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을 수 있다면 ‘영혼’도 판다”…벼랑 끝 지역대학 살아남기 몸부림

발행일 2021-09-12 14:53:1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전액 장학금 지급에 편법도 불사, 만학도비율 전체 입학생의 절반에 이르기도

전문가들 “경쟁력있는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 시급”

경북도립대
벼랑끝에 몰린 지역대학들의 내년 신입생 모집을 위한 몸부림이 처절하다.

만학도 유치를 위한 ‘영업’에 나서는가 하면 현재 인기학과의 경우 미래에 대한 고민없이 신설부터 하고보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올해도 대구·경북지역 4년제 대학교 예상경쟁률이 지난해(0.89대1)와 비슷한 0.90대1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대까지로 범위를 넓히면 대구·경북 전체 대학의 예상 경쟁률은 0.713대1(지난해 0.675대1)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 해 지역대학이 모집하는 신입생보다 1만8천328명이 모자란다는 통계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수시모집에 들어간 지역 대학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데려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경북도립대는 최근 내년부터 재학생 모두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등록금 가운데 국가 및 교·내외에서 받는 장학금을 제외하고 본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는 방안으로 사실상 재학생 모두가 무료로 학교를 다니는 셈이다.

영진전문대, 영남이공대 등 대구지역 전문대학들은 최초합격자에게 수업료의 50%를 감면해주고 추가합격자들에게는 100만 원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특히 최근 교육부 재정 지원대학에서 탈락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수성대는 입학처 홈페이지를 통해 신입생등록자 전원에게 100% 장학금을 지급(간호학과 제외)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4년제 대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입시에서 대규모 미달사태를 빚어 총장사퇴 파문을 불러 온 대구대는 2022학년도 최초합격자 전원에게 입학성적 우수장학금을 지급하고, 수시모집에서 합격한 수험생들에게는 기숙사 입사 혜택도 주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경일대도 모집단위, 전형유형별 최초합격자들에게 한학기 수업료 30% 면제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입시전문가들은 대학의 이 같은 파격 제안에도 실제로 취업이 유망한 인기학과를 제외하면 줄줄이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숫자 채우기 급급한 대학들의 편법도 난무하고 있다.

일부 지역 대학들은 부족한 신입생 숫자를 늘리기 위해 교직원을 동원한 만학도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만 25세가 넘는 만학도 비율이 절반 가까운 대학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안경광학과의 경우 입시철이 되면 안경점을 경영하거나 근무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등록금을 면제해 줄 테니 등록만 해달라며 ‘영업’을 하는 대학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입학할 경우 중도탈락자가 많이 발생해 나중에 대학 평가 때 낭패를 겪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학과를 개설할 때 장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상황을 살펴 신설하기보다는 당장의 유행을 좇아 학과를 만들다 보니 인력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창업과 취업에 유리한 안경광학과가 개설된 학교는 대구·경북지역에만 9개학교에 한 해 입학생만 320명 정도다. 부산· 경남지역 5개학교 185명에 비해 2배가량 많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해 급부상한 반려동물 관련 학과에 전문대는 물론 4년제 대학마저 뛰어들고 있는 것도 우려의 시선을 자아내고 있다.

올해 첫 신입생을 받은 대구한의대 반려동물보건학과는 2022학년도에 5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고, 대구대도 반려동물산업학과에 35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지역 교육 전문가는 “학생모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학과부터 개설하는 풍토는 대학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학과 신설을 서두를게 아니라 마땅히 갖춰야 할 실험 실습 공간이나 우수한 교수진을 갖춰 부실교육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지역 대학 관계자는 “입학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위 인기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학생 유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총 동원해야 할 처지”라면서 “정원을 채울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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