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봉
▲ 홍석봉
4·7 보궐선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탄력받는 모양새다. 범야권 단일 후보가 된 후 여론 흐름도 유리해졌다. 국민의힘은 자당 후보의 질주에 한껏 고무됐다. 정권 교체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득의만면이다.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내리 참패하며 패배의식에 짓눌려 있던 제1야당이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이 기폭제가 됐다. 초기 열세를 딛고 중도층의 지지를 업은 안철수 후보를 이겼다. 보선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추세라면 국민의힘에 희망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LH 사태가 서울 시민이 등을 돌린 결정타다. 국민의힘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선에서 승리를 눈앞에 둔 듯한 기세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도 해볼 만하다는 의식이 싹트고 있다. 국민의힘에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대 참패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시작됐다. 거대여당의 전횡시대가 열렸다. 통합당은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꾸고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 비상대책위 체제를 꾸렸다. 하지만 존재감을 잃었다. 지난 1년여 동안 거대 여당은 국정을 갖고 놀았다.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빼앗고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이후는 모든 게 일사천리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엄두 내지 못했던 입법 폭주가 자행됐다.

-지지율 상승세에 대선 ‘청신호’ 고무된 듯

이때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미친 듯이 뛰는 부동산이 발목을 잡았다. 25차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시장에서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민심은 급격히 돌아섰다. LH 사태는 기름을 부었다. 문 정부 지지도는 땅에 떨어졌다. 바닥을 헤매던 국민의힘은 반사 이익을 누렸다. 그 결과 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승리와 보궐선거의 높은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 환호작약이다. 참패의 쓰라린 기억은 벌써 가물가물해졌다. 여론의 반전이 국민의힘엔 ‘독’이 될 우려가 높아졌다.

이쯤에서 국민의힘은 이해찬의 경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열린우리당 시절 152석의 과반 의석을 차지, 승리에 취했고 겸손하지 못했다.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생각만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17대 대선에서 패했다. 뒤이은 18대 총선에서 81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해찬은 민주당에 이 교훈을 잊지 말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속담에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자칫 큰 문제를 지나치지는 않았는지 조심해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큰일 난다.

천려일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금의 상승세에 취해 있는 동안 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 간다. 민주당에 20년 정권을 갖다 바치게 된다. TK 정당으로 몰락하고.

이제 신발 끈을 다시 졸라매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지방선거와 21대 총선에서 패한 후 개혁과 혁신을 부르짖던 결기와 각오를 되새겨야 한다. 당시 당을 깨고 새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현실 안주 땐 20년 야당…체질 개선 서둘러야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민심이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을 떠났을 때 물실호기다. 자칫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영원히 야당만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적폐몰이에 매몰됐다가 자충수를 둔 현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아름다운 승복을 한 안철수도 끌어안고 가야 한다. 문 정권의 오만과 횡포에 등 돌린 중도를 확실한 우군 삼아야 한다. 퇴색한 보수의 가치를 살리고 자유민주주의 사수에 대한 의지를 높여야 한다. 진실로 국민의 안녕과 행복만 보고 가야 한다.

국민의힘이 차기 당권 경쟁에 돌입했다. 벌써 당내에 주도권 다툼 조짐이 보인다. 당의 개혁과 쇄신 의지가 확실한 인물을 내세워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영남당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영입,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되살려야 한다. 물갈이도 해야 한다.

줄탁동시(啐啄同時)라고 했다. 안팎에서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행여 탈태환골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잊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홍석봉 논설위원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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