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노래」 6에서
풀잎이 무슨 의미일까. 선문답의 화두로 삼을 만하다. 풀밭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하다. 생명이 살아 숨 쉰다. 풀은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표징이다. 풀은 초록을 만들고 산소를 뱉어낸다. 풀밭엔 초식동물이 풀을 뜯고 곤충이 먹이를 찾느라 분주하다. 각종 포식자는 배를 채우기 위해 눈을 번득인다.
풀은 희망의 깃발이다. 내일을 살아갈 삶의 에너지를 초록의 바다에서 충전한다. 풀은 신이 일부러 흘려준 생명의 씨알이자 주도면밀하게 설계된 비장의 카드다. 때를 맞춰 먹이를 마련하는 일이 성가시고 짬을 내기도 힘들어 고심 끝에 고안해낸 회심의 역작이다. 풀은 생명을 낳은 어머니이고 동시에 생명을 받은 아가다.
풀은 남녀노소 우수마발 차별하지 않는 평등과 정의의 화신이다. 스스로 실천하고 한 점 의혹도 없다. 그 근원이나 근본을 가리지 않고 풀색으로 치장하고 시종일관 한 마음을 보인다. 풀의 시위는 신의 뜻을 상징적으로 전해주는 듯하다. 죽음이 생명으로 이어지는 암시는 영원한 생명의 은유다. 끝은 시작이고 시작은 끝이다.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고 행복일지 모른다.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