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버스전용차로 위반 하루 30건 꼴||실제 적발건수는 ‘빙산의 일각’, 승용차에 점령당

▲ 지난 25일 오후 6시께 대구 북구 칠곡중앙도로에서 일반차량들이 단속카메라를 무시한 채 버스전용차로 위를 달리고 있다.
▲ 지난 25일 오후 6시께 대구 북구 칠곡중앙도로에서 일반차량들이 단속카메라를 무시한 채 버스전용차로 위를 달리고 있다.
대구 시내버스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도입된 ‘버스전용차로’가 속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단속 규정을 아는 일부 운전자들의 얌체 행위 등으로 시내버스 정시 운행을 돕지 못하는 것은 물론 혼란만 초래하는 애물단지라는 비판도 나온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 단속 건수는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7천916건이다.

현재 대구지역 버스전용차로는 21개소 117.8㎞ 구간에 설치돼 있다.

통계상으로는 버스전용차로 침범 차량이 하루 평균 30대 가량에 불과해 출·퇴근 시간 버스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버스전용차로가 형체는 있지만, 실체는 없는 유명무실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시내버스 기사는 “실제 단속에 걸리는 차량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출·퇴근 시간 버스전용차로를 점령한 승용차 때문에 2차로에서 위태롭게 승객을 하차시킨 적도 많다. 왜 행정기관에서 적극적인 단속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북구 칠곡중앙대로에 설치된 버스전용차로 단속카메라 밑에서 1시간 동안 확인한 결과, 총 897대의 일반차량이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했다.

하지만 대구시에 확인한 결과 25일 기준 대구지역 전체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 적발 건수는 62건에 불과했다.

이 같은 괴리에 대해 업계에선 시에서 지역 도로 여건과 맞지 않는 단속 방식을 택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시는 버스전용차로에 대해 구간 단속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정 거리(148~410m)를 두고 2개의 카메라가 설치돼 2곳에서 모두 적발돼야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중앙이 아닌 가로변 버스전용차로 방식인 대구의 도로 특성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번 적발되더라도 골목으로 새거나 우회전을 통해 카메라를 경유하는 차들을 카메라가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초 전용차로 도입 당시 지점 단속 방식을 택했던 대구시는 민원 폭탄이 쏟아지면서 구간 단속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일이 아닌 특정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5시30분~7시30분)에 운영돼 운전자들의 버스전용차로 준수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구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 남운환 전무는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버스전용차로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 지금 상황에선 차라리 없는 게 나을 정도”라며 “시에서 의지를 갖고 버스전용차로에 대한 단속 강화는 물론 차로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부터 단속카메라를 확대해 단속 사각지대가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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