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1주 전 눈꺼풀 주름 수술을 한 환자가 실밥을 뽑는 날 병원을 찾아왔다. 그런데 자리에 앉자마자 꺼내는 말이 “선생님, 왼쪽 눈꺼풀이 더 처져 내려왔는데, 지금 바로 조금만 더 째서 고쳐 주세요”라고 말한다.

자세히 보니 한쪽 눈꺼풀이 조금 더 내려와 있었다. 아직 부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챠트를 살펴보니 환자의 눈은 양쪽이 조금씩 달라서(일명 짝짝이) 양쪽 쌍꺼풀의 높이를 서로 다르게 해 놓은 것이라고 기록돼 있었다.

그래서 “네. 아직 부기가 덜 빠졌네요. 그리고 제가 수술하기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어머니 눈의 양쪽 높이가 조금 달라서 눈을 떴을 때 같아질 수 있도록 제가 서로 다르게 수술한다고 말씀드렸네요. 부기가 다 빠지고 자연스러워지려면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리는데, 그때까지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다가 다시 살짝 교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주위에서 벌써부터 눈이 짝짝이라고 쑤근댄다면서 무조건 다시 고쳐야겠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직 모양도 제대로 다 잡히지 않았는데, 만약 지금 고쳐드리고 나서 다음에 다시 짝짝이가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려고요? 고생만 더 하시게 될 텐데…. 원하시는 대로 결정하시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포기하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요즘들어 병원에서 재수술을 상담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가령 내가 수술하고 나서도 어떤 이유로 재수술을 하는 경우가 있고, 또 다른 병원에서 수술하고 다시 우리 병원에 찾아와서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흔하다.

‘언제 재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재수술에도 골든 타임은 엄연히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적어도 수술한 조직의 상태가 재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한 조직이 첫 수술을 한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회복된 상태라야 한다.

보통 수술 한 번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피부를 모내기하기 좋은 ‘모내기 판’에 비유한다면, 수술 한 번으로 그 자리는 논이 된다. 그리고 수술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피부와 피하조직의 상태는 밭이 됐다가 결국 사막처럼 황폐하게 된다. 재수술은 힘들고 수술 후 멍이나 부기도 더 오래간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재수술을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같은 부위의 재수술 횟수는 적을수록 더 좋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이전 수술의 결과가 어느 정도 안정돼 있어야 한다. 특히 눈이나 주름 수술, 체형 교정수술이 그런데, 이러한 수술을 하게 되면 수술한 부위나 그 주위의 조직들이 이 수술로 인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변화들이 다 이뤄져서 더 이상 변하지 않을 때까지는 기다려줘야 한다. 그래야 최종적인 수술 결과를 판단할 수 있고 어느 정도 교정이 됐는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 수술이나 주름 수술 같은 경우는 최소한 1년 이상 지나야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하는 이유다.

요즘 어디서나 골든 타임을 이야기하는데, 재수술의 골든 타임을 이야기하자면, 일단 마지막 수술 이후 최소 6개월 정도가 지나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에 관계없이 신속하게 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이물질이나 몸에 해로운 불법성형을 한 경우는 이것을 확인하는 대로 바로 제거해 주고 재건수술을 해 줘야 한다. 또 보형물을 넣었는데, 이것이 겉으로 튀어 나오거나 튀어나오기 직전인 경우도 바로 제거하고 다른 자가 조직으로 재건해줘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수술 후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도록 장애가 생긴 경우이다. 예를 들어 눈밑 주름 수술 후 눈꺼풀이 뒤집혀서 눈을 제대로 감을 수 없어서 눈의 기능이 손상될 가능성이 생겼을 경우 같은 때이다.

이러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재수술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결정해야 한다. 환자와 충분한 정보교환을 해서 수술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회복과정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함께 할 수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며칠전 쌍꺼풀 액을 너무 많이 바른다고 걱정하는 어머니를 따라온 갓 고등학생이 된 딸의 쌍꺼풀 수술을 했다. 일생 처음 수술하는 환자의 눈꺼풀에 조심스럽게 피부 절개를 하면서 나는 속으로 되새겼다. 처음하는 절개가 마지막 수술이 되기를…. 부디 재수술하는 일이 없기를….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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