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5만 가지의 생각으로 수많은 선택에 대한 갈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진학과 취업, 결혼 등의 인생을 좌우하는 큰 갈림길에 놓인 진중한 선택과 짜장면을 먹을 것인지 짬뽕을 먹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가벼운 일상사의 선택 앞에 고민하는 시간을 지금도 만나고 있다.누구나 사소한 일을 결정해야 하는 선택이 있는가 하면 목숨이 걸린, 또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무거운 역사적인 선택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심해야 하는 경우도 경험한다.공부와 운동은 물론 연애에도 박사급이던 고향친구는 국립대학 상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지만 어울림학에 빠져 결국 대기업 취업보다 과외선생을 업으로 선택해 안방도사로 전락, 친구들의 모임에도 결석하는 외톨박이가 되었다.제갈량은 위나라와의 전쟁에서 실수로 패배를 가져온, 동생처럼 아껴오던 장수 마속의 목을 울면서 베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수족을 잘라내는 속쓰린 선택으로 전체 군기를 세웠다. ‘읍참마속’이라는 고사성어가 지금까지 전하는 속울음으로 결정한 역사적인 선택은 우리의 교훈이 되고 있다.다니엘스미스는 ‘빌게이츠의 위대한 선택’에서 “기회가 없으면 만들면 된다”면서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의 위치에 올라있는 그의 성공의 법칙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빌게이츠는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적인 사고방식으로 도전적인 선택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의 이러한 선택이 세계적인 갑부의 반석에 앉게 했다.프리드먼은 ‘선택할 자유’에서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선택할 자유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가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 것은 대부분 이익집단에 이용되거나 정부의 권력만을 키우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사회는 이점을 간과하며 꾸준히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또 “우리는 세상 질서 안에서 살면서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발휘함으로써 세상질서를 만들어 간다”면서 “내가 원하는 세상, 자유로운 세상을 만들려면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방법론을 제시했다.우리 국민들은 4월10일의 제한된 선택을 해야 하는 중요한 권리행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으로 우리의 권리를 대행할 인물들이 좌우 어디에도 편향되지 않게 바르게 의정을 펼쳐나갈 수 있게 응원하고 감시해야 한다.물론 우리의 중차대한 선택은 사지선다형 답안을 받아든 수험생처럼 객관식으로 주어진 숫자를 찍어야 하는 제한적 자유이자 권리다. 국가가 국민에게 강요하는 제한적 선택의 자유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중하게 책임이 따르는 권리의 행사, 강요받은 선택을 반드시 해야 한다. 우리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대한민국 정부 앞에는 또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선택이 남아있다.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도시를 결정해야 하는 일이다. APEC 정상회의는 세계 21개 국의 정상들과 장관, 언론인 등 5천여 명이 참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수조 원에 달한다. 이러한 중차대한 행사를 결정하기 위해 선택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대내외에 홍보하고, 행사 진행의 효율성과 안전성 등에 대한 인프라의 준비 여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한 선택 요소다. 무엇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뿌리가 되는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도시가 경주라는 것을 선택의 가장 앞머리에 두어야 한다. 이번 선택으로 대한민국이 얻게 되는 부가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회를 공정한 잣대로 마련하기를 국민적 열망으로 주문한다.국민적 선택의 시간이 초시계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즐겁고 행복한 날들을 만들어 가기 위한 지혜가 극도로 필요한 순간이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