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이란 없습니다/여기까지가 전부입니다//시 한 줄 절절히/하늘에 닿는다 해도//거긴들 아쉬움이 없겠습니까/미완의 인생 한 편「허공에 한 발 지상에 한 발」(2024, 고요아침) 김제현 시인은 1939년생이니 올해로 85세다. 여든 고개를 넘는 일은 기적이다. 온갖 풍파와 모진 일을 수도 없이 겪으면서도 견디고 이겨내어 쟁취한 세월이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험난한 성상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온 것은 어쩌면 시조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조 창작자, 시조 연구자, 시조 교육자로서 높은 경지에 오른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만년에 펴낸 시조집 첫머리에 ‘서시’를 올려놓고 많은 이들에게 선시와 같은 화두를 던진다. 읽는 순간 먹먹해진다. 살아보니 완성이란 없음을 뼈에 저리도록 자각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까지가 전부라고 진솔하게 고백한다. 마음 깊이 수긍이 간다. 이어서 시 한 줄 절절히 하늘에 닿는다 해도 거긴들 아쉬움이 없겠느냐고 반문한다. 하늘에 닿을 정도의 절창임에도 아쉬움이 있다는 대목에서 화자의 겸양지덕을 엿본다. 그 점은 미완의 인생 한 편과도 같은 것이라는 결구가 잘 말해주고 있다. ‘허공에 한 발 지상에 한 발’이라는 시조집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그의 인생 철학을 한 줄로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의 삶의 영위와 허공이라는 무한대의 세계를 향한 기대감이 함께 집약된 제목을 보면서 인생무상을 절감한다.구순을 바라보는 김제현 시인은 ‘무제’에서 서시와 일맥상통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산은 우뚝하고 골짜기로 물이 흐르는 절로 난 흐름의 길가 꽃들은 피어서 바쁘게 몸을 추스르는 이것을 무엇이라 하랴. 시냇물 제 혼자 소리 내어 흐르고 나뭇잎 하나 달빛 싣고 흔들리며 가느니 이것을 무엇이라 하랴. 먼 산 뻐꾸기 운다. 이것을 무엇이라 하랴, 라는 질문이 두 번 등장하여 독자에게 되풀이해서 묻는다. 참으로 간곡하다. 어찌 그가 모르랴. 모든 일을 다 헤아리고 있건만 다시 묻고 있는 것이다. 삶이 이토록 미쁘고 정겹고 아름답기에 작품에 나오는 산, 골짜기, 물, 꽃들, 몸, 시냇물, 나뭇잎, 달빛, 뻐꾸기 등이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것이다. 사람은 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서 숨 쉬고 살면 된다. 그밖에 무슨 욕심을 더 낼 터인가?문학평론가 박철희는 김제현 시조 세계를 전통과 개인의 결합으로 보았고, 유성호는 시조 미학을 통한 존재론적 근원의 탐구에 힘쓴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구경적 탐색의 심층을 가장 부지런히 수행해온 장인으로 훌륭한 범례를 남기고 있음을 밝혔다. 호소력이 큰 진솔한 울림의 시조로 한 시대를 어기차게 견인해온 원로시인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한다.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