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고속철도 연결지역 비메모리 ‘반도체 도시’ 구상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경북(TK) 발전을 위해 반도체 미래도시 건설 등을 내걸고 대선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TK 시·도민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대구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달라진 외모에 대한 입장부터 밝혔다.

그는 “사실 꾸밀 줄도 모르고 쇼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22년째 정치하면서 해오던 스타일대로 늘 그렇게 왔다”며 “이번에 처음 염색도 하고, 머리도 짧게 잘랐다. 그러니까 각오는 좀 더 새롭다”고 웃었다.

유 전 의원은 이어 진지한 어조로 TK 발전을 위한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은 반도체 미래도시다. 위치는 지금 생각에는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가 연결되는 만큼 그 지역이 제일 좋다고 본다”며 “앞서 일자리 대책 차원에서 영남과 호남을 아우르는 지역에 정부가 50조 원을 선투자하고, 또 50조 원을 민간 투자를 유도해서 100조 원의 반도체 미래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모리 반도체는 이미 경기도에 집중돼 있다”며 “비메모리 분야에서 대만과 미국, 중국을 따라붙어야 하는 만큼 반도체 미래도시는 비메모리 분야에 특화된 곳을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또 “정부가 50조 원을 먼저 투자하는 이유는 삼성이나 SK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조차도 리스크가 커서 비메모리에 투자하는 걸 굉장히 꺼리는 만큼 정부가 50조 원을 선 투자하면 대기업 중소기업의 민간투자도 따라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달빛내륙철도 지나가는 곳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면 TK 젊은이들한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학 졸업만 하면 전부 다 서울 등 수도권에 일자리 구하러 가야 하는 데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TK 통합신공항 후적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통합신공항은 13년째 제 손때가 묻어 있는 사업”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후적지는 불로동, 방촌동, 동촌동 외에도 주변의 고도제한이 풀리면 공항이 있던 200만 평을 합해 거의 1천만 평 가까운 땅이 생긴다”며 “여기에 아파트만 지으면 대구 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 산업과 기업이 와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00%는 아니더라도 국비가 50%가 들어오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후적지를 개발해야 한다”며 “그러면 산업용 토지를 상당 부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음 정부 초반에는 신공항 관련법을 바꿔서 후적지 개발하는 계획을 제대로 만들고, 그때 되면 대구시장이 누가 돼 있든 대구시가 다시 계획을 해야 한다”며 “후적지에 새로운 산업을 유치할 수 있느냐에 TK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내륙도시니까 부산이나 인천보다 늘 핸디캡이 있지 않나. 우리가 인정해야 한다”며 “그러니까 땅을 시가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200만 평 중에 100만 평이라도 만약 대구시에 주면 뭔가 진짜 새로운 산업을 유치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지역 민심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그는 “최근 서문시장을 방문했는데 따뜻하게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있고, 굉장히 냉담하신 분들도 있었다”며 “그런데 어떤 가게 아주머니가 저한테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빨리 풀어 달라’고 말씀하시더라, 저한테 ‘말도 하기 싫다’ 그런 거는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괜찮았고 열심히 두드리며 시민들 마음이 좀 바뀔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정치 현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후보 고발 사주 의혹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진실”이라고 못 박았다.

덧붙여 “윤 전 검찰총장과 주변 사람들이 진짜 그런 고발하라고 고발장을 당에 전했느냐다”며 “그걸 윤 후보가 알았느냐, 묵인했느냐 아니면 지시했느냐 이 부분이 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함부로 예단은 안 하겠지만 윤 후보 문제가 과거 병풍사건 때 김대엽이가 했던 식으로 나중에 선거 다 끝나고 나서 아닌 걸로 밝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가 없는데 박지원 국정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민주당이 음해해서 진짜 중상모략으로 덮어씌우는 거라면 당이 나서서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는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을)에게는 날을 세웠다.

그는 “홍준표는 내가 잡을 것”이라며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짓고, 후적지를 두바이식으로 개발한다는 공약은 제 손때가 묻은 사업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근 젊은 층에서 높아진 홍 의원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홍 의원이 예민한 건 피하면서 옛날에 개그맨 될 뻔했다고 말하니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이 ‘이 사람 재밌네’ 하는 것 같다”면서 “재미로 하는 지지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잘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같이 쌍욕도 할 줄 모르고, 홍준표 후보같이 장인한테 영감탱이라고 막말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정치권에서 22년째 지금 수많은 사람을 봤는데 큰소리치는 사람치고 진짜 강한 사람은 못 봤다”라고도 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야당으로서 맨 앞에 서서 투쟁했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여당 의원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 제일 쓴 소리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인간미가 없다’라는 일부 지적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반박했다.

이어 “보수 쪽에서는 ‘너무 왼쪽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보수 정치인 중에 저만큼 복지 정책에 관해서 관심 있고, 많이 이야기한 사람은 없다”며 “주변의 인간관계도 한 번 관계를 맺은 사람하고는 저는 끝까지 간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 전 의원은 “저는 정책적으로 제일 준비가 잘 되어 있고, 토론에 제일 강한 후보”라며 “이재명 후보와 토론이건 정책이건 도덕성이건 가장 대비가 돼서 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6년 15대 총선 당시 TK에서 자민련 ‘녹색 태풍’이 불어 대구에서는 강재섭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신한국당(현 국민의힘) 인사가 전멸했다”며 “대구가 오래가지만 바뀔 때가 되면 바뀐다.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 꼭 좀 바뀌어주길 바란다. 내 새끼라고 생각해 달라.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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