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그림 속 모든 작품이 인간의 본능에 대한 욕구로 형상화

▲ 봉산문화회관 권여현 작 기억공작소 전이 열리는 2층 4전시실.
▲ 봉산문화회관 권여현 작 기억공작소 전이 열리는 2층 4전시실.
권여현 작 ‘기억공작소 전’이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열린다.

전시는 오는 4월25일까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2~5시 오픈돼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나란히 놓인 일상적인 모습을 한 작품들이 마치 짤(Meme)과 같아 관람객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다.

가벼운 이미지가 맞이해 전시장을 밝고 경쾌하게 만든다.

하지만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내 강한 붓터치와 세밀한 묘사, 그리고 층층이 쌓아 올린 질료들이 엉킨 무거운 작품들을 맞닥뜨린다.

이는 즉흥적인 붓질과 화려한 색감으로 관람객을 압도해 보는 이들은 무겁고 성스러운 작품들로 작가의 세계관 속으로 빠져든다.

봉산문화회관 조동오 큐레이터는 “화려한 그림 속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지만 결론적으로 모든 그림은 본능에 대한 욕구를 표현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권여현 작가의 그림은 정신분석학, 신화, 철학이 섞여 있다.

작가는 슈퍼에고(superego), 인간의 억눌린 욕망과 본능에 기초해 매년 새로운 작품을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서는 ‘낯선 숲의 일탈자들(2020, 2021)’부터 ‘눈먼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2019)’, ‘눈 가린 오필리아의 연못(2018)’ 등을 만나볼 수 있다.

▲ 권여현 작 낯선 숲의 일탈자들(2021)
▲ 권여현 작 낯선 숲의 일탈자들(2021)
▲ 권여현 작 낯선 숲의 일탈자들(2020)
▲ 권여현 작 낯선 숲의 일탈자들(2020)
신작 ‘낯선 숲의 일탈자들’은 인간이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은 유토피아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현대적 히피 행동으로 인간의 억눌린 욕망의 표출이자 탈출을 표현했다.

작품에 일탈자들은 현실을 마냥 꿈같이 느낀다. 일상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익숙하지만 꿈같이 형상화해 비이성적이고 일탈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설명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실 속 우리를 대신한 일말의 희망을 보여준다.

몸을 억압하는 이성과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감각과 욕망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낯선 숲의 유토피아와 현대적 히피 행동의 일탈자들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 권여현 작 눈먼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2019)
▲ 권여현 작 눈먼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2019)
또 ‘눈먼자의 숲에서 메두사를 보라’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숲과 서양 고전 명화에 나올 듯한 신화적 이미지가 눈에 띌 것이다.

신화 속의 인물인 디오니소스, 아르테이스, 오이디푸스 등 원작 주인공들이 출연하면서 메두사도 나타나 다소 이해하기 힘든 복잡한 이야기 구성을 펼친다.

하지만 작품에서 주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숨겨진 메두사를 통해 눈먼 자의 숲은 눈을 가림으로 감각의 예민함을 회복하고, 시각을 배제해 예민해진 감각과 어둠을 통해 새로운 세상으로 회귀함을 의미한다.

‘눈 가린 오필리아의 연못’은 세익스피어 희곡 햄릿에 나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오필리아를 대상화한다.

작가는 그의 눈을 가림으로서 상상계에 남아 감각과 욕망을 그대로 표출할 수 있도록 순수함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품 뒤를 돌아서면 전시장 상단에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철학자들의 인물을 볼 수 있다.

그가 사로잡힌 철학가 8명이다.

장 폴 사르트르, 자크라캉, 줄이아 크리스테바,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광래 등 대부분 반사회적 철학가다.

권여현 작가는 합천 출생으로 대구에서 영선초, 대구중, 경북고를 나와 서울대 미술대 회화과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홍익대 미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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