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열린 대구 영신중학교의 ‘독서 토론 대회’에서 학생들이 ‘인간의 욕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주제로 찬반팀을 나눠 토론하고 있다.
▲ 지난해 말 열린 대구 영신중학교의 ‘독서 토론 대회’에서 학생들이 ‘인간의 욕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주제로 찬반팀을 나눠 토론하고 있다.
대구 영신중학교에서는 매년 ‘독서 토론 대회’가 열린다.

연중 다양한 학교 행사가 마련되지만 독서 토론 대회는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높은 행사로 손꼽힌다.

특히 코로나19로 교내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된 상황에서 지난해 말에 개최된 독서 토론 대회는 그 열기가 더욱더 뜨거웠다.

겨울 방학을 몇 주 남기고 각 반 게시판과 학급 밴드에는 ‘영신중 독서 토론 대회’를 알리는 안내문이 등장했다.

팀 구성은 첫번째로 같은 반은 아니어도 학년 구별은 돼야 하며 두 번째로는 남녀 구분 없이 2인1조가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요건에 맞게 팀이 구성되면 기 드 모파상의 책 ‘목걸이’를 읽고 ‘욕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라는 논제로 찬성과 반대 토론을 펼치는 것이었다.

첫 예선전은 총 24팀이 참가를 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하던 상황이라 ‘예년보다는 참여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혹시나 진행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 큰 문제는 없었고 겨울 방학을 사흘 앞둔 마지막 결승전 날, 두 팀의 토론 과정이 밴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전교생에게 중계됐다.

영신중학교 독서 토론 대회는 매년 학생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아 왔지만 특히 올해는 예선전 초기부터 1학년 팀이 2, 3학년 팀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나면서 더욱 흥미진진한 대회가 됐다.

결승전에서 ‘욕망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논제에 찬성 의견을 낸 팀은 “욕망으로 인해 인간은 스스로 많은 불행을 초래하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 마틸다도 허황한 욕망을 쫓다가 10년이 넘는 인생을 허비하고 불행한 삶을 살았다”며 “물질만능주의에 길들여진 그 허영심이 없었다면 그녀는 고초를 겪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욕망은 자신과 남을 비교하면서 괴로움에 빠지게 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에 이번 주제에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살인 사건 등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의 근본 원인은 다수가 아닌 일부 인간의 판단 오류와 인격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틸다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욕망으로 인해서 곤경에 처했지만 이후 전혀 다른 인간이 돼 10년간 최선을 다해 살았다. 10년간 노력한 결과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고생에 대한 보상도 받게 됐다. 인간은 욕망을 가져야 나태해지지 않고 그 원동력으로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역설했다.

시종일관 찬반에 대한 논리적인 주장, 상대 팀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진지하게 대회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 등을 보면서 이 아이들이 ‘진짜 중학생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수준 높은 대회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했던 2020학년도 영신중의 독서 토론 대회는 3학년 학생들을 꺾고 2학년이 최종 우승팀이 되면서 막을 내렸다.

영신중 학생들도 대한민국의 여느 학생들처럼 2020년에는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리 학생들의 책 읽기는 계속됐다.

중학생들의 토론이었음에도 상당히 수준 높은 독서 토론 대회가 열릴 수 있었던 것은 아마 평상시 학생들의 꾸준한 독서 습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해가 바뀌고 저마다 계획을 세워 알차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영신중 학생들이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남은 방학 기간도 핸드폰이나 인터넷 사용보다는 독서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쌓는 시간으로 채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따뜻한 시 한 편을 읽자.

그러다 보면 내년에는 24팀이 아닌 전교생 모두가 참가하는 즐겁고 행복한 ‘영신중학교 독서 토론 대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대구시교육청

교육사랑기자단 조미숙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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