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시시비비/ 대구 경제계의 목소리 내기

발행일 2021-12-02 14:11:5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경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구상공회의소의 근래 행보와 목소리 내기가 주목된다. 먼저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중요한 현안을 직접 챙겨 대선 출마 후보들에게 지역경제계 전체의 제언 형식으로 건의했고, 또 달빛동맹 체결로 교류의 폭을 확대해 가고 있는 광주와의 협력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기업 하는 사람들이 생태적으로 정치나 민감한 사회 이슈에 개입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대체로 상식으로 통한다. 그리고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라면 더더구나 그런 일에 관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구상의에서 보인 일련의 움직임은 이익단체로서보다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에 더 충실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온다.

얼마 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는 대선에 출마한 각 당 후보들에게 ‘대구경제계 제언’ 형식으로 만든 건의서를 전달했다. 여기에는 당장 대구에 긴요한 대형 국책사업으로 로봇개발, 디지털 전환사업, 의료 분야, 메타버스 분야 등의 주요 사업이 망라돼 있다. 또 통합신공항 특별법, 광역교통망 구축, 중견기업 지원,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은 지역현안 10대 과제로 별도로 선정해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대구상의가 이런 제언과 과제를 선정, 발굴하는 과정에서 지역 대학들과 서로 협력한 일은 학계와 경제계의 협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지역 상공인들을 대표한다는 분명한 목적이 있는 이익단체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중 하나로 지역 현안과 관련해 지방정부의 카운트파트 역할을 맡아왔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모태인 대구민의소가 일제 강점기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 김광제 선생 등에 의해 설립된 단체로, 지역 경제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단결력을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또 10월에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광주를 방문해 광주상공회의소와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3년 대구시와 광주시 간에 달빛동맹이 체결된 이후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오히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축하하고 잘한 일이다.

특히 주목되는 건 광주, 대구를 중심으로 한 남부권광역경제권 구축에 두 경제단체가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남부권광역경제권 구상은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수도권 집중화, 일극화에 따라 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지방에서, 그중에서도 영·호남의 대표 도시인 대구와 광주를 중심으로 해 한반도 남부 권역에 대규모 경제벨트를 구축하자는 게 바로 이 남부권광역경제권 구상이다. 그렇지만 구상은 나왔지만, 그 후 실질적 진전 없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치권에서 주로 언급됐던 이슈였다.

이런 가운데 두 지역 상의를 중심으로 경제인 교류와 기술정보 협력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 구체적 발전 방안을 찾기로 했다는 선언은 머지않아 가시적 결과물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하는 진전이었다. 대구상의와 광주상의 간의 교류는 공식적으로만 보더라도 1998년 시작돼 벌써 20년 넘게 연륜을 쌓아왔다. 그런데도 이때까지는 영호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형식적 관계에 머물러 온 감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2020년 두 지역 상의는 ‘가업승계 원활화 제도 개선’을 정부에 공동 건의한 것을 시작으로, 12월에는 동서경제교류협의회 회의를 개최했다. 또 올해는 ‘달빛내륙철도 조기 건설 추진 촉구 공동성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촉구 공동 서명운동’ 등, 경제 분야를 넘어 정치, 사회 이슈에 한목소리를 내는 데까지 발전했다.

우리는 과거 경제와 정치의 밀월로 인해 벌어졌던 여러 일을 아직도 좋지 못한 기억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 가지 목표일지라도 그걸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분야냐를 막론하고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실현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대구와 광주는 앞으로 하계아시안게임 공동유치, 달빛고속철도 조기 건설 등 서로 힘을 합쳐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대구상공회의소의 목소리 내기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역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쭉 이어지길 기대한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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