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유통업계의 산 증인인 대구백화점(대백) 본점(중구 동성로)이 문을 닫는다. 주력인 대백프라자(중구 대봉동)는 건재하지만 본점이 영업을 중단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백 본점 영업중단은 서울지역 거대 자본의 지역시장 무차별 잠식의 결과다.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지역경제의 한 단면이다.

지난 1970~90년대 명절 때마다 대백 본점 앞이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던 모습은 이미 추억의 한 장면이 됐다. 대백 본점은 시민들의 약속장소로도 많이 사랑받았다.

대백은 오는 7월부터 본점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휴점에 들어간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사실상 폐점 수순이다. 본점은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매각과 폐점설이 끊이지 않았다.

대백 본점은 지난 2003년 이후 지역에 잇따라 진출한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서울 대기업 백화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동성로 상권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상황이 극도로 나빠졌다. 온라인 유통 채널의 약진도 경영악화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백은 일제 강점 말기인 지난 1944년 1월 대구상회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1962년 대구백화점으로 상호를 바꾸고, 1969년에는 현 위치에 본점을 개점했다.

당시 대백 본점은 전국 지방백화점 최초로 정찰제를 도입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1979년에는 신세계, 미도파, 롯데에 이어 신용카드제를 도입하는 등 지역 유통업계 혁신을 선도해왔다. 지하 1층 지상 10층에 에스컬레이터까지 설치된 본점건물은 개점 당시 대구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위용을 뽐내기도 했다.

대백 측은 본점 영업중단 후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상황 극복에 주력할 방침이다. 건물 전체를 임대하거나 아웃렛 등으로의 업종 전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백 측은 향후 백화점 경영전략과 관련 “대백프라자에 모든 영업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변에 신규 아파트 건립이 잇따라 생활형 백화점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지역 유통업의 경영압박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백 본점의 영업 중단도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구 도심 한 가운데서 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지역 업체의 퇴조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대백은 전국에 남은 유일한 대형 향토 백화점이다. 대구시민들의 사랑도 여전하다. 속히 전열을 재정비해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을 기약하기 바란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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