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은 나의 놀이터”…기피 대상 송전탑 필요성 역설해 빛 밝힌 박우진 사진작가

발행일 2021-08-26 10:13:14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역문화의 힘, 청년예술가 〈11〉 박우진 사진작가

20년 전 뛰어놀던 놀이터 송전탑 일원, 존재 가치 드러내

박우진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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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은 제 놀이터죠.”

자칫 대중들에게 기피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송전탑’을 당당히 ‘나의 놀이터이자 낭만이 깃든 곳’이라고 소개하는 사진작가 박우진(27).

그는 대구예술대 사진영상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대구사진비엔날레 ‘마을열기 바라보기 인 마켓(in market)’ 전으로 데뷔한 후 지역에서 다양한 전시의 참여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7년 동안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는 ‘송전탑’ 등을 주제로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아 ‘꼬꼬물(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한다)’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가장 ‘나’답기 위해 작업을 해오고 있다.

송전탑을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약 20년 전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놀이터로 삼고 또래 친구들과 뛰어놀던 송전탑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송전탑을 꺼리며 하나둘씩 떠나가는 사람뿐이었단다.

거기서 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에서 비롯돼 송전탑의 숨겨진 존재 가치를 끄집어내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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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는 단순했다. 특정한 콘셉트나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던 그가 우연히 송전탑이 눈에 들어온 것.

어느 날 밤거리를 거닐다 가로등을 바라보며 어릴 적 희미하게 자리하던 송전탑 밑에 폐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그때 ‘전기를 발전소부터 가로등까지 전달하기 위해서는 송전탑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스치듯 했다”며 “이후 기억들이 상기되면서 관심을 가지고 작업에 몰두하게 됐다”고 했다.

박 작가는 송전탑을 촬영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던 일화를 꺼냈다.

외딴집에서 불과 100m 거리에 송전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봤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촬영하기 시작했으나 이내 집주인이 나와 물끄러미 작가를 바라봤다는 것.

그는 “송전탑에 대한 자신의 작업을 소개했다”며 “이내 주인이 보상에 대한 불만을 쉬지 않고 토로하며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는 말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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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 수창동 스핀오프 윈도우 갤러리 ‘43.2k’ 전시 전경.
사진작가 박우진은 오는 29일까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동 스핀오프 윈도우 갤러리에서 사진과 설치로 개인전을 펼친다.

작업명은 ‘43.2k’. 이는 그가 분석한 우리나라 송전탑 개수다. 2018년 기준 국내에는 송전탑 약 4만3천200여 기가 세워졌다.

이번 전시작품은 사람들의 기피 대상이지만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우뚝 서 있는 송전탑 주변 사진이다.

흑백 사진으로 된 송전탑의 현실 속 모습은 쓸쓸하지만, 존재 가치를 당당하고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존재만으로도 무겁고 압도적인 크기의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송전탑을 관객들이 한 번쯤은 다른 시선으로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번 작업에 대해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화 후 경제 발전을 통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다”며 “생성된 전기는 전국으로 전달되고, 송전탑 스스로 충분히 몫을 하고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송전탑을 통해 전기가 어떻게 생성됐는지, 송전탑 주변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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