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이제 올해도 딱 하루가 남았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올해는 돌이켜보면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참 아쉽고 후회도 큰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직업 상 바로 코 앞에 우리 경제와 삶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회색코뿔소(the gray thino)가 지척에 다가와 있었는데도 일찌감치 신호를 주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좀 더 신중하게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처럼 후회할 일도 없었을 것인데 말이다.

그래도 내년 봄부터는 국내에도 백신이 보급돼 가을 이후에는 사회적 면역이 형성되면서 이전만은 못하겠지만, 코로나19의 지배 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하니 그나마 위로가 되기는 한다. 그래서 이제 몇 시간 남지도 않은 내년이야 말로 우리 경제와 삶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은근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예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야기한 상처도 상처지만, 그 이전부터 해결되지 않고 있던 우리 경제의 난제들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긴 하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들이다. 가장 먼저, 장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고용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는 과정에서 고용시장은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겠지만, 우리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산업과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다면 경제 전반의 신규 일자리 창출 능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있던 인력들이 경기 개선으로 일거에 노동시장에 진입할 경우에는 일자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실업문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국내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제 새로운 주무 부처 장관이 나서서 좀 더 참신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토록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단기간에 얼마나 진정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마저도 기존 정책기조의 유지 및 보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장 안정화 효과는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 3/4분기에 명목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능가할 만큼 늘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빠질 수는 없다. 영끌(내 집 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 모아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에 빚투(빚 내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행위)는 물론이고 좀처럼 늘지 않는 일자리와 임금소득 등으로 가계의 부채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부채는 그나마 유동성 등 정부의 각종 금융지원책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가계부채는 자산시장이나 고용 상태가 불안정해 지면 전체 경제의 위기를 유발할 뿐 아니라 장기에 걸쳐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유발한다.

국가부채 문제는 마치 블랙스완(the black swan)과도 같다. 국가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현 상황만 고려한다면 여전히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고 경기 개선과 더불어 재정건전성이 강화된다면 크게 문제될 것 없어 보인다. 그래서, 단기 재정 악화와 국가부채 증가가 지금 당장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경기 개선 속도가 둔하고 지금까지 논한 많은 문제들이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된다면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내년은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돌입하는 해이기도 해서 이외에도 산적한 많은 경제 문제가 다른 이슈에 매몰될 가능성도 크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눈 앞의 경기는 좀 좋아질 수는 있어도, 우리 경제에 내재된 문제점들은 미해결인 채로 점점 심각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그 피해는 장기적으로 오롯이 국민 개개인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올 해 우리는 코로나19에 대한 무지와 이해 부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아무쪼록 오는 신축년에는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제들에 잘 대처해 유사한 실수와 좋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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