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무산됐던 분수대 건설 한 달 만에 의회 재상정||시비 진행 사업 볼모로 끼워 넣어

▲ 대구 동구청이 추진 중인 분수대 재정비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현재 동구청 앞에 설치돼 있는 분수대의 모습.
▲ 대구 동구청이 추진 중인 분수대 재정비 사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현재 동구청 앞에 설치돼 있는 분수대의 모습.


‘호화 분수대 건설’ 논란(본보 4월14일 1면) 속에 무산됐던 ‘대구 동구청 앞마당 재정비 사업’이 한 달 만에 부활하며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안건을 부결시켰던 동구의회는 강하게 반발하며 집행부와 의회 간 감정적인 대립양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동구청은 11~18일 예정된 제308회 동구의회 임시회에 ‘구청 앞 열린마당 재정비의 건’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재신청하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제307회 동구의회 임시회 때 ‘호화 분수대’라는 지적을 받으며 해당 안건이 부결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구청은 폭염대응 경감시설 설치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구청 앞마당 분수대 설치뿐 아니라 대구시로부터 특별교부금을 지원받는 사업인 ‘반야월삼거리 분수대 설치사업’을 함께 묶었다.

반야월삼거리 분수대 설치사업은 10억 원을 들여 반야월삼거리에 폭염경감시설 명목으로 추진된다. 전액 구비로 진행해야 하는 구청 앞마당 분수대 설치사업과는 달리 100% 시비로 진행된다.

구청 앞 분수대 정비 사업이 무산되자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시비로 진행하는 사업을 끼워 넣은 셈이다.

이는 재도전에 대한 명분을 찾지 못한 구청이 반드시 진행돼야 할 사업에 숟가락을 올려 동반 통과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은 물론 인근 신암·신천동에는 제대로 된 공원이 없어 주민들에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분수대 재정비가 필요하다. 꼭 필요한 사업이라 신청했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동구의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불과 한 달 전에 부결시켰던 사업을 보란 듯이 재상정한 것은 의회를 철저히 무시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동구의회 권상대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업은 코로나19 시국과도 맞지 않으며 시급한 사안이 산적해 부결했던 사업이다. 같은 사안을 무늬만 바꿔 재상정한 것은 의회를 우습게 본다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부결을 예고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집행부와 의회 간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으로 다가온 제8대 지방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배기철 동구청장과 차수환 동구의회 의장 간 기싸움의 연장선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집행부와 의회가 이렇게 대놓고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단순 사업의 통과가 목적이 아닌 집행부 차원에서 의회 다스리기의 일환으로 밀어붙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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