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수

한일문화관광연구소 대표

미나리는 대구탕, 복국에도 꼭 들어가고 삼겹살과도 궁합이 맞다. 흐르는 물이든 고인 물이든 어디서나 잘 자라 부자나 가난한 이 가릴 것 없이 즐겨먹는다. 그만큼 적응력도 생명력도 강해 한국인의 기성과도 닮았다. 영화 ‘미나리’를 기생충에 이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민 온 가족의 정착이야기를 한국계 감독과 배우가 만들었고, 대사도 절반 이상이 한국말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미국에서 만들어진 한국소재 영화다.

봄이 머지않다. 그러나 진정한 봄은 아직 먼 것 같다. 그래도 봄내음 물씬 풍기는 미나리를 손바닥에 얹고 솥뚜껑에 구운 삼겹살 한 점을 올려 맛나게 쌈 싸먹고 기운을 차리자.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잘 먹고 맑은 공기 마시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다. 마침 전국적으로 유명한 팔공산·청도 미나리가 곁에 있으니 가보길 권한다. 봄이 되면 전국의 미식가나 여행객들이 미삼(미나리+삼겹살)을 찾아 대구를 찾아온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작년 국제여행객이 74% 줄었고, 1조3천억 달러(약 1천453조 원) 적자로 일자리도 1억 개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인·아웃바운드 모두 83%나 줄었다. 올해는 좀 나아질까 기대해 봤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각국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해외여행은 물 건너갔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국내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설 연휴에도 정부는 여행 자제를 권하고 있다. 1년을 꼬빡 빈손으로 지내며 더 이상 지탱할 힘이 없어진 여행업계는 지난 1월 말부터 국회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부르짖으며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여행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자금지원과 세제감면을 애타게 원하고 있다. 또 툭하면 여행을 자제하라 했으니 여행업도 손실보상특별법 집합금지업종에 포함시켜 달라고 한다. 코로나19로 가장 피해가 큰 업종인데도 지원에서 빠지기도 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못된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며칠 전 예전에 살던 집 근처의 백화점을 들렀다. 중저가이기에 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지하철과 연결된 지하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1평 남짓한 작은 여행사가 있었다. 두 명 이상은 앉을 틈도 없지만 사장님은 늘 웃는 낯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문을 닫더니 아예 사라지고 옆집 옷가게의 마네킹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행업의 실상을 보는 듯하다.

이마트에 입주한 여행사 사장은 임대료를 면제해줘서 견디고 있다고 한다. 또 페이스북에 마케팅을 한 여행사 대표는 사업지원금으로 약 300만 원을 받아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자랑한다.

카카오의 김범수대표가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와 같이 우리 곁에서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 기업가가 생겼다.

정치권에서 이익공유제라며 수익을 많이 거둔 회사에서 이익금을 거둬 피해를 본 이들에게 나눠주겠다고 한다. 기부는 기쁜 마음으로 내놓지만, 반 강제로 마지못해 내게 되면 열심히 벌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세금처럼 거두기보다 스스로 기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자. 제2, 제3의 김범수가 나타나도록.

관광도 정부가 나서서 하기보다 업체가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거들어주는 편이 낫다. 광역지자체 대부분이 지역관광기구(공사, 재단)를 만들었다. 지역에서 관광을 중시하는 것은 여행 와서 먹고, 자며 지역경제에 도움도 주고, 주민들도 함께 관광자원을 즐기며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광업체들이 문을 닫고 영업을 못한다면 아무것도 안된다. 그러므로 관광업체의 영업을 도와주고, 많이 이용토록 홍보도 하고, 종사원 일터도 만들어주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침 미나리 철이 다가오고 있다. 미나리와 관광지를 영화 개봉에 맞춰 대대적으로 선전하자. 미삼 식당도 관광업체도 모처럼 크게 웃을 수 있도록.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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