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전용면적 84㎡(33평)의 공시가격이 9억 원을 넘는 아파트단지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가격 현실화 정책에 따라 84㎡의 공시가격이 최초로 10억 원을 넘어가는 아파트도 나타났다.

이들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공시가격보다 훨씬 더 높게 형성돼 있다. 지난 1월 일부 아파트의 실거래 가격은 15억4천만 원이었다고 한다. 3.3㎡당 4천700만 원이라는 이야기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가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지역의 집값 폭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무주택자이거나 변두리의 조그만 아파트 한 채가 고작인 서민들에겐 딴 나라 이야기로 들린다. 무력감을 느낀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84㎡ 기준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최근 지역 주택가격 급상승을 선도하고 있는 수성구 일부 지역에 국한되는 일이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가격 급상승 광풍이 대구 시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전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 뻔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공시가격 9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최근 대구 집값 상승을 주도한 수성구 ‘범4만3’(범어4동, 만촌3동)지역에 집중돼 있다.

범4만3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지역에는 공시가격이 최고 60%까지 급등했다. 범어동 ㅂ아파트단지 84㎡의 경우 지난해 6억1천300만 원에서 올해 9억8천100만 원으로 무려 3억6천800만 원이나 뛰어올랐다.

국토부가 최근 밝힌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상승률은 13.14%다.

지난해 0.01% 하락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해 4.43% 하락했던 경북은 6.30% 상승했다.

대구의 경우 ‘1가구 1주택’이라 하더라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모두 9천106호에 이른다. 지난해 3천515호보다 무려 2.6배 늘어났다.

이대로 가면 젊은 층과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변변한 일자리가 많지 않은 도시에 집값만 오르면 누가 살려 하겠는가. 도시경쟁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대구는 더욱 살기 어려운 도시로 전락하게 된다.

이대로는 안된다.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무엇이 대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는지 정밀 점검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역 전역으로 확산하기 전에 정확한 원인 파악과 함께 집값을 적정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 정책에 목을 매고 있는 중앙정부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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