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래시에 주목해야 할 이유

발행일 2021-08-04 10:34:05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미중 갈등의 불씨가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어 중국 IT 기업들의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데 반해 중국은 미국과 내통한다는 의혹은 물론이고 체제 위협론까지 앞세워 자국 IT 기업들을 통제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알리바바, 텐센트, 틱톡 등 내로라 하는 중국의 대형 기술기업, 이른바 빅테크들이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극심한 견제와 규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행처럼 회자되고 있는 테크래시(techlash)는 이런 상황을 빗대어 만들어진 신조어로 기술(technology)과 반발(backlash)의 합성어다.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해 소위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의 독점력에 대한 반발은 물론이고 국가 권력에 대한 도전에 대한 각국 정부의 위기의식,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에 대한 반발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가 본격적인 비접촉 시대로 진입하게 되자 플랫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빅테크들은 마치 노다지를 캔 것과 같은 막대한 수익을 누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전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엄청난 수익을 얻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이나 저소득층 등 이른바 취약계층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빚더미에 올라 앉는 등 극심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필요한 상황에 빠진 것 또한 사실이다.

속칭 구글세라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 논란이 유럽 각국에서 먼저 제기된 것도 이런 문제 의식이 발단이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재정 여력이 바닥에 이른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확충은 물론 이를 재원으로 각종 사회 안전망을 확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니 일석이조다. 빅테크 입장에서는 이보다 큰 악재도 없겠지만 말이다.

여하튼 디지털세 논란은 빅테크 제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반대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라는 변형된 형태의 과세 방안 도입을 통해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OECD 회원국을 포함한 세계 130개국이 빅테크를 포함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 기업 등의 세금 회피 방지를 위해 세율을 15%로 설정하고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합의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에 대한 세계 각국의 합의가 있은 후에도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세계적인 규제 도입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이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핵심은 경쟁 촉진을 통한 빅테크의 독점 방지, 개인정보 유출 방지 등을 위한 랜섬웨어(ransomware; 몸값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 차단,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등 디지털 무관세 협상, 빈곤층 노동 차별 개선 등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빅테크 견제 방안들이 거의 대부분 망라돼 있다고 하겠다. 물론, 이러한 견제 방안들은 빅테크에 준하는 영향력을 가진 대기업들에게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소수 대기업이 대상이 되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이 예정돼 있을 뿐이고, 설사 도입된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디지털 뉴라운드 협상도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는 아직 합의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도 준비할 여유가 있는 등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테크래시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 더불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큰 맥락에서 보면 디지털 경제화의 진전으로 글로벌 통상 환경과 규범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우리도 한미 FTA를 통해 전자적 전송에 대한 무관세, 디지털 재화 비차별 대우, 전자서명 및 전자인증의 선택 자유화 등의 의무조항이 포함된 전자상거래 규범을 다룬 경험은 있다. 하지만, 디지털 무역 의무조항을 강화한 CPTT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독립적인 형태의 협정인 미국과 일본의 디지털무역협정, 중견국 입장을 반영한 싱가포르-칠레-뉴질렌드 간 DEPA(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등은 이미 우리의 경험을 뛰어넘는 사례다. 테크래시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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