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며칠 전 병원으로 상담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원장님! 서울의 **성형외과 ***원장님이 15년 지속되는 주사를 개발했다는데, 이 병원에서도 맞을 수 있습니까?”

“네? 그런 것도 있나요? 잘 모르겠는데,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유튜브에 그 분이 출연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길래 전화드립니다.”

“그런 주사가 개발됐다는 이야기를 저는 들어본적 없습니다.” “네? 그 원장님 참 훌륭한 분 같던데…. 세계 3대 유명의사 인명사전에도 올라와 있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글쎄요~! 그런 주사가 아직 나온 게 없어서….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제 얼굴부터 하고 싶은데요. 그리고 사람마다 그런 게 가능한 경우도 있고,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단 병원에 나오셔서 상태를 확인하시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러자 알았다면서 전화통화는 끝이 났다.

이런 종류의 상담은 전화 뿐만 아니다. 직접 찾아와서 상담을 할 때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서울의 모 병원에서 개발한 **쌍꺼풀, 주사 한 방으로 평생 동안 유지되는 **코 성형, 인체에 전혀 무해한 **주사요법으로 가슴을 키우는 시술 등 들어보지 못한 각종 수술들로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다.

만약 대답을 잘 해 주지 않으면, 이 병원은 오래 돼서, 혹은 원장이 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른다는 식으로 쏘아붙이고는 나가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수술을 이름만 바꿔서 광고를 한다던가, 아니면 아직 제대로 검증도 되지 않은 것을 부작용이 전혀 없는 신기술이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환자에게 꼭 해 주는 말이 있다. “아직 검증이 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조급하게 할 필요가 있나요? 마루타가 될 지도 모르는데….”

사실 이런 꿈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수술, 시술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모든 성형외과 의사들의 소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의 발전이라는 것은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개발되면 인체에 해롭지 않은지 검증을 해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생기는지 확인 돼야 한다. 그래야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지속되는 주사를 개발했다는 의사의 경력을 살펴보니 의사가 돼 병원을 개원한지 이제 5년도 되지 않았다. 그럼 자신이 15년 동안 유지되는지 확인도 해 보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런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결국 일단 주사하고 나면 몇 년 뒤에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럼 그걸 믿고 주사를 맞은 환자들은 어떻게 될까? 상식이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뻔한 결말이 보이는 이야기인데 이게 버젓이 사람들 사이에 그럴듯하게 통한다는 것이 더 쓴 웃음을 짓게 한다.

케이블 방송 뿐이랴? 유튜브, SNS 등 수많은 소통수단이 발달하다 보니 요즘은 TV뿐아니라 인터넷에도 수많은 의사들을 볼 수 있다.

아마 환자는 보지 않고 병원에서 자기 실력을 자랑해야 환자들을 많이 몰린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사실 환자보기 바쁜 의사들은 여기에 나갈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에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는 아마도 의사들 사이에도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세계3대 인명사전이니, 소비자 서비스 대상이니 하는 그럴듯한 자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보면 광고회사들만 배불려 주는 현상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믿을 만한 자격은 보건복지부에서 공인하는 의사 자격증과 전문의 자격증 밖에 없다. 왜냐하면 힘든 수련과정을 거치고 여러 단계의 시험을 거쳐서 선발하는 시스템이라 오로지 자신이 갈고 닦은 실력 이외에는 시험을 통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분별한 과대·과장 광고가 난무하는 의료시장에서 제대로 진료에 임하는 의사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잘못된 의료정보로부터 소비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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