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담 이윤구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의 설 명절날에 사당에 참배 하러온 종친들에게 나눠준 음복 도시락에는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생수 등이 담겨있다.
▲ 석담 이윤구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의 설 명절날에 사당에 참배 하러온 종친들에게 나눠준 음복 도시락에는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생수 등이 담겨있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에 따라 설날 차례는 4명만 모여서 단출하게 지냈습니다.”

설날인 지난 12일 칠곡군의 한 종갓집 사당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성인 남성 4명이 거리를 띄우고 차례를 올렸다.

조선 중기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 이윤우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의 종갓집 설날 차례 풍경이다.

지난해 설 명절에 이씨 종갓집은 사당 입구까지 사람들로 가득 찼으나, 이날은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방문하는 친척이 줄어들자 혼자 제사상에 올릴 음식을 사당으로 나르는 이씨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이씨는 “보통 설날이면 50여 명이 모였으나, 올해는 인근 지역의 아들과 한 동네에 살고있는 친척 등 4명만이 모여서 차례를 올렸다”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사전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와 양해를 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차례를 올리는 제관의 숫자만 준 것이 아니다.

차례를 지낸 후 종친들과 사랑방에서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덕담을 주고받는 음복마저도 도시락으로 대체했다.

음식을 차려내지 않고, 각자 집에 돌아가서 먹을 수 있게 ‘음복 도시락’을 별도로 준비한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음복 도시락에는 전, 강정, 과일, 유과, 약과, 생수 등이 담겨 있다.

이날 그는 음복 도시락과 함께 테이크아웃 식혜와 수정과도 내놓았다.

각자 집에서 차례를 지낸 후 종갓집 사당으로 참배를 오는 마을 종친들을 위해서다.

그는 참배를 마친 종친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수정과와 식혜가 담긴 컵을 건냈다.

아무리 코로나 예방도 중요하지만, 참배를 마친 종친들을 매정하게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씨는 “제사에 있어 음복의 예가 마지막 순서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부득이하게 도시락으로 각자 집에서 음복하는 방법을 택했다”며 “조상님들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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