자 당시 김해공항을 대체할 신공항 건설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가덕도와 밀양이 유력 후보지로 부상했다. 이후 두 곳을 두고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백지화, 재추진 등의 우여곡절이 있었고 결국 김해공항 확장이란 애초 선택지에도 없던 결정이 나왔다.이 과정에서 영남권은 가덕도를 원했던 부산과 밀양을 지지했던 대구 경북 경남 울산으로 갈라져 심각한 갈등을 빚었고, 이렇게 팽팽하게 대립한 지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5개 시, 도 단체장들은 어떤 결과도 수용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서명서까지 발표했다.그런데 불과 4년 만에 이를 뒤집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새로운 곳도 아니고, 전문가들의 심층심사,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곳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총리실 김해공항검증위원회의 ‘김해공항 확장안 재검토 필요’ 결정은 지금도 그 법적 절차와 정당성에서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은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검토와 평가 과정이 필요한 국책 사업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게 대구·경북의 판단이다.거기에는 또 여, 야의 지지 기반이 영호남으로 양분된 정치 현실도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의 경우 가덕도신공항 문제가 텃밭인 영남권을 PK와 TK 둘로 갈라놓을 수 있는 사안인 데 비해, 민주당에서는 손해 볼 것 없는 이슈란 판단으로 얼마든지 정략적 접근이 가능했다는 것이다.실제로 그간의 사정을 봐도,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한목소리를 내 대응하지도, 그렇다고 외면하지도 못한 채 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대선 이후 영남권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민주당은 부산에서 민심을 한번에 만회할 수 있는 폭발력 강한 필승 카드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었고, 실제로 최근 부산 민심의 추이에서도 이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그러나 정치권은, 특히 집권당인 민주당은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 혈세 수십조가 투입될 국가사업을 정치적 득실만으로 결정했다는 국민적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특별법, 2월 국회서 처리될 듯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공언해 왔던 민주당에 이어, 이를 반대해왔던 국민의힘이 최근 당론으로 특별법을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월1일 부산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가덕도와 일본 규수를 잇는 해저터널을 뚫어 부산이 하늘길, 바닷길, 땅길의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은 대통령과 정부의 ‘선 공식 입장 표명, 후 특별법 논의’라는 주장을 견지해 왔다.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소속 국회의원 136명 이름으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공동발의하고, 당론으로 이를 2월26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민주당은 특히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를 1월에만 두 차례 부산을 방문한 이낙연 대표가 거듭 확인하고 부산에서 열린 당 싱크탱크 행사와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공개 선언하는 등 표심 몰이에 이용하고 있다.◆ 존재감 바닥으로 떨어진 TK 의원들그동안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전략을 뻔히 알면서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가덕도신공항에 PK와 TK의 이해가 상반돼 있어 당 차원에서 입장을 하나로 정리해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보통은 당내에 이견이 있으면 지도부가 나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마저도 서로 의견이 엇갈렸다. 게다가 선거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시간적으로도 묘책을 궁리할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어느 쪽이든지 선택을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아니면 당론을 정하지 않고 대응하는 게 맞는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고민만 깊어지는 분위기였다.이런 가운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1일 특별법 지지라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선택이 앞으로 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불확실하지만 당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TK 의원들의 입장이 궁하게 됐다는 것이다.국민의힘이 당론으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당장 대구·경북 민심이 들끓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가덕도신공항을 찬성하고 이에 대해 지역 정치인들이 함구하고 있다는 점이 답답하고 안타깝다’, ‘가덕도신공항 절대 반대라는 게 지역 민심이다’ 등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1일 가덕도신공항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권 시장은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영남권 5개 시, 도 단체장의 합의에 따른 것인데 일방적으로 이를 무시하고 가덕도신공항특별법까지 추진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했고, 이 지사 역시 “가덕도신공항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그나마 TK 의원들 가운데 김상훈(대구 서구), 강대식(대구 동을) 의원 등 2명은 1일 ‘가덕도신공항이 절차적 정당성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를 위해 △김해신공항 백지화 여부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5개 시, 도 단체장 합의 △철저한 연구, 검증과 타당성 조사 등을 제안했다.한편 국민의힘 추경호(대구 달성) 의원은 1월28일 TK 지역구 의원 및 TK 출신 비례대표 등 23명과 함께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법률안에는 민간공항 시설과 연계 도로 및 철도 등 인프라 사업에 국비 지원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을 국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과 병합 심사해 민주당의 가덕도특별법 처리와 동시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에 대한 국비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게 지역정치권의 복안이다.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