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20점 포함 모두 27점 전시, 내면의 큰 변화로 작업 세계 깊어져

▲ 이우석 작가가 15번째 개인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우석 작가가 15번째 개인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이우석, ‘나는 나다(I am that I am)’
▲ 이우석, ‘나는 나다(I am that I am)’
모든 인간에게는 지문이 있다. 지문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인 것을 드러낸다.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지문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나 요즘 휴대전화에 지문만 찍어도 잠금이 해제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말이다.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붙여진 이름보다 나를 알릴 수 있는 또 하나의 ‘나’인 것이다.

이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형태로, ‘지문’을 고집해온 이우석(60) 화가의 올곧은 작업 세계관이다. 2019년부터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을 맡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끊임없는 고민으로 결국 나를 나타내는 최선책은 ‘지문’이라는 답을 찾으면서 지문을 가지고 그는 ‘나는 나다(I am that I am)’ 시리즈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이 각양각색이라 다채로운 지문을 사용할 법도 하지만 그는 오로지 한 가지 패턴의 지문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세상 사람들이 가진 가장 보편적이라고 꼽힌 6가지 지문 형태 중 1가지만 가져와 작업에 반영한다.

그는 “우리는 분리돼있다고 착각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모두 하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남을 해치거나 나만의 이익을 좇을 이유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사람은 하나’라는 큰 주제로 움직이는 것이다. 우주의 모든 것이 단 하나에서 빅뱅이 일어나 분리된 듯 보이지만, 결국 인간 모두는 하나에서 왔으며 언제나 하나라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더욱 깊어진 지문 작업을 볼 수 있는 이우석 작가의 15번째 개인전이 오는 21일까지 구미 예갤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20호 신작 20점을 포함해 모두 27점을 선보인다.

▲ 구미 예갤러리 전시 전경.
▲ 구미 예갤러리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 초연하고, 한층 성숙해진 그의 작업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올해 일생일대 큰 고난을 겪으면서 내면의 깊이가 더해져 그의 붓질은 더욱 자유롭고 가볍다. 회화적 요소가 더욱 가미된 것이다.

과거 얇은 붓으로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균일한 지문의 파장을 그려왔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붓이 흘러가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여 파도처럼 넘실대는 파장을 볼 수 있다.

또 단색을 추구하는 단순 작업이 아닌 색의 기본인 오방색, 무지개색, 삼원색을 한 세트로 작업해 회화적인 감성을 녹였다.

이 작가는 “많이 내려놓게 됐고, 자유로워졌다”며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붓을 휘두른 작업을 통해 치유를 받았고 작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했다.

그는 매일 오전 A4 용지 3장에 달하는 일기를 쓴다. 또 밤낮으로 명상을 통해 내면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없어졌고 당연하게 여기게 됐다. 영감을 받기 위해 일기를 쓰면서 자신을 이원화시키는 연습을 했다”며 “호기심은 꼬리를 물었고, 하루하루 감사하다는 답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문과 그 파장은 모두 에너지다”며 “우리가 모두 ‘하나’에서 왔다고 생각한다면 남을 미워할 수 없다. 깨달으면 편안해지고 늘 감사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나에게 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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