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연히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최근에는 4차 대유행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고, 우리 경제도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는데 실제 피부로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급되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이 와중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도 들려 온다. 지지부진한 내수 경기 회복세를 보완이라도 하듯이 외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해 들어 지난 4월10일까지 누적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을 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수출 증가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이 아니다. 수입도 동시에 증가하면서 올 해 다시 무역 1조 달러 달성이 기대되는 것이다. 2019년까지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상회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지배를 받았던 지난해에 약 300억 달러 차이로 5년 연속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하지만, 올 해는 세계 경제가 기대한 만큼의 회복세를 보여준다면 지난해에 비해 적어도 10% 이상 무역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수출 뿐 아니라 수입도 동반 확대되면서 지난 2년 간 경험했던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도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약 390억 달러, 약 449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바 있지만, 이는 모두 수출과 수입이 대폭 축소되면서 나타난 성과 아닌 성과다. 올 해는 이런 축소균형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수출과 수입 규모가 동시에 확대되면서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 벗어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도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만 된다면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고용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것이고, 그만큼 국내 경기 회복세도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기대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호사다마라고 무작정 기뻐하거나 안도할 수 만은 없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먼저, 국내 수출 회복을 이끌고 있는 주요 품목들을 살펴보자. 여전히, 무선통신기기나 반도체, 자동차와 같은 이른바 수출 주력상품들이 중심이다. 물론 덕분에 우리 수출 구조의 고도화가 진전되고, 수출 상품 및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이 품목들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가 경기 회복기나 확장기에는 약이 되겠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수출 주력상품이라 불리는 주요 품목, 굳이 예를 들자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대 품목의 구성도 지난 10여 년 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당연히 이들 품목들의 비교 또는 절대 경쟁우위가 높은 등 수출 주력상품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타 분야에서의 혁신이 부족하든 과도한 규제와 같이 제도적인 문제 때문이든 새로운 수출 주도 산업 또는 상품의 등장이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대변하기도 한다.

또, 다른 문제는 이들 수출 품목들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최대의 경쟁국들과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는 것은 물론 경쟁국들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공통으로 추진함으로써 수출보다는 오히려 현지 투자와 생산, 고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반도체와 배터리처럼 대표적인 수출 산업부문에서의 투자(자본)와 고용 유출이 가속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남겨진 과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추세가 그렇다. 물론 당장 다가올 수년 안에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혹은 대규모 자본과 고용 유출 등으로 국내 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서 나쁠 일 또한 없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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