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이슈추적/ 지방자치법 32년 만에 전면 개정

지방자치법이 12월9일 21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988년 이후 32년 만에 전면 개정이 이뤄지게 됐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그동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거듭된 요구로 여러 차례 법 개정이 논의는 됐지만 국회 의결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최근만 해도 20대 국회 때 발의된 개정안이 정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논의조차 못 해보고 자동 폐기된 적이 있다.

지방의 자치행정과 균형발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본법인 지방자치법은 1948년 제헌 헌법에 있는 지방자치제 규정을 토대로 해 1949년 7월4일 법률 제32호로 공포된 게 최초의 법률이었다. 그러나 그 후 전쟁과 혁명, 정변 등 격변기를 겪으면서 지방자치법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사실상 이름뿐인 법률이 됐다. 그나마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라도 지방자치법이 시행된 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0년대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1991년에는 제9차 개정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 군, 구의회 기초의원과 광역 시, 도의회 광역의원 선거가 있었으며, 또 1995년에는 광역, 기초 의원에다 광역, 기초 단체장까지 함께 선출하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으로 치러졌다. 이렇게 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는 형식적으론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춰 갔지만, 그러나 지방에서는 그 후에도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과 권한을 지방정부에 대폭 이양하라는 것이었다.

이런 민의는 결국 참여정부 때인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3대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그중 지방분권특별법에는 교육자치, 자치경찰제, 지방의회 활성화 등의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을 국가실현 공약으로 내걸고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이뤄가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은 지방에서 요구하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다.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향후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의 진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 개정안에 담긴 내용은

공포 1년 뒤부터 시행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크게 보면 지방의회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 주민주권 및 주민참여 확대, 그리고 대도시 등의 특례부여 기준 마련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대도시 등의 특례 기준과 관련해 눈에 띄는 점은,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시, 군, 구에 대해 특례시 지위를 부여해 행정 및 재정 운영, 국가 지도 및 감독에 대한 특례를 둘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또 주민주권 확대와 관련된 내용으로는, 지자체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주민 참여권을 명시했으며, ‘주민조례 발안법’을 별도로 제정해 주민들이 조례·규칙의 개정·폐지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주민조례발안, 주민감사, 주민소송의 기준 연령을 18세로 낮췄으며, 지역 여건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정할 수도 있게 했다.

지방의회는 독립성이 크게 강화됐다. 현재 자치단체장이 가진 의회사무처 공무원의 인사권을 의회 의장이 갖도록 했으며, 의회의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인력을 의원 정수의 2분의1 범위 내에서 충원할 수 있게 했다. 전문 인력은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충원된다.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지방의회의 책임도 강화했다. 지방의회는 투표 결과와 의정활동 등 주요 정보를 새로 구축할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주민에게 공개해야 하며, 윤리특별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의원들의 겸직 신고를 의무화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강화를 위해서는,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안부장관에게 지자체 경계변경 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했으며, 국가 중요정책 결정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신설한다.

◆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반응은

그동안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을 거듭 요구해 왔다. 대구시의회와 대구시의 경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뒷받침해 줄 것을 주장했다.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은 “1988년 전부 개정된 이후 30년 넘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었던 지방자치법이 이번에 전부 개정된 것은 지방발전의 새 전기를 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회 의원들은 지난달에는 의원 30명 전체 명의로 공동성명을 내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 국회 의결과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정부로의 대폭 이양, 실질적 재정분권, 그리고 국회법에 상응하는 지방의회법 제정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불만의 소리도 있다. 의회사무처 인사권을 의장에게 주더라도 국회처럼 의회직 공무원을 별도로 선발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지자체의 입법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빠진 점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 실질적 지방자치는 재정분권이 핵심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자치행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있게 됐지만 여전히 지방에서는 이걸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실현될 것이라고 보진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재정분권, 즉 재정자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영주영양봉화울진)은 얼마 전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방자치의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균형발전과 지방재정 분권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 아래서 오히려 지방은 신음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사업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정작 재원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정부의 지방재정 분권은 실체가 없는 허구일 따름이다”라고 비판했다. 경북도, 전남도 등은 올해 지방이양사업의 재원 보전 기간을 5년으로 연장해 줄 것을 건의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이를 거부했다.

현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재정분권을 위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인 8대2를 7대3을 거쳐 6대4까지 조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지방소비세나 지방소득세 비중을 확충하고, 국고보조사업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재정분권 이행 결과를 보면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5대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세수는 한정돼 있는데 쓸 곳은 점점 늘어나는 지자체로서는 오히려 더 곳간을 쥐고 있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지방정부 자체수입은 115조 원인데 반해 써야 할 돈은 316조 원으로, 부족분이 210조 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재정자립도만 봐도 대구시가 2016년 47.2%, 2019년 41.6%, 2020년(6월 기준) 41.1% 등으로 4년 연속 하락했으며, 경북도 역시 2019년 기준 31.9%로 전국평균 51.4%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앙정부 사업 중 지방정부에 의무적으로 비용 분담을 강제한 매칭사업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고정경상비와 매칭사업비 등 쓸 곳이 정해진 예산을 제외하게 되면 지역발전과 주민복리 등 지역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써야 할 돈이 없다는 게 지방정부의 하소연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2년 만에 이뤄진 전면 개정으로 지방의 행정자치는 어느 정도 진일보하게 됐지만, 여전히 재정분권 이행이 크게 미흡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지기까지는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① 5월 개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 ② 11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대구시청, 대구시의회 제공

① 5월 개최된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총회.


② 11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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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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