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지난 1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대구시의사회가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부의 방침을 비판했다.대구시의사회는 '의대증원 2천 명, 정부의 오판과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지난 27일 게시했다.문답식으로 진행된 영상에서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위원장)은 “필수의료 대란과 지방의료 공백의 원인이 의사 수 부족 때문이라고 정부가 잘못 진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의료공백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필수의료를 하고자 하는 젊은 의사들이 적기 때문이며 필수의료 인력의 배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이 위원장은 현 의료계의 상황과 정부의 대처를 ‘깨진 물통’에 비유했다. 물통에 구멍이 나 물이 새는데 구멍을 막는 것이 먼저지, 물을 붓는게 먼저가 아니라는 것이다.구멍을 먼저 막은 뒤에 그래도 물이 부족하다면 물을 더 부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이 위원장은 수치상으로는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 접근성이 좋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외래 방문 횟수가 15.7회로 OECD 평균 5.9회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다.우리나라보다 인구당 의사 수가 2배 이상 많은 그리스의 사례를 예로 든 이 위원장은 “그리스의 의료가 2배 더 공급이 잘돼야 하는데 실제 그리스의 공공병원이나 지방도시, 취약지역에는 의사가 부족해 난리다. 인구당 의사 수가 그 나라의 의료 성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대구시의사회가 27일 게시한 유튜브 영상 갈무리.‘소아과 오픈런’ 문제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소아과 의사가 모자란 것이 아닌, 의료 수가 등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소아과 질환은 감염성, 전염성 질환이 대부분이다. 아이들이 아플 때 같이 아프면서 시기적 환자가 집중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라며 “소아과의 진료 수가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환자가 없을 때라도 (병원이) 잘 유지할 수 있게 해주면 소아과를 포기하고 미용이나 재활, 성인 진료로 갔던 소아과 의사가 본업에 충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 정원을 2천 명으로 늘릴 경우, 의료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곧 의과대학이 2부 수업을 하게 될 것 같다. 의대에 기초교수가 모자라서 힘든 상황인데 정원이 늘면 교육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며 “해부 실습, 대학병원 실습 등 모든 게 제대로 진행될 리 없는데 엉터리 수업·수련을 받은 의사에게 우리의 몸을 맡기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의대 증원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이 위원장은 “정부가 힘으로 밀어붙여서 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만큼 편하고 빨리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정부의 진단은 잘못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