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편의점 대부분 휠체어 장애인 이용 어려워||경사로 설치된 편의점 앞바퀴 들려 위험

▲ 지난 9일 대구에 사는 김선득(40)씨가 편의점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경사로가 없어 편의점에 출입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 지난 9일 대구에 사는 김선득(40)씨가 편의점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경사로가 없어 편의점에 출입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지난 9일 대구 중구 남산역(도시철도 3호선) 인근의 한 편의점.

전동 휠체어 사용자인 김선득(40)씨는 편의점에서 음료나 간편식을 구매하고 싶었지만 입구에서 머뭇거렸다. 입구가 계단으로 설계돼 있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어서다.

다른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긴 김씨는 편의점 입구에 경사로가 없는 것을 보고 또다시 좌절했다.

한 편의점 점주는 “안돼요, 안돼 못 들어와요”라며 편의점 출입을 막기도 했다.

한참을 해맨 뒤 경사로가 있는 편의점을 찾았지만 앞바퀴가 들리는 상황을 겪었다. 다행히 근로지원자가 뒤에서 휠체어를 잡아줘서 위험한 상황은 모면했다.

길이가 짧아 경사가 높고, 금속으로 만들어져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하기에는 가파르고 미끄러웠다.

근로지원자 최진환(30)씨는 “휠체어가 무거워서 한번 휘청거리면 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자는 뒤집어지거나 넘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진다”며 “방금 같은 순간에도 잡아주지 않았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김씨는 편의점에 출입을 했지만 입구와 통로가 좁은 탓에 휠체어가 자유롭게 지나갈 수 없었다.

김씨는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편의점을 ‘불편의점’이라고 부른다”며 “일부 편의점에서 경사로 설치와 턱 제거를 하지 않아 출입이 불가능하다. 입장을 해도 좁은 통로 탓에 원하는 물품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장애인 단체가 조사한 대구 CU편의점 편의시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0곳 중 84곳이 문턱이나 계단 등 장애물이 있어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보면 편의점 같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의 바닥면적 합계가 300㎡ 이상, 1천㎡ 미만인 경우에 편의시설 설치 대상시설이라고 규정한다. 편의점 바닥면적이 300㎡가 되지 않을 경우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는 없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시설의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시행령은 여전히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장애인 단체는 “CU는 GS25와 함께 편의점 업계 점유율 1, 2위인 점을 고려해 CU편의점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며 “이를 고려하면 다른 편의점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혁 기자 parkjh@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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