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반

강소농 현장을 가다 <78> 세골농장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 황소처럼 한발 한발 앞으로
양질의 조사료 위주 사육으로 고급육 생산
지속적인 선발과 도태로 한우 능력개량
축산햇썹과 무항생제 사육으로 인센티브도



박동근 대표가 우사에서 사육중인 한우를 살펴보고 있다.


은근과 끈기를 이야기할 때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을 쓴다.

느린 소걸음이지만 쉬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면 먼 천리 길도 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우는 우리 토종소다.

힘이 강해 농사일에 많이 썼다.

죽어서는 고기부터 뼈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유용한 존재였다.

따라서 가족처럼 대접을 받았다.

예전에는 흰소와 검은 소, 누런 소 등의 다양한 한우가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한우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정책을 추진한 탓에 누런 한우만 남아 있다.

제주도와 울릉도 등에 검은 소와 얼룩소가 일부 남아 있다.

신축년(辛丑年) 흰 소띠의 해를 맞아 우보천리의 자세로 한우 사육에 올인하는 강소농을 만났다.

청송군에서 세골농장을 운영하는 박동근(66) 대표다. 평생 한우와 함께 했고 150두를 사육하고 있다.

박동근 대표가 농장 후계자인 설민씨에게 친환경축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반백년 한우인생

박 대표를 이야기 하면서 한우를 뺄 수는 없다.

한우 사육 역사가 47년이나 된다.

20대 초반 5두로 시작해 규모를 늘렸다.

청송축협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농장수익은 전액 농장에 재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늘렸다.

현재는 150두를 사육하지만 많을 때에는 300두를 넘길 때도 있었다.

축협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봉급은 생활비로, 농장수익은 농장 경영비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철저하게 분리했다.

축협에서 13년간 근무하고 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한우사육에 전념했다.

박 대표는 “내 소를 가지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고 했다.

1950~60년대 어렵던 시절에 소는 큰 재산이었다.

부잣집이 아니고는 소를 가지는 것은 꿈같은 일이었다.

아버지는 부잣집의 ‘배냇소’를 키웠단다.

봄철에 암소를 빌려와 농사일을 하고 새끼를 놓으면 가을일을 마치고 소와 송아지를 돌려주는 것이다.

야속하게도 중간에 주인이 소를 가져가는 일이 허다했다.

“농사일을 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어머니와 돌아서서 한숨만 짓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며 “어린 나이였지만 가난의 서러움을 봤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그때 반드시 ‘내 소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새겼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한우 사육이 반백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우람한 황소의 모습.
◆양질의 조사료로 키우는 건강한 한우

박 대표는 농장에서 송아지를 생산해서 성장과 비육 과정을 거친 후에 출하하는 일관 사육을 한다.

일관 사육은 능력이 좋고 건강한 송아지를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조사료 위주의 사육을 하는 것이다.

보리와 호밀, 옥수수, 수단그라스를 재배하는 사료포 면적이 10만 ㎡에 이른다.

다른 한우 사육농가와 비교하면 월등히 많다.

대부분 농지를 임차해서 재배한다.

가을철에는 600여t의 볏짚도 구입한다.

이처럼 조사료 위주의 사육을 하는 이유는 사료비를 절감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건강한 소를 키우려는 박 대표의 욕심이다.

송아지를 분만하면 3일간 초유를 먹이고 3개월간 인공포유를 시킨 후에 조사료로 전환한다.

수소는 25개월까지 조사료 위주로 사육을 하다가 26개월부터는 농후사료로 전환해 31개월경에 출하한다.

암소는 번식용이기 때문에 계속 조사료 위주로 사육한다.

번식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1등급육의 비율이 90%를 넘는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깨끗한 목장 현판


◆무항생제와 햇썹 인증

농장에는 없는 것이 많다.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주사도 놓지 않는다. 수의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가축을 밀집사육을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린다.

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건강하게 키우고 면역력을 높인 것이다.

송아지 때부터 양질의 조사료와 발효사료 위주로 사육해 면역력을 높인 결과라고 했다. 미강(米糠)과 비타민, 광물질 등 12가지 성분을 혼합한 첨가제를 먹이는 것도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질병의 원인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자 축사와 농장 주변에 대한 환경과 위생관리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2008년에는 햇썹(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 2017년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깨끗한 축산목장’으로 지정됐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3무의 목장이 된 것이다.

무항생제 사육과 햇썹인증을 받음으로써 출하 때 두당 49만 원정도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도 큰 성과다.

경영비를 줄이고 소득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박동근 대표가 평생 작성하고 있는 영농일지


◆능력개량이 관건

고급육 생산은 유전능력과 사육환경이 어우러져야 성과를 낸다.

환경개선이 단거리 경기라면 능력개량은 마라톤 경기다.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달려야 결승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한우 능력개량은 많이 닮았다.

우수한 유전능력을 가진 송아지를 자체에서 선발하고, 외부에서 도입하기도 한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번식력이다.

분만 후 재발정이 빠르고, 수태율이 높은 암소를 선발한다.

발정 주기가 21일이기 때문에 한번 수정이 미뤄지면 그 만큼 공백이 생긴다. 이는 고스란히 경영비 증가로 이어진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흉폭과 체형, 체중, 털의 윤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번식우로 쓸 것인지 바로 비육을 할지를 판단한다.

14년 전에 서산목장에서 2배의 값을 치르고 구입한 암송아지는 현재까지 12산의 기록을 세웠다.

통상적으로 2~3산을 거치면 비육으로 전환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능력개량을 위해 선발과 도태를 거듭한다.

유전능력의 중요성 때문이다.

송아지는 3일 만에 인공포유를 시작하고 겨울철에는 바닥에 열선을 설치하고 패딩을 입혀 보온관리를 한다.

송아지 폐사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송아지 때의 사육 환경이 이후 성장과 번식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신축년을 상징하는 흰소(송아지), 2005년 순창군에서 태어난 송아지. (사진출처: 순창군청)


◆농장기록의 진수, 영농일지

기록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은 어렵다.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와 같은 기록물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거창하게 비교를 할 일은 되지 못 하지만 박 대표의 농장기록도 만만찮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해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우를 사육하면서는 영농일지로 바꿨다.

농장과 한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그날그날의 작업과 영농교육, 사료와 농자재 구입과 출하내역, 대출금의 상환, 현금 입출금, 발정과 수정, 분만 등 모든 영역이 총망라돼 있다.

매월 말에는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경영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정한다.

개선사항은 장단기로 구분해 실천한다.

방문객들은 농장의 모습이 수시로 바뀐다는 말을 자주 한다.

경영분석 결과에 따라 농장을 개선해 나가기 때문이다.

새골농장의 영농일지는 농장의 역사이면서 우리나라 한우의 역사라고 부를만하다.

◆한우와 색소폰

7년 전 색소폰을 배우면서 시작한 일이 있다.

우사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것이다.

‘카스바의 여인’도 부르고 ‘베사메무쵸’도 연주한다.

이제는 하루 일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음악을 들으면 더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 했다”며 “장독대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를 벤치마킹 했다”고 설명했다.

색소폰을 연주하면 소들이 주변에 몰려든다.

음악은 소들에 대한 작은 동물복지라고 생각한다.

색소폰 소리는 소들에게만 들려주는 것은 아니다.

색소폰을 연주하는 동료 5명과 함께 ‘청춘색소폰’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재능기부 활동을 한다.

복지시설과 경로잔치, 지역 축제장을 찾아가서 음악봉사를 하는 것이다.

연간 20회 이상 참여한다.

지역민들을 위한 일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무료로 봉사 활동하는 것이 박 대표의 또 다른 직업이자 삶의 낙이다.

◆2대 한우전문 농장

박 대표는 새로운 준비를 시작했다.

자신이 평생 이끌어온 농장을 아들(박설민씨, 39)에게 승계시키는 일이다.

설민씨는 한우사육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대학에서 축산과를 전공하고 7년 전 아버지의 농장으로 합류했다.

이제는 아버지의 도움이 없이도 농장 일을 척척 해낸다.

아버지의 현장기술과 아들의 이론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완전한 승계를 위해 설민씨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중이다.

규모도 500두까지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들은 2대를 이어가는 한우 전문농장으로 거듭나려는 출발선에 서 있다.

▲ 농장명: 세골농장

▲ 대 표: 박동근

▲구입문의: 010-8591-3500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 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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