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이 지난 2일 오후 중구 ‘공간 7549’에서 ‘대구지역 청년 부채, 금융피해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부채 해결을 위해 개최한 토론회 모습.대구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1월 실직자가 됐다. 다니고 있던 직장이 폐업했기 때문이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 대출을 받았지만 3개월밖에 버티지 못했다. 돈이 급했던 A씨는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3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는 광고를 접했다. 의심이 됐지만 돈이 필요했던 나머지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사기였다. 매월 고액의 기기값, 통신요금, 월 18%에 달하는 원금 이자 등이 지출돼 점점 더 수렁에 빠졌다. 빚을 제때 갚지 못 해 휴대전화를 또 개통했고, 1천200만 원을 빌렸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향후 5년간 매월 90만 원씩 납부해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생활고에 시달리는 청년들을 상대로 ‘금융’사기가 대구지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대구 청년 부채 및 금융피해 실태조사’에 응답한 만 19~34세 청년 523명 중 73명(14.0%)이 금융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불법 금융 피해의 종류도 보이스피싱이 38.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중고거래사기·P2P(개인대리)투자사기가 각 9.5%, 내구제대출·작업 대출·대포통장·스미싱이 뒤를 이었다.피해를 입은 사람 중 49.6%는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고, 23.4%는 자존감 하락 등 심리적 피해를 호소했다.특히 작업대출, 내구제대출 등 신종 사기가 활개치고 있다.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에 따르면 작업 대출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대가로 브로커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떼어 간다.‘내가 나를 구제한다’는 의미로 이름이 지어진 내구제 대출은 대부업자가 즉시 일정 금액을 주는 대신 휴대전화 개통 등의 방법으로 수년간 고액의 약정금을 납부하는 방식이다.최유리 대구청년연대은행 디딤 이사장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미취업청년과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이 금융사기에 취약하다”며 “지역사회 내 해결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이은호 수습기자 leh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