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약 60년 후, 2019~2021년 대구에는 성내동 비둘기가 나타났다.쪽방촌은 주로 중구 성내2동 그리고 대신동, 동구 신암4동, 서구 비산7동, 북구 칠성동2가 일대에 등장해 갖은 이유로 설움 가득한 이들의 보금자리가 됐다.하지만 최근 수년간 대구 중구 면적의 절반이 넘는 면적의 쪽방촌이 대구 전역에서 철거된 후 그 자리는 대규모 공동주택이 들어서고 있다.쪽방촌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개선책은 없는지 더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17년부터 대구 전역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우후죽순 진행 중인 가운데 쪽방촌이 속속 사라지고 있다.6일 자원봉사능력개발원 대구쪽방상담소 연간 쪽방 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원을 받는 쪽방촌은 건물 66동·926실이며 634명이 거주하고 있다.지역 내 지원 중인 쪽방이 가장 많았던 2013년 136동·1천461실·858명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폐쇄된 쪽방촌 건물은 2017년 1동, 2018년 2동, 2019년 7동, 2020년 40동, 2021년 18동으로, 2019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2020~2021년 2년 사이에 대거 자취를 감춘 것으로 나타났다.사라진 68동 중 51동(71%)의 폐쇄 이유는 재개발·재건축이었다. 이 가운데 중구에서 25동(37%), 동구에서 24동(35%)이 각각 철거돼 주거 취약 계층이 발 뻗을 틈마저 사라졌다.노숙인복지시설이 실종된 쪽방민의 거처를 파악하고자 신규 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가 비교적 재개발·재건축이 저조했던 서구로 이동했으며 주거 환경이나 여건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이들은 여전히 평균 5.6㎡(약 1.4평) 남짓한 공간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대구쪽방상담소가 지원하고 있는 쪽방촌을 제외하고 대구시를 통해 쪽방민들이 이주할 만한 시설을 조회 후 조사에 응답한 64곳을 파악한 결과, 퇴거당한 쪽방민들은 또 다른 고시원이나 보증금 없이 달세로 운영되는 여관·여인숙 등 숙박시설인 ‘비주택 거주지’를 전전한 것으로 조사됐다.비주택 거주지는 △서구 28곳(44%) △북구 13곳(20%) △달서구 7곳(11%) △중구 6곳(9%) △동구·남구 5곳(8%)씩 등이다.비주택 거주지의 83%는 부엌이 없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13%가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다. 목욕시설도 16%가 없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고, 온수시설은 30%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83%가 에어컨이 없어 기존 쪽방촌(76%)보다 못한 실정이며 11%가 난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대구쪽방상담소 유경진 간사는 “최근 주거 취약 계층이 비주택 거주지를 거주지로 삼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곳은 국토교통부가 규정하고 있는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친다”며 “앞으로 비주택 거주지에 거주하고 있는 쪽방민들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유현제 기자 hjyu@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