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즉각 분리제’에 사후관리시스템 병행 입 모아||전문 인력 수 확충 및 전문성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은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을 수사기관에만 초점을 뒀을 뿐 정작 중요한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전문 인력의 수와 전문성 강화 등과 같은 조치는 빠져 해당 법이 시행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아동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을 분리 조사하는 ‘즉각 분리제’, 수사기관의 의무적 수사 착수 등이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지역 전문가들은 즉각 분리제의 경우 법으로 아동을 분리·보호하는 것만으로는 학대 예방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후관리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은 자기의사표현이 어렵고 가정 외 환경과 접촉하는 빈도가 낮아 결국 부모에게 기댈 수밖에 없어서다.

대구대 박영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법으로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을 떼어놓으면 된다는 생각은 ‘도로에 신호등이 있으면 사고가 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는 격”이라며 “사회안전망 보호체계, 놀이 평가 등 사후관리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학대 유형에 따라 아동을 지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법,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처벌법을 수사기관에만 초점을 뒀다는 분석도 있다.

수사기관 의무적 수사 착수,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업무수행 방해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등 수사 관련 조항이 다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 확충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곳으로, 평균 10~20명이 근무하고 있지만 열악한 처우로 이직이나 퇴직이 빈번하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인원을 뽑지만 신규 채용자는 경험이 없어 전문성이 떨어지고, 많은 사건을 동시에 담당·관리하기 어렵다.

대구지역의 한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인력난으로 한 명이 1년간 60~70건의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며 “아동학대처벌법 통과 이후 기관이나 시설을 늘린다 해도 전문 인력이 처한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인력 확충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법,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인철 기자 ya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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