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파스텔 톤’, ‘나이프’로 조각 시리즈 꾸준히 이어와||밝은 미소 뒤 생사

▲ 배성예(56·여) 작가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코로나로 힘든 시련이 계속되고 있지만, 좋은 기억과 감정들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저의 전시를 보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 배성예(56·여) 작가가 이번 전시를 앞두고 “코로나로 힘든 시련이 계속되고 있지만, 좋은 기억과 감정들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저의 전시를 보고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로나로 힘든 시련이 계속되고 있지만, 좋은 기억과 감정들을 회상하며 잠시나마 저의 전시를 보고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배성예(56·여) 작가가 환한 미소로 말했다.

‘장미꽃’, ‘파스텔 톤’, ‘나이프’.

배 작가의 그림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다. 작가는 3가지의 소재와 재료로 ‘조각’ 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눈에 띄는 기법들로 그가 캔버스 평면에 녹인 삶의 흔적들은 보는 이에게도 마음 깊이 내재한 기억의 조각을 찾길 바라서다.

기억에서 영감을 주로 받는 그가 내면에 있는 행복한 여러 순간의 감정을 캔버스에 풀었고, 그림을 통해 선한 영향을 주기 위해 30년 이상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 배성예, 소중함
▲ 배성예, 소중함
▲ 배성예, 아름다움
▲ 배성예, 아름다움
그의 그림을 처음 본 순간 파스텔 톤의 장미꽃을 연상케하는 두꺼운 아크릴 물감이 눈에 들어온다.

붉고, 화려한 장미꽃이 아닌 따뜻함이 느껴지는 색조로 희미하되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장미꽃이다.

이는 작가만의 특별한 작품 세계로, 장미꽃을 사용해 특정 감정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배 작가는 “아름답고 우아한 장미는 행복한 기억과 닮아있다. 행복한 기억처럼 밝게 피어났다가 잎을 떨궈내며 기억에서 잊힌다”며 “기억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곤 한다. 그림 한 점을 가만히 응시할 때 잊고 지냈던 따뜻한 기억이 떠오르길 바랐다”고 말했다.

특히 두꺼운 양감을 표현하고자 사용한 날카로운 나이프의 섬세한 터치는 은은한 여운을 더한다.

아크릴과 겔을 혼합해 입체감 있게 꽃잎을 캔버스에 표현한 것이다.

붓으로 그린 장미꽃은 명료하지만, 짧은 여운을 전한다.

하지만 나이프의 두꺼운 질감이 묻어난 장미꽃은 꽃이라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추상성을 더해 보는 사람의 시선에 따라 재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여기에 은은한 파스텔 톤으로 안정되고 차분한 감성을 녹인다. 이는 그의 온화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따뜻한 마음이 드러난다.

작품의 제목은 보면 명확해진다. 그가 느끼고, 추구하며 보는 사람이 느꼈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의 감정들이다. 글자만으로 따뜻해지는 ‘감동’, ‘용기’, ‘아름다움’ 등이 작품명이다.

▲ 배성예, 환상
▲ 배성예, 환상
그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꼬박 작업만 이어갈 때도 있었다고 웃음 지었다.

밝은 미소 뒤 이러한 작업 배경에는 그의 본업으로 인한 병상이 있었다.

2017년부터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작가는 센터 운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같은 해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가 찾아왔다.

다행히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병행하면서 많이 호전됐고, 현재는 수시로 병원을 찾으며 주의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내고 있단다.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본업과 함께 30년 이상 틈틈이 작업 활동을 이어온 배 작가가 2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12월 대구경찰청 무학갤러리에서 ‘행복의 조각’ 시리즈로 초대 개인전을 개최한 데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기억의 조각’ 시리즈로 30여 점을 내건다.

이번 전시는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DGB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