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별/ 박곤걸

보현산 천문대에 가서/ 딸기처럼 빨간 별 한 봉지 싸서 돌아와/ 아내 하나 나 하나 꿀맛으로 나누어 먹었다// 별이 싹트지 않은 불임의 도시는 캄캄한 얼굴을 하고/ 우리 내외는 조그맣게 웃고/ 밤새 꿈을 하나 낳고/ 별 밭이 어디 있는지 그 마을 딸기 밭을 찾아갔다// 아무도 없는 세월 저 켠에 시퍼런 솔잎 사이로/ 빛깔도 맛깔도 딸기같이 잘 익은 별 밭을 찾아가/ 매운 눈물 너머 목숨 데불고 살아온/ 누군가의 꿈도 사랑도 그토록 반짝이고 있는 것을/ 비로소 눈을 뜨고 읽었다

「하늘 말귀에 눈을 열고」 (문예운동, 2002)

시란 과연 무엇일까. 그 답이 궁해진다. 흔히 시는 자연이나 인생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글이라고 한다. 그렇게 교과서적으로 설명해봐야 아리송하긴 매일반이다. 시의 모양이나 빛깔이 다양하고 다채롭기 때문이기도 하고 산문적인 글들을 행이나 연만 나눠 놓은, 시아닌 시가 횡행하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시로 통하는 문이 너무 많이 열려 있어 시인 아닌 시인이 넘쳐나는 상황이 시의 정체성을 더욱 알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시는 배를 채워주지도 못하고 돈을 벌어주지도 못하며 권력을 가져다주지도 못한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은 있지만 전업이나 밥벌이 수단으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액세서리 정도로 구색을 갖춰보자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직도 시인이란 직업이 있느냐고 한다고 해서 그리 섭섭해 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사정이다. 시는 인간 영혼의 소리이고 시인은 그것을 은유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예술가이다.

시 ‘별’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잘 표현해낸 아름다운 글로 시의 전범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혼란한 시기에 시 ‘별’은 시다운 시의 모범을 보여준 셈이다. 시인은 자연에 따스한 눈길을 보내는 한편 긍정의 마음으로 인생을 관조한다. 현실적인 고난에 굴하지 않고 미래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시도한다. 현실과 이상의 균형상태를 지향하는 정서는 열린 마음으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출이다. 덤덤한 듯 치밀하고, 현실적인 듯 몽환적이다.

보현산 천문대의 밤하늘엔 딸기 같은 별들이 놀랍도록 총총하다. 누군가 새카만 도화지에 반짝이는 영혼을 빈틈없이 그려 넣은 듯하다. 그것은 그야말로 혼자 보기 아까운 낭만이다. 도회지의 밤하늘은 별들도 살기 힘든 황량한 공간이다. 저 하늘의 별을 한 봉지쯤 따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싶다. 아내와 함께 보는 별은 더욱 화사한 모습으로 뽐낼 것이다. 아내 입에 하나 넣어주고 내 입에 하나 넣으면 꿀처럼 달콤하리라. ‘별이 싹트지 않은 불임의 도시에서’ 달콤한 별을 먹으면 꿈과 낭만을 잉태할 터다. 별 밭을 찾아내어 꿈을 심고, 딸기밭을 찾아내어 사랑을 심을 터다.

별들은 예나 지금이나 세월을 잊은 채 한결같은 마음으로 자리를 지킨다. 솔잎 사이로 보이는 별이 반짝반짝 빛난다. 빨간 별이 별 밭에서 잘 익은 딸기같이 탐스럽고, 빛깔 좋은 딸기가 딸기밭에서 반짝이는 별같이 익어간다. 험한 세상을 사느라고 매운 눈물을 흘리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아내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곱고 아름답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우리들의 꿈이 살아있는 걸 비로소 느끼고 우리들의 사랑이 반짝이는 걸 또한 깨닫는다.

오철환(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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