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희
▲ 노정희
노정희

수필가·요리연구가

봄이 오면 음의 기운이 서서히 쇠하고 양의 기운이 태동한다. 대체로 햇빛이 충만한 곳을 ‘양’, 태양을 등지고 있는 것을 ‘음’이라 한다. 음양의 기운이 바뀌는 계절에는 풍사(風邪)를 조심해야 한다.

바람은 사계절 어느 때나 발생하지만 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린다. 바람은 대개 피부를 통해 침투해 감기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봄철 미세먼지도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작용한다. 춘곤증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럴 때 예방 차원에서 몸을 보호하는 음식이 필요하다.

약선식료(藥膳食療)는 동양철학 기초를 바탕으로 한다. 음식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합해 건강증진, 질병 예방 등의 식사요법에 사용한다. 우리 몸의 상태는 자연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또한,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므로 개인의 차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부분 눈병은 열로 인해 생긴다. 채소와 과일은 성질이 차서 체내 열을 식히는 작용을 한다. 반면 눈은 양기(陽氣)를 발산시키는 곳이라 찬 것을 지나치게 먹으면 시력이 약해진다. 음식을 적절하게,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하는 이유이다. ‘채소와 과일에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아 눈에 좋다’는 식의 영양이론을 약선에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바야흐로 봄날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여가활동을 제한한다. 봄 감기와 춘곤증, 미세먼지도 발목을 잡는다. 이럴 때일수록 음식으로 면역력을 높여야한다. 춘곤증은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타난다. 봄에는 신진대사가 왕성해져 겨울철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증가한다. 봄철 비타민 보급으로는 노지(露地)에서 자란 봄나물을 꼽을 수 있다.

달래는 비타민C와 칼슘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에 좋으며, 간을 강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쑥은 비타민A가 풍부하고, 씀바귀는 식욕을 돋우며 미열로 일어나는 한기를 없애준다. 두릅은 몸에 활력을 줘 춘곤증을 밀어낸다. ‘물속에서 자라는 약초’라고 불리는 미나리는 오염된 물을 정화할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다. 미나리의 비타민C는 면역력을 높이고, 간 기능에 도움을 준다. 머위는 칼륨이 많아 중금속 제거와 혈압 조절에 좋다.

정구지는 ‘인삼 녹용보다 좋다’,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정구지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정구지를 먹으면 과붓집 담을 넘어간다고 해 월담초(越譚草), 운우지정을 나누다 초가삼간이 무너진다고 파옥초(破屋草), 오줌 줄기에 벽이 뚫린다고 파벽초(破壁草)라고도 한다. 또 칼슘, 철분, 칼륨, 아연, 비타민A와 C 등 영양소도 풍부하다. 동의보감에는 정구지를 ‘간의 채소’라고 했다.

봄에는 간기(肝氣)가 왕성해져 ‘흩어지려는’ 욕구가 강하다. 그 기운을 잡으려면 ‘신맛’을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간(肝)을 위한답시고 신맛을 과하게 섭취하면 흩어지는 욕구가 억제돼 간기가 눌려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이때는 매운맛을 먹어 다시 흩어지도록 도와야 한다. 신맛과 매운맛의 조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간은 팽팽하게 긴장되는 상태를 힘들어하기 때문에 이럴 때는 단맛을 섭취해 느슨하게 풀어준다. 따라서 봄철 약선(藥膳)은 비타민이 풍부한 봄나물을 ‘새콤달콤’하게 조리하는 것이 좋다.

봄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계절’이다. 양의 기운이 슬슬 태동하면, 음 기운을 가진 여자들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이다. 화사한 옷을 입고 봄나들이 가고 싶어 한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앵두는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 우물가의 앵두를 따 먹으니 몸에 열이 올라 기어이 바람이 났다는 것이다.

봄날,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먹은 후, 나들이를 떠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마스크와 몸에 닿는 바람을 피하려면 스카프를 두르는 것은 필수.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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