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정리 과정서 안전사고 위험 불거져, 내년 잠정 연기||열차 정차횟수 확보도 어려움 겪

▲ 대구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서대구 KTX역 전경. 대구일보DB.
▲ 대구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서대구 KTX역 전경. 대구일보DB.
대구 서대구 KTX역의 개통이 결국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14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서대구역세권 개발사업의 첫 단추부터 어긋나면서 이후 사업 진행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일 대구시에 따르면 당초 연말로 잡혀 있던 서대구역 개통이 안전상의 문제로 잠정 연기됐다. 시는 올 상반기부터 서대구역에서 종합 시범 운전을 진행해 왔다.

서대구역은 지상역으로 건립됐다. 현재 KTX 경부선 하행선은 신동역(칠곡군) 인근부터 지하로 진입, 서대구역을 지하로 통과한 후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동대구역으로 가는 형태다.

대구시와 국토교통부는 노선 정리를 위해 신동역 인근에서 구 경부선 철도를 활용해 서대구역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노선 정리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대구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서대구역 개통을 준비해 온 대구시가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의견이다.

업계에선 안전은 표면상의 이유일 뿐 결국 역 활성화를 위한 최소 열차 정차횟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을 결정적인 이유로 분석했다.

대구시가 국토교통부에 요청한 일일 고속철도(KTX·SRT) 정차횟수는 최소 ‘21회’ 이상이다. 이는 2015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당시 제출했던 계획이기도 하다.

대구시는 서대구역 인근 대규모 공동주택 건설이 예정돼 있는 데다 동대구역 이용객을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는 만큼 수요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정차횟수는 한번 결정되면 변경이 어려운 만큼 시작부터 최대한 많은 횟수를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깔렸다.

시는 철도운영사인 한국철도(코레일)와 수서고속철도(SRT) 측에 정차횟수를 늘려달라는 공문을 발송한 상태다.

철도운영사들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다. 서대구역의 수요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SRT 운영사인 SR은 횟수는커녕 아직 정차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SR 관계자는 “협의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대구역 개통이 미뤄지면서 환승주차장, 교통광장, 복합환승센터 등 관련 인프라 건립 계획도 줄줄이 밀리게 됐다.

인근 하·폐수처리장 지하화 사업 및 민간자본으로 추진되는 역세권 개발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통일 확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과 발전 동력 확보”라며 “이 두 가지를 확보될 때까지 개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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