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수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호명돼온 윤 총장의 사퇴로 차기 대선구도와 대구·경북(TK) 정치권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추진에 강력히 반발해 온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사실상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는 해석이다.

물론 당장 윤 총장이 특정 정당에 입당해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존재감이 커지고 이로 인해 정계 개편을 촉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그가 공식일정 마지막 장소로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선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대구는) 몇 년 전 어려웠던 시기에 2년간 저를 따뜻하게 품어줬던 고장”이라며 “5년 만에 왔더니 정말 감회가 특별하고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대구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1994년 대구지검에 초임 검사 발령 후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지휘하다 좌천당한 뒤 대구고검에서 2년간 일했다.

또 대구지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했던 김태은 부장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를 수사한 고형곤 부장검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윤 총장의 발언이 개인적 소회일 수도 있지만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TK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 불발 등 ‘TK 홀대론’에 상처 입은 지역민심을 다독이며 윤 총장이 TK와 정치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포석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러 있을 윤 총장과 맹주 없이 유력한 대권 후보를 만들지 못한 TK 정치권이 4월 재·보궐선거 이후 펼쳐질 야권 정계 개편에 맞춰 접촉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윤 총장이 치밀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사퇴 시점과 방식을 골랐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벌써 물밑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 대구시장 선거와 재판이 진행 중인 의원들의 상황, 계파가 사라져 특정 유력 정치인에 부채가 없는 정치 환경 등으로 (정치인들의) ‘헤쳐모여’가 진행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야권 제3지대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윤 총장의 향후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윤 총장의 사퇴 가능성이 언급된 직후 정치권 안팎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 총장의 ‘비밀 협의설’이 나돌기도 했다.

안 대표와 윤 총장이 추후 각각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서로를 돕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윤 총장의 정치권 경험이 전무한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야권에 윤 총장을 지지하는 정치적 기반도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청산’ 수사에 앞장섰던 윤 총장의 전력은 보수층의 반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 총장의 사의를 1시간여 만에 수용했다. 또 그동안 보류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도 수리하고 후임에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임명했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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