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인구감소시대, 대구·경북은

지방소멸이란 용어는 2014년 도쿄대의 마스다 히로야 객원교수가 일본의 급격한 인구 감소 문제를 다룬 ‘마스다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당시 일본 사회는 2040년이면 지자체 중 절반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는 이 보고서를 보고 지자체마다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연구원이 ‘한국의 지방소멸 2018’이란 보고서에서 지방소멸이란 말을 사용하며 농어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그는 2018년 기준으로 국내 228개 시, 군, 구 중 향후 인구감소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전체의 39%인 89곳에 이른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2021년,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한 나라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여러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압축적으로 말하면 결국 그 나라의 국력이 위축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내부 경제 측면으론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소비자가 줄어들어 내수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고 대외적으론 국가 경쟁력이 약화해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인구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중요하고 민감한 의제란 얘기다.

그런데 지방에서 보는 인구감소 문제는 이와는 맥락이 조금 다르다. 당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손익과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인구 규모에 따라 자치단체의 위상이 결정되는 현실에서 지자체의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지자체의 세수입과 정부 지원 예산 등이 감소해 지방재정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경제 기반 붕괴를 걱정할 정도로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감소의 연결고리가 구조화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근래 지방의 인구감소는 정부의 지방분권화 의지가 무색할 정도로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수도권으로의 경제 집중과 장기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지방은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려면 연금 등 복지 관련 정책을 재점검하고 출산 및 육아 지원금 증액, 그리고 제대로 된 보육시스템 갖추기, 청년층 일자리 창출, 주거 불안 해소 등 생애 전반에 걸친 종합적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는 이런 국가 차원의 대책 외에도 별도로 지역별 상황에 맞게 지속할 수 있고 현실 적용이 가능한 구체적인 맞춤형 대책을 요구한다는 게 지자체의 목소리다.

◆ 인구도 수도권, 비수도권 격차 더 벌어진다

행정안전부가 1월 초 발표한 2020년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민등록 인구는 5천182만9천23명으로, 전년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한 해 동안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도 처음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출생아가 27만5천815명인 데 비해 사망자가 전년보다 3.1% 증가한 30만7천764명이었다. 출생아는 2017년 4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3년 만에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고령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와 비혼, 만혼 증가에 따른 출산율 저하 등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또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보다 많아지면서 그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천603만8천307명으로, 전체 인구의 50.2%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보다 인구(2천592만5천799명)와 비중(50.0%) 모두 증가한 것이다.

감소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지방의 인구 변동은 출생, 사망에 따른 자연 증감 요인보다 전출입 등 사회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행안부의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2020년에만 45조695억 원을 투입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해결 노력이 역부족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인구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국내 60대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20년 기준 24%에 달하는데, 이는 2011년과 비교할 때 8.2%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이 지방에서는 사회적 요인으로, 국가적으로는 자연 감소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이 구조화된다면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인구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인구 줄어드는 대구·경북 어떡하나

2020년 12월31일 기준으로 대구 인구는 241만8천346명, 경북은 263만9천42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대구는 1만9천685명, 경북은 2만6천414명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11년부터 10년 동안 대구에서는 8만8천 명, 경북에서는 5만9천 명이 줄었다.

경북의 경우 23개 시, 군 가운데 경산(543명 증가)과 예천(513명 증가) 두 곳을 제외한 21개 시, 군에서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이 감소했다. 특히 이중 포항은 4천109명이 줄어 최다 감소 지역이 됐으며 상주(3천460명), 구미(3천414명), 칠곡(2천28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구에서도 8개 구, 군 중 달성군(2천799명 증가)과 북구(2천553명 증가)를 제외하고 6개 구에서 모두 인구가 줄었다. 달서구가 1만256명으로 가장 많이 감소했고, 그 뒤로 서구 4천577명, 수성구 4천300명, 동구 3천549명 순이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 경북의 인구 감소는 자연 감소 요인보다 일자리나 산업구조 변화 등의 사회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대구에서 2020년 감소 인구 1만9천685명을 보면 자연 감소가 3천180명인데 비해 국적 취득 및 이탈, 제 등록 등의 사회적 감소가 1만6천848명이었다. 대구는 특히 최근 10년간 사회적 요인에 의해 연 1만 명 안팎의 인구 감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2020년에 감소한 2만6천414명 중 1만6천954명이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지자체의 인구 감소 고민은 포항시와 구미시의 사례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포항시의 인구는 2015년 51만9천584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6년부터 연간 3천여 명씩 줄어들고 있다. 2020년만 해도 전입자가 2만534명인데 비해 전출자가 2만3천973명으로 전출자가 3천여 명이 더 많았다. 이 같은 인구 변동은 철강도시라는 특성상 경기와 이로 인한 근로자 수 증감과 관련성이 크다는 게 포항시의 설명이다.

또 저출산, 고령화, 만혼 등도 인구 증감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19년 포항의 출생아는 2천742명, 사망자는 3천74명으로, 이때 처음으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가 나타났다. 혼인 연령도 2015년에는 남자 32.18세, 여자 29.79세였지만 2019년에는 남자 32.84세, 여자 30.51세로 높아졌다.

인구의 사회적 요인으로 인한 유출이 늘고 자연 감소도 증가하자 포항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50만 명 선 붕괴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행정조직 축소를 비롯해 행·재정적 피해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50만 명 선 유지를 위해 범시민 주소갖기 운동 등 시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

구미시는 인구 정체가 고민이다. 2010년 이후 40만 명 선을 넘어선 구미는 그 후 10년 가까이 40만~42만 명대 사이에서 눈에 띄는 증감 없이 인구가 정체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큰 폭의 인구 감소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인구 예측에서 증가보다는 감소를 예상할 수 있는 요인이 많은 점은 걱정거리다.

이런 맥락에서 구미의 인구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구미국가산업단지의 근로자 수가 2016년 10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되는 점이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삼성, LG그룹 계열사 생산공장의 해외나 수도권으로의 이탈 가속화와 협력업체 생산비중 감소 등이 겹친 것이 구미의 인구 변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국내 주민등록인구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감소해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두고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가 현안으로 다뤄 다양한 대책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도심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연합뉴스


향후 5년간 인구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정부에서 지난달 15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준우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