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5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조정 방침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연대해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 4·7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직후 개최된 당 소속 5개 광역단체장 모임에서 이 같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정부의 정책독주에 제동을 거는 지자체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5명의 광역단체장은 18일 서울시청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공동논의’ 회의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자체에 공동주택 가격 조사·산정보고서 제공 △감사원 조사 △2021년 공시가격 동결 △지자체에 결정권한 이양 등을 요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국토부가 전년대비 19.08% 상승한 2021년 공시가격(안)을 발표한 뒤 전국 각지에서 급격한 상승에 반발하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번 조정에서 대구는 13.14%, 경북은 6.30%가 인상됐다. 서울은 19.91%가 올랐다.

올해 공시가격 이의신청은 4년 전보다 30배 이상 증가한 4만 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세부담뿐 아니라 복지 대상자 선정 등 63개 분야의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이 된다.

이날 광역단체장들은 앞으로 코로나 방역대책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의 일방적 국정운영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정부여당의 독주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 시행착오를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날 회의에서 권 대구시장은 중앙정부의 정책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 것이 많지만, 여당 소속 단체장들은 정부에 못하는 말이 꽤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전, 코로나 방역, 백신수급 등 현안과 관련한 문제들을 야당 소속 단체장이 먼저 제기하면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전세계가 원전을 다시 짓는데 우리는 탈원전 기조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며 단체장회의에서 원전같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현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대안 제시를 이어가자는 주장들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정부는 단체장 회의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수렴하고 정책을 수정·보완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5개 광역단체장 회의체의 목소리를 경청하면 또 다른 형태의 여야 협치를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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