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한 시민사회단체의 폭로로 드러난 LH 직원들과 그 가족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의혹 사건은 시간이 흐르면서 전국 각지의 LH 사업지로까지 투기 의혹 범위가 넓어지고, 또 투기 의혹 대상자도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현재, 정부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부동산투기사범특별수사단(특수본)을 차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혹에 비해 수사에서는 아직 그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애초 땅 투기 의혹 수사에 대해서는 투기성 거래 성격상 은밀하게 진행된 사례가 많고 특히 지인 등의 명의로 한 차명거래도 적지 않을 것이므로 적발해 내기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 있었다.

특수본에 따르면 한 달여 기간에 170여 건, 700여 명을 내·수사해 이중 혐의가 인정된 40여 명은 검찰에 송치하고 혐의 인정이 어려운 60여 명은 불입건·불송치했으며, 나머지 600여 명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지방정부와 지방경찰청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조사 대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북에도 LH 땅 투기 의혹 사건의 불똥이 튀었다. 지역에서는 대표적인 LH 개발 사업지로 꼽히는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가 첫 번째 투기 의혹 조사 대상지가 됐다. 이곳에는 현재 LH 직원뿐 아니라 해당 지역 공무원이 땅 투기에 연루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또 선출직 공무원 가족과 선거캠프 관계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은 4월 초 연호지구, 대임지구의 투기 의혹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대구경북본부 대구동부권보상사업단을 잇따라 압수 수색했고, 그리고 4월12일에는 대구경찰청이 대구시청 도시계획과를 압수 수색했다. 경찰은 관련 자료를 확보해 개발 정보 사전 유출과 불법 활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구체적인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지만, 전담수사팀을 꾸린 만큼 관련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의혹이 드러난 투기자금 및 범죄수익에 대한 자금추적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LH 땅 투기 사태는 지역의 다른 대규모 개발 사업지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그동안 대구도시공사, 경북개발공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공공개발 사업지와 관련된 투기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해당 기관에서는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대구에서는 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심뉴타운 금호워터폴리스 대구대공원 식품산업클러스터 복현주거환경개선지구 등, 2012년부터 현재까지 토지 보상이 이뤄진 사업지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경북에서는 도청신도시와 대구경북통합신공항사업지 등을 포함한 공공개발 사업지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경북도의 경우 대구시와 달리 조사 대상자 분류에만 한 달 가까이 걸리면서 안이한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발표한 경북 지역 조사 대상자 규모는 경북개발공사 임직원과 도청 직원, 시·군 관련 부서 직원 등을 합쳐 4천여 명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일단 자체 조사를 한 뒤 투기 의혹이 드러날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경찰청은 13일 땅 투기 의혹을 받는 지자체 공무원, 지방의원 등 26명을 수사 중이며, 이 중 1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 대구 연호지구

대구시는 땅 투기 의혹 조사와 관련해 시 공무원 3명과 구청 공무원 1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4월8일 밝혔다. 이들은 토지나 건물 매입 과정에서 거래한 토지의 형태나 구입 목적 및 시점 등에서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40명 규모의 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3월15일부터 4월5일까지 시청 및 산하 기관 소속 직원 1만5천여 명을 대상으로 투기 의혹 1차 전수조사를 벌였다. 또 4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는 5급 이상 공무원과 대구도시공사 임직원 등 1천500여 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등 6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2차 전수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사업지는 △LH 주관 사업지구인 연호지구 공공주택, 테크노폴리스산업단지 등 5개 지구 9천159필지 △대구도시공사 주관 사업지구인 수성의료지구, 안심뉴타운 등 7개 지구 4천761필지 등 총 12개 지구 1만3천920필지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거래 시기는 △보상 완료된 개발사업지구는 지정 5년 전부터 보상 시점까지이며 △보상 완료 전인 경우 현재까지 거래된 모든 토지거래 명세가 해당한다. 한편 대구 연호지구 조사는 LH 땅 투기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LH 직원 카톡방에서 연호지구가 언급된 것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연호지구는 LH가 대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규모 개발사업지로, 현재 수성구 연호동과 이천동 일원 89만7천㎡에 법조타운 산업단지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이 조성되고 있다. 2008년 착공, 2023년 준공 예정이지만 토지 보상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현재 연호지구 땅 투기 의혹 관련자로는 유력 인사도 거론된다. 대구 한 기초단체장의 부인이 개발지구 지정 전인 2016년에 밭 420㎡를 2억8천500만 원에 매입한 뒤 2020년에 3억9천만 원을 받고 LH에 매도한 것이 확인됐으며, 대구시장 선거캠프 한 인사도 2016년에 토지 1천400여㎡를 사들여 지번을 나누고 주택 4채를 지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분석에서도 연호동과 이천동의 토지 거래량이 2015년 110건, 2017년 152건으로 전년보다 각각 52.8%와 8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2015년 3월은 대구고법이 LH대구경북본부에 법원 이전 후보지 검토를 요청한 시기이고, 2017년 3월은 두 기관의 협의가 마무리된 시점이다. 또 2018년 5월은 공공주택지구로 확정되기 직전이다.

◆ 경산 대임지구

연호지구와 함께 투기 대상지로 거론되는 대임지구는 경산시의 대평 대정 중방 계양 임당 대동 일원의 167만여㎡로, 1만1천478세대가 들어서는 공공택지가 조성되고 있다. 이곳은 경산시가 2017년 9월 국토교통부에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제안하고, 국토부가 2017년 11월29일 공람공고를 거쳐 2018년 7월 공공택지지구 지정을 고시했다. LH에서 사업 시행을 맡고 있으며, 2020년 하반기에 착공해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

공공택지지구 지정 시기를 전후해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이 드러나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2017년 공람공고일 기준으로 1, 2년 전에 토지 거래가 급증했는데 그중에는 여러 명이 공동구매해 지분을 나눠 등기하는 소위 지분쪼개기 사례도 확인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임당동 토지거래 건수는 2014년 26건, 2015년 88건, 2016년 45건, 2017년 66건 등이었다가 지정 고시가 끝난 2018년에는 16건으로 많이 감소했다. 대정동에서도 2014년 24건, 2015년 37건, 2016년 48건, 2017년 27건 등이던 거래 건수가 2018년에는 10건으로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쪼개기 투기 의혹 사례도 있다. 대정동 논 1천210㎡의 경우 2016년 경산과 대구에 주소를 둔 3명이 4억여 원에 공동구입해 3분의 1씩(403㎡) 지분을 나눠 등기한 것이 확인됐으며, 또 같은 동네 2천㎡의 논은 2016년 6월 3명이 6억 원에 공동구매해 지분등기한 것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임당동의 논 1천964㎡는 4명이 6억5천여만 원에 공동구입해 지분등기를 한 것이 확인됐다. 공동구매자 중에는 경산시청 공무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택지 사업지의 끊이지 않는 땅 투기 의혹과 관련, LH의 현행 토지협의 보상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지분등기를 한 지주라면 LH로부터 해당 토지에 대한 현금 보상 외에 택지지구에 조성되는 단독주택 용지를 일반수요자보다 우선으로 받을 수 있어 지분쪼개기 투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 LH 땅 투기 의혹 사태의 불똥이 지역으로도 튀고 있다. LH의 대규모 개발사업지인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에 대한 투기 의혹 제보가 잇따르자 정의당 관계자들이 4월5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연호지구 의혹 등 땅 투기 제보 내용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LH 땅 투기 의혹 사태의 불똥이 지역으로도 튀고 있다. LH의 대규모 개발사업지인 대구 연호지구와 경산 대임지구에 대한 투기 의혹 제보가 잇따르자 정의당 관계자들이 4월5일 오후 대구시청 앞에서 연호지구 의혹 등 땅 투기 제보 내용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경찰이 4월1일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동부권 보상사업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자료를 들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 경찰이 4월1일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북 경산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대구경북지역본부 대구동부권 보상사업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자료를 들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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