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태양은 지지 않습니다. 나는 떠나지만 또 다른 태양이 뜰 것입니다."'태양의 아들' 대구FC 이근호(38)가 3일 열린 인천UTD와의 2023 K리그1 홈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은퇴, 20년간의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아들을 안고 그라운드에 입장한 이근호는 이날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를 가득 채운 관중 앞에서 팀의 주장으로 선발 출전, 후반 14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특히 이날 이근호의 프로 마지막 경기는 그가 첫 프로 유니폼을 입었던 인천을 상대로 해서 의미를 더했다.이근호는 K리그 통산 390경기 80골 53어시스트, K리그1 우승 1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2012 AFC 챔피언스리그 MVP·올해의 선수상 수상, 국가대표로 A매치 84경기에 출전해 19골을 기록하는 등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한 최고의 공격수다.2004년 인천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문한 이근호는 2007년 대구로 이적해 두 시즌을 뛰며 59경기 23골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이후 J리그 주빌로 이와타, 감바 오사카에 입단하며 해외에서도 활약했고 2012년 울산 소속으로 K리그에 복귀한 후 상주 상무(군 복무), 엘 자이시(카타르), 전북, 제주, 강원, 울산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2015년 전북에서 활약했던 이근호는 1부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했다.이근호는 2021년, 13년 만에 '태양의 아들' 수식어를 붙여준 '제2의 고향' 대구로 복귀해 세 시즌을 뛰었다. 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따스한 리더십으로 대구의 역대 최고 성적인 K리그1 3위, AFC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만드는 데 일조했으며 이번 시즌에도 대구의 부주장으로 뛰며 파이널A 진출에 기여했다.대구는 대팍 개장 이후 첫 은퇴식 주인공인 이근호를 위해 두 달 가까이 정성을 다해 은퇴 무대를 준비해 왔다. 대구는 야외광장 중앙에 이근호의 대형 포토월, 넘버 포토존, 캐릭터 포토존을 조성했으며 이근호와 관련한 다양한 선물을 팬들에게 제공했다.이날 이근호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플레이어 에스코트로 나서 이근호의 마지막 선수 입장을 함께했다. 경기 전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구FC 엔젤클럽은 이근호에게 공로상패, 명예엔젤 위촉패, 꽃다발 등을 전달했다.팬들은 이근호의 등번호 '22'에 맞춰 전반 22분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를 선사하며 그의 마지막 경기를 격려했다. S석에서는 카드섹션과 서포터즈가 준비한 현수막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팬들은 이근호가 공을 잡을 때마다 환호성과 박수를 보내며 끝까지 응원했다.이날 경기 직후 진행된 이근호의 공식 은퇴식에서는 그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상영된 데 이어 이근호의 가족들도 영상을 통해 그와 구단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팬과 구단은 이근호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이근호는 "수많은 경기를 해왔는데 오늘 같은 기분은 처음이다. 나는 참 행복한 선수였다. 팬들의 카드섹션, 기립박수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간직하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이어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최원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그는 "대구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나는 떠나지만 또 다른 태양이 뜰 것"이라고 말해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한편 대구는 이날 경기에서 전반 40분, 후반 11분 각각 터진 에드가의 헤딩골에 힘입어 인천UTD를 2대1으로 누르고 승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대구는 리그 6위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했다.김명규 기자 kmk@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