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백신 맞기로 했던 대구시장, 전날 저녁에 취소…정부 공문 탓||지난 1월 다중이용시설

▲ 25일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별관에 마련된 대구 1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접종 훈련을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대구 중구 대구동산병원 별관에 마련된 대구 1호 예방접종센터에서 열린 백신 접종 모의훈련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접종 훈련을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의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중앙정부의 공문 한 장에 오락가락 하는 등 갈피를 못 잡고 있어 광역행정의 신뢰성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8일 오전 중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이하 AZ)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었다.

권 시장은 암환자인 자신이 직접 AZ백신을 접종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만연해 있는 AZ백신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대구시는 지난 7일 오후 9시께 돌연 권 시장의 접종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취소 이유는 이날 저녁 질병관리청에서 ‘지자체 재난대책본부장을 비롯해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들은 접종하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이란 것.

질병관리청은 지난 3일 공문을 통해 지자체 재난대책본부장을 비롯해 간부들은 접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으며 지난 6일에는 백신까지 넉넉하게 보내줬다.

이후 권 시장의 백신 접종 소식이 알려지고 각 지자체에서 문의가 잇따르자 질병관리청은 돌연 상황을 뒤집고 접종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구시는 권 시장의 백신 접종 소식을 언론 등에 대대적으로 알리고도 질병관리청의 공문 한 장에 반론조차 제대로 못하고 접종행사를 취소했다.

지난 1월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가 지난 1월18일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제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시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방안으로 오후 11시까지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구시가 이같이 결정한 것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허용 결정은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대구시의 결정을 두고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자 정책 시행 하루 전인 지난 1월17일 저녁에 지자체 권한을 없애도록 지침을 변경하고 관련 공문을 대구시에 보냈다.

대구시의 오후 11시까지 영업허용 방안은 정부의 공문 한 장에 또다시 무너졌다.

대구시는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각종 지원책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오후 9시로 정책을 다시 변경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오후 11시까지 영업허용 방안은 대구시가 의료계 등 관련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토의와 대구의 방역상황을 고려해 만든 정책이었지만, 정부의 공문 한 장에 백지가 된 것이다.

권 시장은 이같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페이스북 등 개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해명하는 글을 올리는데 그쳤다. 대구시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지역 관가에서는 대구시의 방역정책이 지역상황에 맞게 결정됐다면 정부의 정책이 어찌됐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대 교수는 “대구시의 광역행정이 정부의 공문 한 장에 번번이 무너지는 것은 광역자치단체로서 대정부 무력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데 예측되는 리스크 대응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보여주기 식으로 급하게 결정한 탓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행정학과 교수는 “대구시장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리더’다. 지금처럼 정책을 맥없이 번복한다면 시민의 신뢰성이 급격히 무너진다”며 “광역단체장으로서 소신 있게 추진하는 정책은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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