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김상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현대인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J. K. 갈브레이스가 저술한 ‘불확실성의 시대’란 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 속도가 빠른 지능정보사회를 사는 우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2년째 겪고 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 때문에 펼쳐질 미래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다.

요즘처럼 경험의 가치가 떨어지는 시대가 없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면서 삶을 영위했다. 경험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책이었다. 특히 반복된 업무를 처리하는 영역에서는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 앞에서 과거의 사례를 내세우면 ‘라떼’란 비아냥을 들으면서 ‘꼰대’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보충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유사 이래 고등교육을 가장 많이 받은 세대라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를 살펴보면 대학에서 공부한 밑천으로 은퇴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아날로그 세대인 그들이 은퇴 이후 급변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곤란한 처지가 됐다.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이 절실한 대목이다.

서울대 교육학연구소에서 펴낸 교육학용어사전에 따르면 평생학습은 태어나서부터 생명을 마칠 때까지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과 활동을 뜻한다. 평생학습과 비슷한 용어로 평생교육(Lifelong Education)이 있다. 평생교육은 교육이 학교교육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학교교육이 교육의 핵심도 표준도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학교 중심의 현대교육은 교육의 주체가 교사, 학교, 국가 또는 사회 등 교육자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학습자인 시민은 교육의 대상으로만 인식됐다.

평생학습론은 교육자 본위의 기존 교육학을 비판하고, 학습자 본위의 새로운 교육학을 추구하는 대안적 이론이다. 개개인이 주체적 학습자로서 평생에 걸친 학습생활을 주체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바람직한 교육제도라고 주장하는 관점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활동에 있어서 학습자를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학습자의 입장에서 평생에 걸친 교육을 다루려는 시각이어서 시민주권시대에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생학습에 대한 인식도 확장되고 있다. 대구의 경우 올 초 광역지방자치단체로는 마지막으로 독립법인 형태의 평생교육 전문기관이 출범하면서 ‘평생학습’이란 키워드를 채택했다. 2015년부터 대구경북연구원에 위탁해 운영하던 대구평생교육진흥원을 재단법인으로 새 출발하면서 ‘대구평생학습진흥원’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에 앞서 지역 구·군에서는 평생학습관을 개설했으며, 기존 문화센터의 이름을 평생학습센터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공도서관도 평생학습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식과 정보가 소통되고 공유되는 공간인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주민은 어린이집에도 다니지 않는 어린이부터 90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연령대다. 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 제외되는 것도 아니다. 명실공히 지역주민 모두가 자기 주도적으로 평생학습을 하는 공간이다. 특히 불확실성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고 나누는 곳이다.

이같은 역할에 부합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시민들이 도서관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바꾸려고 애쓴다. 도서관에서는 언제나 정숙해야 한다는 무미건조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를 마련하고, 잔잔한 음악을 틀고, 강의공간 또는 독서공간 등 공간의 특성에 맞게끔 적절한 소음도 허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잠재적 이용자를 포함한 지역주민을 위한 맞춤형 자료 구입과 평생학습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시대에 걸맞는 영상콘텐츠 제작 및 제공도 요즘의 공공도서관이 진행하는 일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변해야 산다’는 구호가 절실하게 느끼지는 요즘이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요구하는 변화에 대한 태도다.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대비하는 사람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이끄는 선도자가 될 것이지만, 변화를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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