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글씨가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됐다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졸수(90세)를 바라보는 칠곡지역 할머니들이 뒤늦게 배운 한글 손글씨가 대통령 연하장에 등장해 화제다.한컴오피스와 MS워드, 파워포인트 등에 정식 글씨체로 등록된 ‘칠곡할매글꼴’이 바로 그것이다.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새해를 맞아 국가와 사회발전을 위해 헌신한 각계 원로나 주요 인사, 국가유공자 등에게 칠곡할매글꼴을 통해 작성된 신년 연하장 카드를 발송했다.연하장에는 “위 서체는 늦은 나이에 칠곡군 한글 교실에서 글씨를 배우신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됐습니다”라고 적혀 있다.윤 대통령의 칠곡할매글꼴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2년 전 검찰총장 시절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서 칠곡할매글꼴을 사용했다.그는 “칠곡군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어르신의 사연을 듣고 SNS에 사용하게 된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손글씨가 문화유산이 된 것과 한글의 소중함을 함께 기리는 차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자신의 글씨체가 대통령 연하장에 사용됐다는 소식을 접한 권안자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칠곡할매글꼴은 칠곡군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처음 한글을 배우고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를 보존하기 위해 2020년 12월 만들어졌다.당시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 400개 중 5종을 뽑았다.김영분(77), 권안자(79), 이원순(86), 이종희(81), 추유을(89) 할머니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할머니들은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천 장에 이르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한 결과 5종의 칠곡할매글꼴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칠곡할매글꼴은 한컴오피스 등 각종 서식 프로그램에 정식 글씨체로 등록된 데 이어 경주 황리단길에 칠곡할매글꼴로 제작된 대형 글판이 내걸리는 등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포항 해병대교육훈련단이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입대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었으며, 국립한글박물관도 칠곡할매글꼴을 유물로 영구 보존키로 했다.김재욱 칠곡군수는 “칠곡할매글꼴은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가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글꼴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