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인간은 구속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이 본능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옭아매고 자신을 구속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자율에 의한 것도 있고 타율에 의한 것도 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회는 모든 것이 정해진 틀 속에서 움직인다. 누구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한다면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혼란을 막고자 생긴 것이 법과 제도다. 그런데 우리는 법 테두리 내에서 자유롭기도 하지만 반대로 법의 구속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1차적인 규범이 예와 도덕이라는 틀이다. 이를 벗어나면 법의 영역으로 각종 제한을 받는다. 법은 사회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때문에 각종 법이 자꾸 생겨난다.

법은 인간은 자유롭고 만인은 평등하다는 대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금 입법 만능주의가 판을 친다.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는 법률이 입법기관에 의해 쏟아지고 있다. 집권 여당이 180석이라는 다수에 기대 입법 횡포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련의 법률이 그것이다. 야당과 언론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임위를 통과시켰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와 자유의 핵심이다. 표현의 자유를 막는 법률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기본권을 제한하는 독소임에 틀림없다.

--5·18특별법 등 표현의 자유 시험대 올라

5·18특별법을 두고 말들이 많다. 되레 5·18 정신을 훼손하는 법이 됐다는 평가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내 젊은 날 5·18 잃고 싶지 않다”며 ‘표현의 자유’ 제약이 독재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전남 함평 출신으로 광주에서 중·고교를 다닌 그는 광주의 아들이다. NYT도 최근 “문 대통령이 5·18 역사왜곡 범법화하며 정치적 지뢰밭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했다. 5·18 특별법의 제정 배경과 논란을 소개하고 “한국의 표현 자유가 시험대 올랐다”고 썼다. 검열과 역사를 정치 무기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 상임위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가짜 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여당이 추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맹비난을 받고 있다.

그간 야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언론 재갈법’이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았다. 거대 여당의 힘이 독불장군으로 만들었다. ‘가짜 뉴스’의 기준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현행법상 민·형사상 소송과 처벌이 가능한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도 많다.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근을 가로막는다며 국제 사회로부터 비판받았다.

일련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쏟아내는 민주당은 독재를 비판하면서 그들 자신도 닮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후퇴가 아닐 수 없다.

--좋은 나라는 법을 적게 만드는 나라

전국시대의 정치가 상앙은 엄격한 법치를 시행해 진나라를 강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법률을 정비하고 토지와 세제를 개혁하여 통일의 기초를 놓았다.

태자가 법을 어기자 그를 가르쳤던 스승을 벌하는 등 법 시행에 가차 없었다. 이렇게 10년이 지나자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 자가 없었고, 산에는 도적이 없어졌고, 집집은 풍성해졌다(道不拾遺 山無盜賊 家給人足/ 도불습유 산무도적 가급인족)’.

상앙은 진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었지만 그를 신임했던 진효왕이 죽자 새 왕에 의해 쫓기다 자신이 만든 법에 의해 거열형으로 사지가 찢겨 죽었다.

법 만능주의의 한계를 일깨워준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법이 많으면 범죄도 많으므로 좋은 국가는 될 수 있는 대로 법을 적게 만드는 나라"라고 했다. 독일의 법학자 예링은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에 기본권 제한 입법이 쏟아지는 역설이 가슴 아프다. 이 법들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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