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지방자치 역량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초 숙원이었던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기존의 지방자치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1991년 지방의원 선거 실시로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 만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1월 중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다. 시행은 공포후 1년 뒤다. 그사이 다양한 준비 작업이 이뤄져 올해부터 지방자치 전반에 큰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지자체 대책 서둘러

일부 지자체들은 선제적 대응을 위해 TF팀 구성에 나섰다. 자치분권 역량 강화와 주민들의 자치행정 참여 활성화 등이 목적이다. 정부의 후속 법령과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조례·규칙 등을 제·개정하고 세부 추진계획을 확정한다.

개정법률에는 자치단체장 선출방식을 주민투표를 거쳐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현실화 될 경우 엄청난 반향이 예상된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단체장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자체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 할 수 있도록 한 때문이다.

의회에서 단체장을 선출하거나 의회의 상임위원회가 집행부 역할을 겸하는 형태도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구체적 후속 법령 마련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검토할 사항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방의회의 오랜 염원이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조항도 신설됐다.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할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둘 수 있도록 했다. 전문인력은 조례 제·개정, 예·결산 심의, 행정사무 감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지방의회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정책연구위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제주도의회의 경우 석·박사급 고급 두뇌들이 공모에 대거 참여하고 있어 정책 개발과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회 사무처(혹은 국·과) 직원의 인사권을 의장이 갖도록 한 것도 큰 변화다. 이제까지는 인사권이 의회가 견제해야 할 단체장에게 속해 있어 의회 중심의 지방자치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앙-지방 협력회의 신설 근거가 마련된 것도 고무적이다. 제2 국무회의 성격이다. 지역 현안의 대정부 건의가 한결 수월해질 전망이다. 광역단체장이 지역 현안 및 국가 중요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지자체와 의회의 투명성 강화 조치도 마련됐다.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집행기관의 운영·재무 등 지방자치 관련 정보를 주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정보공개 시스템이 구축돼 누구나 지방자치 현황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주민 주권확대와 관련한 변화도 있다. 지자체의 정책결정 과정에 주민참여권이 신설됐다.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해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의 제·개정과 폐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발안과 감사청구 기준 주민 수 하한을 낮추고 참여 연령도 19세에서 18세로 조정했다.

또 법령에서 조례로 위임한 사항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에서 위임의 내용이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의 행정입법에 의한 자치입법권 침해를 막았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의 핵심 중 하나인 재정분권 강화 방안이 빠진 때문이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한정된 세수에 쓸 곳은 많아 필요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재정분권은 여전히 극복해 나가야 할 숙제로 남았다.

---권한·지원 늘면 주민들 기대치도 커져

지역민들은 이번 지방자치법 개정이 지방의회의 역량과 의원들의 자질·품격 등을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권한이 커지고, 지원이 늘면 기대치도 비례해 커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부이긴 하지만 더 이상 지방의원의 갑질, 이권개입, 일탈행위 등의 이야기나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와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 주민에게 무엇이 좋아지나”라는 물음에 이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가 답해야 한다.

지국현 논설실장



지국현 기자 jkh8760@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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