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수시모집 이월 인원이 지난해보다 늘어나 정시모집 경쟁률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지역 대학들은 부족한 정원 수를 충족하기 위해 정시모집의 합격선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대구지역 입시학원 등에 따르면 올해 경북대의 최종 정시모집 인원은 2천269명으로 최초 모집 정원 목표인 1천676명보다 593명이 늘었다.

영남대가 1천382명으로 344명이 증가했고 계명대도 1천296명으로 312명 늘었다.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도 각각 377명, 678명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지역 주요 대학들의 정시모집 인원이 증가했는데 올해는 증가 폭이 더욱 컸다.

593명의 정시모집 인원이 증가한 경북대는 지난해 396명과 비교해 197명이 늘었다.

영남대는 246명, 계명대 182명, 대구가톨릭대 377명이 각각 증가했다.

대구대는 지난해와 비교해 673명이 늘어나 3배 이상의 정시모집 인원이 많았다.

지역 학원가는 정시모집 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학들이 수시를 통해 목표로 했던 인원 충원을 하지 못해 정시에서는 더 많은 신입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학원들은 정시모집 인원이 대폭 늘어난 이유로 줄어든 수험생 수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수험생 수가 감소하면서 수시모집 지원율이 떨어졌고 대학들은 이 인원을 메우기 위해 정시모집에서 다수의 학생을 뽑아야 하는 상황.

올해 주요 대학들의 수시모집 등록률을 보면 올해 경북대에는 수시모집 인원 3천342명 중 2천722명(81.5%)이 등록했다.

이는 지난해 88.8%보다 7.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계명대(92.7%)와 영남대(90.9%)는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4.9%포인트, 2.5%포인트 떨어졌다.

대구가톨릭대(83%), 경일대(81.1%), 대구대(76.5%)도 지난해에 못 미쳤다.

송원학원 차상로 진학실장은 “대구지역 주요 대학 중 전체 수시모집 비중을 80% 이상 두는 곳이 많은데 점차 떨어지고 있다”며 “중하위권 대학들과 비인기 학과를 중심으로 신입생 충원이 어려울 것이고 4년제 대학의 정원 채우기가 힘든 상황에서 전문대는 더욱 큰 여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이월 인원 다수 발생

정시모집에서는 최초에 발표하는 선발 인원에 수시 미충원 인원이 더해지면서 계획한 인원보다 확대된 최종 선발 인원이 정해진다.

대학의 수시 전형 방법, 추가모집 횟수,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 연쇄 이동 현상 등 수시 이월 인원 규모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달라 해마다 대학별로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수시모집은 미등록 충원 기간이 짧아 미등록 충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정시모집으로 이월되며 상위권의 경우 복수 합격으로 인해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도 상당수다.

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하는 인원 역시 이월돼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을수록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최대 인기 계열인 의학계열을 포함하고 있는 자연계열은 의학계열 선호 현상이 증가하면서 중복 합격한 타 대학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수험생이 늘어난다.

이로 인한 연쇄 이동 현상이 계속 뒤따르면서 이월 인원이 증가해 인문계열에 비해 많은 이월 인원이 발생한다.

2020학년도에 고려대/서울대/연세대의 총 이월 인원은 인문계열 172명, 자연계열 452명이었다.





◆중하위권 대학 이월 인원 증가

2020학년도에는 수시 선발 인원 감소, 가톨릭대 등 일부 의학계열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 영어 영역 상위 등급자 증가 등의 요인들로 인해 SKY 대학을 비롯해 동국대(서울),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 많은 상위권 대학에서 수시 이월 인원이 감소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에서 미등록 충원을 한 번만 진행해 이월 인원이 많은 편이다.

2020학년도에는 42명 감소한 175명이 이월됐으며 이월 인원은 인문계열 13명, 자연계열 153명, 자유전공학부 3명으로 대부분 자연계열에서 발생했다.

이월 인원만 정시에서 선발하는 수의예과는 8명, 치의학 학·석사 통합은 2명의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매해 10명 내외의 이월 인원이 발생하므로 의학계열 지원을 희망하는 수험생은 올해 이월 인원을 잘 살펴야 한다.

고려대(서울)는 지난해 216명이 이월됐으며 전기전자공학부 18명, 기계공학부 17명, 의과대학 23명 등 상위권 학과에서 이월 인원이 많이 발생해 정시 선발 비율이 최초 17.5%에서 최종 23.1%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한 연세대(서울)는 이월 인원이 25명만 감소해 감소 폭이 크지 않지만 여전히 상위권 대학 중 가장 많은 인원인 242명의 이월 인원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동국대(서울),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등에서 수시 이월 인원이 감소했다.

올해는 수시 선발 인원 감소 폭이 큰 주요 대를 중심으로 수시 이월 인원이 소폭 감소할 수 있다.

올해 수능에서 영어 영역의 1등급 인원은 크게 늘었으나 수험생 감소, 수능 결시율 증가로 영어 외 대부분 영역에서는 상위 등급자가 줄어 수능 최저학력기준 미충족자로 인한 이월 인원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하위권 대학에서는 수시 선발 인원이 전년도와 비슷한 반면 수험생은 감소해 수시 충원이 더욱 어려워짐에 따라 수시 이월 인원이 예년에 비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시 일정이 연기되면서 수시 충원 기간이 단축된 것 역시 이월 인원 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군 추가합격 비율 매우 높아

지원할만한 중상위권 대학이 많지 않은 다군의 경우 해마다 중복 합격에 따른 이동 현상이 두드러져 추가합격자 수가 많다.

가군이나 나군에 복수 합격한 상위권 학생들이 가/나군의 상위권 대학으로 빠져나가고 예비 합격한 학생들의 추가합격이 대거 이루어지게 된다.

모집 인원의 10배수 이상 예비 순위를 받더라도 추가합격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러한 경향은 매년 비슷하게 나타나므로 지원 시 참고할 만하다.

건국대(서울)는 다군에서 선발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모집 인원 대비 추가합격 인원 비율인 충원율이 1천212%를 기록했다.

의생명공학과는 400%의 충원율을 보이는 등 대부분의 다군 선발학과가 100% 내외의 충원율을 보이는 가/나군에 비해 높은 충원율을 나타냈다.

다군의 경우 다수의 추가합격 인원으로 인해 최초 합격 점수보다 최종 합격자들의 점수 분포가 타 모집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변수가 많아 예측이 쉽지 않은 모집군이므로 우선적으로 가/나군에 중점을 두고 지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더 안정적일 수 있다.





◆인기 학과 추가합격 변동 심해

상위권대 인기 학과일수록 복수 합격으로 인한 수험생 이동이 많아 비인기학과보다 추가합격 변동이 심한 편이다.

2020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고려대에서 추가합격 인원이 가장 많았던 학과는 선호도가 높고 선발 인원이 많은 경영대학으로, 선발 인원인 47명과 비슷한 50명의 추가합격 인원이 발생했다.

연세대도 경영학과의 추가합격 인원이 가장 많았다.

경희대는 타 대학 의예과와 복수 합격이 많은 의예과에서 81명의 추가합격이 발생해 모집 인원의 3배수 가까이 추가합격했다.

한양대(서울)도 신소재공학부, 화학공학과, 미래자동차공학과 등 상위 학과에서 추가합격 인원이 많았다.

한양대(서울)는 나군의 고려대, 연세대 등에 추가합격으로 빠져나간 인원들로 인해 나군보다는 가군에서 추가합격이 많이 발생했다.

이에 비해 비인기학과는 학과보다는 대학 이름을 고려해 소신 지원하고 타 모집군에서는 안전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합격 시 등록률이 높기 때문에 추가합격 비율이 낮다.

그 결과 최종 합격선이 최초 합격선과 비슷하게 형성돼 예상보다 높은 합격선을 보이기도 하므로 비인기학과에 지원할 때는 주의가 따른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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