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운수, 소속 기사들에 지난해 12월31일 일방 해고 통보||불성실 근로 사유, 소속 기사

▲ 지난 14일 대구 수성구 A운수 차고지의 모습. 한때 70여 대의 택시로 차고지가 가득 차 있었지만, 현재 10여 대가량만 차고지에 쓸쓸히 서 있다.
▲ 지난 14일 대구 수성구 A운수 차고지의 모습. 한때 70여 대의 택시로 차고지가 가득 차 있었지만, 현재 10여 대가량만 차고지에 쓸쓸히 서 있다.
대구의 한 법인택시회사 기사들이 하루아침에 수십 년간 정든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다.

관리·감독 기관인 대구시의 철저한 외면 속에 한평생 ‘시민의 발’로 달려온 택시기사들의 마음은 멍들어가고 있다.

17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A운수 소속 운수종사자 13명은 지난해 12월31일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받았다. 2019년 소속 기사가 70여 명에 달했던 A운수는 불과 2년 만에 껍데기만 남게 됐다.

회사 측이 밝힌 해고 사유는 직원들의 불성실 근로다.

노사 교섭으로 결정된 지난해 대구지역 택시기사들의 월급은 189만7천160원이다.

기사당 월 400만 원가량을 납입해야 수지타산이 맞지만, 기사들의 근무 태만으로 회사 경영 환경이 나빠져 부득이하게 해고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소속 기사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택시 수요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월 400만 원 납입은 애초에 무리한 요구라고 항변했다. 그동안 기사들이 영업 환경 개선을 위해 카카오T블루 등 호출플랫폼 설치 요구를 해왔음에도 회사 측에서 이를 묵살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A운수가 그동안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기사들의 월급을 제멋대로 책정한 전적(본보 2021년 8월19일 1면)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적반하장격’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2020년 1월부터 A운수가 밀린 임금 체불액은 2억7천만 원에 달한다.

A운수 장영우 노조위원장은 “남들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을 지급하고, 일자리를 강제로 뺏지 말라는 것”이라며 “이번에 해고당한 기사들은 최소 20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 지난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 있는 A운수 대표 명의 공동주택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
▲ 지난 14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 있는 A운수 대표 명의 공동주택 입구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기사들의 모습.
현재 A운수 대표인 B씨는 연락두절 상태다. 이에 기사들은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서도 지난 3일부터 회사 대표 명의의 공동주택 입구에서 부당해고 취소 및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리·감독 기관인 대구시는 뒷짐만 진 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해부터 A운수가 전액관리제 위반, 임금체불 등 수차례 조짐을 보였음에도 소극행정으로 일관하며 사실상 일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택시노동조합 김기웅 조직정책국장은 “택시는 공공 운수여객사업이다. 시민에 교통편의를 제공하라고 시에서 운송사업 면허를 내준 것”이라며 “여객운수사업 의지가 없다면 시에서 당연히 면허를 반납받아야 한다. 현 상황은 시에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노사 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재 A운수에 경영계획서 제출을 요청한 상태”라며 “경영계획서를 받아본 후 면허 반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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