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안지랑곱창골목 상인들 간 해묵은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질 기세다. 안지랑곱창전통시장상인회(이하 상인회) 소속 상인들 사이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상인들이 두 단체로 갈라선 것도 모자라 공공브랜드 상표권을 두고 소송전까지 예고하는 등 대립각이 지속되는 모양새다.대구 남구청 등에 따르면 2015년 상인회 소속 일부 상인들이 상인회를 탈퇴한 뒤 안지랑골 곱창상가번영회(이하 번영회)를 설립했다. 상인들이 두 단체로 갈라선 데에는 당시 상인회장 A씨와 상인회 소속 상인들의 이권 다툼이 영향을 미쳤고, 특히 곱창 납품 과정을 두고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최근에는 ‘안지랑곱창’ 상표권을 둘러싸고 법적 다툼까지 예고되면서 상황이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번영회 측에서 안지랑곱창골목을 상징하는 공공브랜드가 A씨 점포에 버젓이 게재된 것을 두고 개인을 위한 사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해당 공공브랜드는 ‘돼지’ 모형 그림과 ‘안지랑곱창’ 글귀가 새겨진 상표로, 2011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과 시장경영진흥원(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공모를 통해 안지랑곱창골목 공공브랜드로 정식 지정됐다.번영회 관계자는 “상인회가 비영리단체인 탓에 안지랑곱창골목 공공브랜드 상표 소유권과 특허권 등이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A씨에게 돌아갔다. 이 때문에 상인회를 탈퇴하고 번영회를 설립한 상인들의 경우 현재 해당 공공브랜드 상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졌으며, A씨 등 상인회 소속 상인들만 공공브랜드 상표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무엇보다 A씨 점포가 안지랑곱창골목을 상징하는 대표 업체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소송을 위한 법적 자문을 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두 단체로 갈라서기 직전까지 상인회에 소속된 모든 상인들이 해당 공공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실제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양측 간에 진흙탕 싸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상인회 측은 이전까지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다가, A씨가 점포 규모를 확대하는 등 영업이익이 상승하자 경쟁 관계에 있는 상인들이 일방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상인회 관계자는 “번영회에서 최근 남구청을 상대로 골목 입구에 세워진 아치형 간판을 철거해 달라는 요청을 한 걸로 알고 있다. A씨 점포의 공공브랜드 상표를 삭제할 수 없으니, 오히려 골목 입구에 내걸린 공공브랜드를 삭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들이 지속되자 상인회에서도 (번영회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남구청은 자칫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갈등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상인회와 번영회 간 갈등에 어느 쪽 편을 들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양 측의 합의점이 도출됐을 때 안지랑곱창골목 입구에 설치된 아치형 간판 철거를 고려해 볼 예정이다”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당분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안지랑곱창골목의 발전을 위해 두 단체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이은호 기자 leh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