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시대에 따라 달라진 작업 세계관 층별로 전시

▲ 이세득 화백 ‘서정추상과 심상의 기록’ 전시 모습.
▲ 이세득 화백 ‘서정추상과 심상의 기록’ 전시 모습.
단색화의 새로운 대안이 된 ‘서정추상’의 대가로 유명한 화가 이세득의 그림 세계를 조명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딱딱한 개념미술을 벗어난 서정추상은 자유분방한 감성을 표현한 기법으로, 율동감 있고 편안한 터치로 심각하거나 어둡지 않다.

이세득 화백은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과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전후 추상미술이라는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깨우친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적 서정추상의 세계를 개척한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국제조형미술가협회 및 국립현대미술관회 등에서 활동하며 선재미술관장을 역임하는 등 해외 전시 기획으로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 이세득, 작품 26
▲ 이세득, 작품 26
한국적 서정추상의 선구자이자 미술행정가로서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을 끼친 이세득 화백 ‘서정추상과 심상의 기록’ 전이 오는 31일까지 갤러리 CNK(대구 중구 이천로 206)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이세득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시대적 흐름에 따른 그의 작품의 변화를 들여다볼 수 있다.

작품은 50여 점으로, 유족들의 전시 의사에 따라 이뤄졌다. 작업 당시 액자를 그대로 가지고와 시대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의 작업 특징은 사물과 풍경의 재현보다는 멜로디의 라인과 조화로 만들어진 음악적인 패턴을 추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한다. 클래식 전공자로서 미술 작업에까지 그의 감수성이 드러난 것이다.

전시관에는 층별로 시대에 따라 달라진 이세득 화백의 작업 스타일을 들여다볼 수 있다.

1층에는 앵포르멜 시기(1958~1966년)의 작품이다. 이세득 화백은 1958년부터 1962년까지 파리에서 유학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앵포르멜 등 격정적인 추상미술을 체험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추상미술을 시작하게 된다.

이 시기 대상성은 사라지고 형태들은 단순화, 추상화돼가는 제2차 세계 대전 등 전쟁의 아픔을 기록한 초기 작업이 있다.

2층에는 1967~1980년대 작품이다. 파리에서 귀국 후 이세득 화백의 확연히 달라진 작품 세계관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들과 서정추상의 조화와 융합이 명백히 드러난다.

그는 감각적이고 밝은 색채의 세련된 추상 화면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 단청의 색채, 기와의 둥근 연주문 등 전통적인 모티브를 이용한다.

3층에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다. 한층 더 성숙해졌지만, 더욱 원초적인 서정추상이 드러나는 작품을 엿볼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 요소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동양의 서체를 닮은 듯한 역동적인 필획의 단순 추상 구성으로 대체된다.

전통적 모티브 대신 면과 선, 반점이 강조되고 개체의 성격, 색채가 분명하게 자리 잡는다. 1985~1986년 절정을 이루는 빨강, 파랑, 노랑의 삼원색과 검은색이 가미된 색채 구성을 볼 수 있다.

김소연 갤러리 CNK 대표는 “최근 단색화가 높은 인기를 끌며 미술시장을 견인한다면 시각을 바꿔 단색화의 흐름 이후 새로운 대안이 된 서정추상주의를 주목했다”며 “1960년 말 미니멀스타일에서 더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서정추상을 지향한 것처럼 현재의 화단에 또 다른 감성의 변화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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