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코로나19가 이 정도까지 맹위를 떨치지만 않았더라면 연말인 지금 많은 연례행사들이 제한적이나마 열렸을 것이고 또 준비로 한창 바쁠 때이기도 하다. BTS(방탄소년단)와 영화 기생충을 대표로 한 한류의 대성공으로 국민 모두가 주목하는 문화예술계의 행사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재계와 산업계도 마찬가지로 올해의 히트 상품, 기업인, 기업 등과 같은 각종 시상식들이 이미 열렸거나 준비 중이었을 것이다.

물론 새해가 되려면 아직 1주일 정도 남아 있어서 이미 계획됐던 행사들은 비대면이든 아니면 강한 방역조치 하에서 제한적이든 실행되겠지만 예전만큼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이외에도 연례적으로 발표되는 각종 사회인식조사와 통계 등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이 크다.

그 중에서도 지난 주 발표된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은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참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특히나, 전반적인 정책 방향과 세부 정책 과제가 얼마나 정합적으로 구성돼 있는지, 시장은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지, 재정 여건은 정책 목표 달성에 충분한지, 다른 정책 대안들은 없는 지 등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이슈들 때문에 이대로 묻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슈가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둘러싼 공방이다. 백신의 안전성이 우선이라는 측과 지금 상황에서는 조기 백신 접종만이 답이라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대규모 실험을 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백신 선구매 계약 정도는 할 수 있었지 않느냐는 반문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도 든다. 철저한 방역조치의 실천으로 코로나19 확산세를 진정시킴과 동시에 피해 부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단기 충격을 최소화하고, 그 과정에서 안정성이 확보된 백신을 공급해 사회적 면역을 확대시킬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또 다른 이슈는 부동산 대책이다. 새롭지도 않은 이슈이기도 하고, 이미 수차례 언급한 이슈여서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하지만, 차기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의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과 대안이 제시되자 마자 시장이 크게 술렁이면서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에 담긴 부동산 대책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에서는 그저 앞으로도 부동산 대책에 대한 큰 변화는 기대할 수 없겠거니 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뿐이다.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기대를 약화시키는 데 한몫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른 세부적인 내용들을 제외하고 3.2%라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보면 국내외 타 전망기관들에 비해 너무 낙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책당국의 위기 대응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면 충분히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할 수 있고, 시장도 이에 반응할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만 유독 세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아마도 녹녹치 않은 대내외 환경이 가져올 리스크를 더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도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낮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당국의 기대만큼 정책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그만큼 약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년도에 우리 경제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힘든 시기를 견뎌내야 하는 것은 올 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잠시 회자됐던 천학지어(泉涸之魚)란 말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맴돈다.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으로 대게는 거품으로 서로를 적신다는 뜻의 상유이말(相濡以沫)과 같이 쓴다고 하는데, 좀 과장하자면 지금의 우리 경제와 국민들의 삶이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서 서로를 의지함으로써 버텨내는 물고기의 모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시장에서 제대로 발현돼 언제 이런 사자성어가 회자됐는지조차 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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